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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이 만난 사람, 우진영 국립중앙도서관장
이재만이 만난 사람, 우진영 국립중앙도서관장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3.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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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들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각종 고전과 희귀본을 비롯해 모든 신문, 간행물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수가 무려 800여 만 권에 달한다. 그중 40여 만 권은 디지털로 복제되어 인터넷상에서도 열람이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보다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장애우들도 점자책과 소리로 녹음된 책을 비롯해 자원봉사자가 직접 읽어주는 서비스를 활용해 독서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이렇듯 시시각각 변하는 문화 속에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수장 우진영 관장. 지식의 보관소가 아니라 지식의 발전소로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우리 시대의 청소년과 학부모를 향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까.

책 권하는 남자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5회로 임용돼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문화공보부 해외공보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영사, 문화교류과장을 지내고 영국 시티대학교에서 예술행정과정으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문화행정 전반에 걸쳐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다. 특히 뉴욕한국문화원장으로 일할 당시 그는 한국 음식 축제와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한국 문화를 알리며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도 했다.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장을 거쳐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장 자리에 앉게 된 그에겐 고서에서나 맡을 수 있는 우직한 향기가 묻어난다.

이재만 도서관장이라 하면 책과 관련된 전공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도서관장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우진영 국립중앙도서관은 문화부의 현장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아주 중요한 기관이면서 다양한 일을 수행하는 곳이죠. 지금까지 여러 일을 경험해봤지만 이 자리만큼 감사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자리도 없는 것 같네요.
이재만 영국 시티대학에서 예술행정과정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 눈에 띄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우진영 1988년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돼 이어령 선생님과 함께 올림픽 개회식을 준비하는 데 참여했어요. 우리 문화가 세계와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문화와 이벤트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죠. 행정을 전공했지만 주된 관심사는 문화예술, 이벤트였거든요. 이론적으로도 더 알고 싶어서 예술행정을 공부하게 됐어요.
이재만 그동안 문화행정 전반에 걸쳐 많은 일을 해왔는데, 그중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 행정관은 다소 생소한 직책이기도 하죠.
우진영 스스로도 특별한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대통령이 행사를 치르기 전 사전답사해서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행사기획 행정관의 업무예요. 가령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한다면 그 시장에서 어느 곳을 방문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파악해서 보고하는 거죠.
이재만 뉴욕총영사관 영사로 일할 당시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우진영 뉴욕이 갖는 여러 의미 가운데 문화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곳에서 한국을 소개하면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우리 문화를 세계화하고 한국을 알리기에 가장 전략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재만 까다로운 뉴욕커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음식, 영화, 공연 등에서 창의적인 이벤트를 많이 펼쳤다고 들었어요.
우진영 같은 한국 문화여도 각 나라마다 인기 있는 아이템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곳이다 보니 다른 아시아지역에 나갈 때와 비슷해서는 진입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음식이었어요. 우리 음식이 몸에도 좋고 보기도 좋다는 뛰어난 장점이 있잖아요. 이것으로 뉴요커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UN본부 식당 내에서 한국 음식 축제를 개최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죠. 그외에도 해설이 있는 한국 영화 시사회를 비롯해 한국의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갔어요. 그전까지는 뉴욕타임스가 한국에 대해 보도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제가 근무하던 2006년 당시에는 한국 문화에 관한 기사가 1년에 100건 정도씩은 나왔던 것 같아요.
이재만 문화분야에 관심과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었나요.
우진영 아이디어 하면 비디오아트로 유명한 백남준 선생님을 떠올리곤 해요. 미국에 있는 동안 그분의 전시회를 도운 적이 있어 인연이 되었는데 그분의 작품과 활동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죠.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신선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하나 하나가 다 독특한 아이템이 되더군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발굴해내기만 해도 그것이 바로 아이디어가 될 수 있어요.
이재만 과거의 다양한 경험이 도서관장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요.
우진영 그러고 보면 문화 교류에 도서관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곳 중에서 도서관만큼 큰 영향력을 끼치는 곳도 없잖아요. 그동안 해온 일들 가운데 최고급 과정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이재만 도서관장이라 하면 책과 관련된 자리이니만큼 아무래도 정적일 것 같은데 관장님의 이력을 보면 상당히 적극적이고 진취적입니다. 실제로는 어떠한지요.
우진영 그보다는 너무 꼼꼼하고 작은 일까지 다 챙기는 성격이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굉장히 피곤할 거예요(웃음). 안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잘 걱정하곤 하죠. 기관이 커지고 큰 조직에서 일할수록 기관장은 작은 일에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재만 지금까지 해온 일을 듣고 있으면 왠지 워커홀릭일 것 같기도 한데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우진영 사실 요즘 가족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요(웃음). 공무원 생활이 가족에게는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봐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업무에 얽매여 있는 부분도 많고 저녁 6시가 됐다고 해서 바로 퇴근하는 분위기도 아니거든요. 여기에 저녁모임까지 있다 보니 결국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네요. 특히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아들과 고3 수험생이 되는 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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