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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제주 여행 미국 유학생 모녀 ‘패닉’…코로나 선의의 피해자”
서울 강남구 “제주 여행 미국 유학생 모녀 ‘패닉’…코로나 선의의 피해자”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28 0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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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24일부터 관내 美 유학생에 자가격리 재난문자 발송
모녀 15일 입국 … 21일 하와이여행 취소돼 20일 제주도로
출발때 자가격리 대상 아니었고 특별증상 없어 우려 안한듯”
정순균 강남구청장(강남구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정순균 강남구청장(강남구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27일 제주도가 제주를 여행한 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과 그 어머니에게 1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라고 밝혔다.

정순균 구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제주도를 여행해, 제주도청으로부터 손해배상 대상으로 거론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처벌대상으로까지 비난 받고 있는 강남구 거주 미국유학생 모녀에 대해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제주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제주도청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학생 딸이 제주도 입도 첫날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유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7일 "제주도민이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들 때문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강남구 확진자인 미국인 유학생(여성·19세)과 어머니에 대해 1억원 이상 금액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순균 구청장은 이날 “먼저 여행 동기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면서 “유학생 딸은 지난해 9월 보스턴 소재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입학 후 강도 높은 수업스케줄 등 학교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기분전환을 위해 이들 모녀는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와이행 항공편이 취소되자, 지난 20일부터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유학생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었고,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제주도 여행길에 나섰는데, 출발 당일 저녁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었고, 자신 또한 코로나 감염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이어 “제주시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 동안 별 탈 없이 제주여행을 한 모녀는 22일 오후 표선에 있는 리조트로 숙소를 옮겼는데, 23일 오전 숙소 옆 병원에 간 것은 유학생 딸 때문이 아니라, 동행한 어머니가 전날 밤 위경련 증세가 있어 잠을 거의 못자, 이를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유학생 딸은 어머니를 따라가 전날부터 발생한 코막힘 증세를 치료했는데, 딸은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 결과 유학생 딸에게 코로나19의 특유증상인 미각과 후각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여행 마지막 날인 24일부터이며, 이 때문에 이날 오후 5시 서울 상경 직후 오후 7시25분 강남구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고 양성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이어 열린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에서 ‘제주도에서 업주들이 고소한다는 유학생 가족의 입장이 파악된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제주도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있다”면서 “물론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제주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다”라고 답했다.

정 구청장은 그러면서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 협조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 비난과 제주도 손배소 제기 등은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도에서의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 아니냐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구청장은 “실제로 유럽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가 진행된 게 22일부터였고, 강남구에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23일부터였다. 강남구에서는 24일부터 재난문자를 통해서 관내 미국유학생들에게 스스로 14일 동안 자가격리해줄 것을 당부했다”면서 “이런 과정을 보면 이들 모녀는 15일 입국해서, 20일부터 제주 여행길에 올랐기 때문에, 그때 당시 자가격리에 대해 사실상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지 않았나하는 판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유학생 확진자를 역학조사 해보면 실제로 많은 젊은 유학생들이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해서 크게 경각심이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마 이들 모녀도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이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이 부족해서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순균 구청장은 ‘미국발 입국자들이 자가격리 앱을 설치해도 오작동이 있는데, 구청 직원들이 관내 입국자들을 전담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럽 입국 자가격리자가 어제까지 강남만 해도 300여명”이라면서 “오늘(27일)부터 미국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자가격리 방침을 실시하는데, 지금 미국 유학생이나 해외유학생들이 많은 지역이 강남구를 비롯해서 서초, 송파 등 강남3구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수의 미국 유학생이 강남구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추측하기로는 14일 동안 자가격리자가 가장 많을 때는 2000명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2000명 규모에 맞도록 내부직원을 1000명 가까이 자가격리 모니터링 요원으로 뽑아서 사전교육을 시키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Queen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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