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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2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2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06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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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진고개 오대산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진고개 오대산 (인스타그램: photoly7)

 

오늘은 일단 시 한편을 먼저 감상해 보길 바래

시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 에서` 라는 시인데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시 중에 하나야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던져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은 쌓이고

지금은 모두들
눈꽃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과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 주었다'

참 서정적인 시야
내가 추구하는 사진의 방향과 잘 맞아

사진은 어제 출장길에 찍은 강원도 오대산 진고개의 설경이야

이 사진을 찍을 때 문득 곽시인의 시가 떠올랐어

알고보니 곽시인의 생활반경이 뜻밖에도 전남 순천이더군

이 시는 강원도 태백이나 평창 어름 정도의 공간적 배경을 가진줄 알았는데 뜻밖이었지

오늘은 구구한 썰 보다는 명시와 명사진(?)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게

나도 언젠가 '사평역에서' 같은 자작시를 선보일 예정인데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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