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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다
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5.1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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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슬쩍 바꾸면 행복해져요. 잘 안 되는 것이지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요. 각자 자기의 삶을 근사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거죠.”


햇살 좋은 토요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았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날에 만나기로 한 것이 살짝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오래전부터 기대해온 만남이라는 생각에 설렘이 더했다. 오래된 주택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 좁은 돌계단을 오르니 작은 잔디밭과 소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잘 가꿔진 정원의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모양새는 마치 주인을 닮은 듯했다.
2층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온 벽을 둘러싼 책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장르도 두께도 가지각색인 책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꽂이마다 들어차 그의 지난 세월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책상으로 시선을 돌리니 손으로 쓴 메모, 가위로 오려놓은 신문기사가 눈에 띄었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 천생 글쟁이의 책상이다 싶었다. 이윽고 따뜻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건넨 차 한잔 속에 시작된 이야기. 분명 처음 마주한 자리인데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처럼 그의 말 하나하나에는 진정성과 배려가 담겨 있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인생사용설명서를 찾는 법
“좀 더 진솔한, 모두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못다 풀어낸 이야기가 많기도 했고요. 아마도 인생이야기는 끝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한 사람의 인생이지만 매 순간 느끼는 것이 달라지잖아요.”
밀리언셀러 소설가로 15대, 16대 국회를 거치면서 8년 연속 의정평가 1위 국회의원으로 살아온 그도 인생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한 모습이다. 단 한 번뿐인 삶을 아름답게 살기 위한 일곱 가지 물음으로 구성한 <인생사용설명서>로 20만 독자에게 감동을 전해온 김홍신. 그가 존재의 이유와 가치, 삶을 희망으로 채우는 일곱 가지 물음을 다시 엮어 최근 <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를 펴냈다.
“첫 번째 책은 아들 결혼식에 오는 하객들에게 밥만 먹고 가라고 하기 미안해서 선물로 주려고 쓴 책이에요. 책을 받는 이들 모두가 저를 아는 사람들이니 거짓말을 해도 들통날 것이 분명하잖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공유했으면 하는 화두와 그에 대한 단상을 모았어요.”
<인생사용설명서>는 공통적으로 일곱 가지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은 얼핏 보면 간단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꽤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근본적인 질문은 쉽게 떠오르는 편이에요. ‘왜 사느냐’, ‘당신은 누구냐’ 같은 경우죠. 그외 다른 질문은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나오는 것이에요. 본래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철학적 사고도 많이 하고 지혜로워지는데, 저는 출세를 너무 빨리 하는 바람에 타인에게 질문을 다 하기도 전에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 됐다는 점이 좀 아쉬워요. 하지만 과거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초대된 사람들,
지금 소설을 쓰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질문이 생기곤 해요. 그 가운데 공유할 수 있는 화두를 질문으로 만드는 것이 일곱 가지 질문의 기본이 된 것이죠.”
가전제품, 자동차, 휴대전화를 사용설명서대로만 쓰면 별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각자의 사용설명서가 있다. 부부 역시도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이 아니기에 열이면 열 사람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인생사용설명서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어요. 명답만이 있을 뿐이죠. 결국 인생은 내가 문제를 출제하고 내가 답을 쓰는 거예요. 문제를 복잡하게 내면 답도 찾기 어렵죠. 문제를 가볍고 소박하게 내면 해답도 금방 찾을 수 있어요.”

펜을 고집하다 보니 나무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
그는 스스로를 활자중독자라 말한다. 강연이나 일이 없는 날에는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활자를 파고든다.
“우리 집에 조간신문이 매일 세 개가 들어와요. 여기에 주간지 두 개, 월간지 세 개, 그외 다른 우편물까지 헤아리면 꽤 많은 편이죠. 그걸 모두 다 읽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기 전에 신문을 보는데 광고까지도 꼼꼼하게 다 읽어요. 그러고 나서 마음에 드는 기사는 따로 잘라서 스크랩하죠.”
활자중독자가 하는 활동의 꽃(?)은 아마도 글쓰기일 터. 신문까지 모두 읽고 나면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대발해>를 쓸 때는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지만 그 이후로 몸이 상해 요즘에는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다.
“보통 두 시간 정도 글을 쓰고 나면 차를 한잔하거나 마당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와요. 그러고 나서 다시 글을 쓰는 거죠. 계속 그러다 보면 아예 글씨가 잘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어두워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집 근처 우면산이나 공원에 다녀오면 한결 나아지죠. 산에 오르면 새로운 소재에 대한 발상이 떠오를 때도 많아서 자주 가는 편이에요.”
그는 지금까지도 글을 쓸 때 펜을 고집한다. 메모를 하거나 기고글뿐 아니라 지금까지 펴낸 모든 책은 그가 한 글자씩 힘주어 쓴 것들이다.
“손으로 쓰는 것이 굉장한 노동”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펜을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오래전 일이에요. 어느 날 이어령 선생이 최인호와 나를 부르시더니 나비처럼 날아가는 상상력을 잡으려면 컴퓨터를 써야 한다고 저희를 나무라시더라고요. 그때까지 저희는 컴퓨터를 안 썼거든요. 그러고 나오면서 둘이 한 말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손으로 씁시다’였어요(웃음). 지금까지 두 사람 다 그 약속을 지키고 있고요. 컴퓨터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지만 안 배운 거죠. 컴퓨터로 글을 쓰면 빨리 쓰기도 하고 조합도 쉽게 할 수 있지만 나는 잘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어요. 손으로 쓰면 피곤하고 힘들 때 글이 잘 안 써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상상력이 융합되어 한번에 나온다는 유익이 있죠.”
그가 책상 위에 쌓인 원고들을 들척이더니 <인생사용설명서> 첫 번째 편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흰 원고지에 빽빽하게 들어찬 검은색 글자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모양이 마치 동물의 무늬를 떠올리게 했다.
“예전에는 원고지 한 칸에 한 글자씩 맞춰 썼는데 요즘에는 칸에 상관없이 그냥 붙여 써요. 띄어쓰기 간격도 최대한 좁게 하고요. 펜으로 글을 쓰다 보니 이렇게라도 안 하면 종이 소비를 너무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동안 팔린 책에 사용된 종이만 생각해도 상당한 양이거든요. 지금껏 소비해온 종이를 생각하면 죄짓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복사지, 광고지 할 것 없이 모두 모아두었다가 이면지로 써요. 국회에 있을 때도 특별히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재생지를 많이 썼고요.”

한 번뿐인 인생, 근사하게 살고 싶어 글을 택했다
김홍신은 15대, 16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당명이나 이권보다는 소신과 신념을 지키며 언제, 어디서든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변하기 마련이지만 일찍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스스로 방어체계가 강하다고 말할 정도로 늘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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