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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72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72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4.02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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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작고하신 신구대 사진학과 홍순태 교수님은 가요계로 따지면 조용필, 영화계로 따지면 안성기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분이셨어

사진 후학양성뿐 아니라 저술과 강연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셔서 한국 사진발전에 큰 획을 그으셨지

고등학교 3학년때의 일이었어

내가 그당시 사진 전문잡지에 사진을 응모한 얘기를 얼마전에 했던 적이 있을거야

이미 초대작가 타이틀을 획득한 월간사진 응모는 쉬고 월간영상 추대작가에 도전하고 있을때였어

위 할머니들의 사진을 월간영상에 출품하고 책나오기 만을 기다렸지

드디어 책이 발매되는 날 나는 학교를 마치자 마자 군청앞 서점으로 달려갔어

책을 사서 펼쳐보는데 세상에! 너무 기뻐서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기쁜일이 벌어져 있더군

내 사진이 입선을 했어

입선을 했다는 사실도 기쁘지만 그 호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홍순태 교수님의 심사평이 압권이었어

사진도 다른 입선작들은 한 면에 네 댓장씩 실었는데 내 사진은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지

심사평은 꽤 길었는데 핵심은 '일반인들이 겨루는 콘테스트에서 고교생의 작품으로는 아주 우수하다' 였어

'고교생의 작품으로서는 아주 우수하다'

이 한마디는 내인생을 바꾸어 놓았어

그때 비로소 든 생각이 대학에 가서 사진을 전공해볼까 하는 것이었어

내 인생의 진로가 사진으로 급격히 쏠리는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때부터 사진학과를 가기 위한 정보수집에 나섰어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있을리도 만무해서 막연했는데 '진학'이라는 책에 자세한 정보가 있었어

그당시 전국에서 4년제 사진학과는 중앙대 뿐이더군

학교성적이 바닥을 기는 놈이 중앙대라

좀 뜬금이 없었지만 당시 중대 사진과의 입시요강이 학력고사 보다 실기 배점이 훨씬 커서 도전을 포기할 필요는 없었어

그동안 사진잡지를 탐독하긴 했지만 입시에 필요한 사진이론으로는 부족한듯 하여 진주의 서점까지 가서 사진 이론책을 싹쓸이 해왔지

그러나 내가 꼭 필요로 했던 책 한 권은 진주의 서점에서 구할수가 없었어

그 책은 당시 중앙대 교수로 계시던 유만영씨가 지은 '사진기술개론' 이었어

그 책 한 권을 사러 서울까지 가긴 그렇고 해서 서울에 살고있던 백운형 형님께 전화를 했어

형님은 한동네서 자랐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갔는데 종종 시골집에 내려왔어

그걸 기억한 내가 형님께 다음에 올때 그 책을 좀 사서 오라고 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이 정말 책을 사서 내려왔어

좀 있다 입시편에서 자세한 얘기가 나오겠지만 내가 사진학과에 진학하는데 그 책은 절대적인 역할을 했어

오십을 넘겨 살다보니 고마운 사람 참 많지만 운형이 형은 정말 고마워

지금 나도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책 한권 사려면 시내에 있는 서점에 가야되는데 그것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이냐고

스토리 전개가 어느덧 대학 입시 코앞까지 왔네

세 할머니들이 파안대소 하는 장면이 잘 포착되었어

사십년 가까이 된 사진이니 할머니들은 지금 다 돌아가셨을 테지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이 신산한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한평생을 살다간 할머니들의 즐거운 한때를 사진말고 그 무엇이 저렇게 생생히 기록할 수 있겠어

내가 사진을 택한건 정말 잘한 일이야

오늘 네가티브 스캔을 몇 장 받았어

앞으로 며칠간 괜찮은 사진들 보게 될거야

밤되니 꽃샘바람이 차가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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