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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잇it] 가족 간병, 돌봄 위기서 돌봄 재난으로…그림자 노동 그 끝은?
[EBS 다큐 잇it] 가족 간병, 돌봄 위기서 돌봄 재난으로…그림자 노동 그 끝은?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2.17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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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빠가 됐다 / EBS 세상을 잇는 ‘다큐 잇it’
아빠의 아빠가 됐다 / EBS 세상을 잇는 ‘다큐 잇it’

 

오늘(12월 17일, 목요일) EBS1TV 다큐멘터리 <다큐 잇it> 35회에서는 ‘아빠의 아빠가 됐다’ 편이 방송된다.

<세상을 잇는 다큐 잇it>은 하나의 사물(it)을 오브제로 정해 세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잇(it)는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배우 김규리가 프레젠터로 진행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데는 선택권이 없었다. 30년 이상 어머니를 돌보다가 노인이 되어버린 아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고 간병을 시작한 청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간병인이 되는 사람들.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간병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돌봄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주변에 조력자가 없는 독박 간병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회에서 돌볼 수 없는, 돌봐주지 않는 가족을 껴안고 그림자 노동을 이어가는 사람들. 그 끝은 어디일까?

아빠의 아빠가 됐다 / EBS 세상을 잇는 ‘다큐 잇it’
아빠의 아빠가 됐다 / EBS 세상을 잇는 ‘다큐 잇it’

◆ 95세 어머니를 돌보는 66세 아들

“제가 어머니를 살린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어머니가 저를 살게 하는 겁니다” _ 김덕주/어머니를 간병하는 66세 아들

올해 66세 김덕주 씨는 30년 전 병상에 누운 95세 어머니의 간병 일을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로 식당 장사를 해 다섯 남매를 키운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지고 난 후, 그 곁을 지키는 건 덕주 씨뿐이다. 가수의 꿈도, 결혼도 포기하고 어머니 간병을 한 지 벌써 30년. 통장은 점점 바닥이 나고, 건강도 나빠졌지만 덕주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단절과 고립감이다. 

사람이 그리운 66세 아들은 매일매일 거동이 힘든 어머니를 둘러업고 집을 나선다. 아들의 정성스런 돌봄 덕분인지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어머니, 하지만 덕주 씨는 매일 밤이 두렵다.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삶의 전부였던 어머니가 떠나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66세 아들의 고민은 깊어간다.

◆ 아버지가 쓰러진 후, 18년 만에 모인 가족

“솔직히 말하면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장애인이 된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는데, 그 사람이 내 아빠잖아요.” _ 김희수(가명)/ 아버지를 간병하는 30대 청년

희수 씨가 어릴 적 부모님은 이혼했고, 이후 희수 씨 가족은 각자 흩어져 살았다. 그러다 올해 2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섬망이 심하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던 아버지의 하루 간병 비용은 한 달에 최소 390만 원이 들었다. 그마저도 손사래를 치고 그만두는 간병인들을 대신해 희수 씨는 동생과 함께 다시 한집에서 살며 아버지를 돌보기로 한다.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아버지의 보호자가 된 딸. 얼마 전 제대한 동생이 골프장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여전히 돈은 부족하고, 24시간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버겁기만 하다. 몸도 마음도 약해진 상태에서 약으로 버티며 아버지를 돌보는 남매. 그들은 말한다. 답이 없다고,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가족을 간병하는 청년들에겐 사치일 뿐이라고….

◆ 어느 날 갑자기 아빠의 아빠가 됐다

“‘돌봄 위기’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사실 돌봄 위기를 넘어서 ‘돌봄 재난’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_ 조기현/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조기현 씨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건설 노동일을 하다 만성질환이었던 당뇨로 쓰러진 아버지는 곧 치매 환자가 됐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조기현 씨는 그렇게 아버지의 보호자가 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영화감독을 꿈꾸었지만, 보증금을 빼서 병원비를 메꾸고 일당 10만 원 벌이 막노동을 하며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에게 미래는 없었다. 

그렇게 10여 년간 치열하게 살며 아버지를 돌본 청년은 왜 자신의 꿈과 아버지의 간병 일을 병행할 수 없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돌보며 적어 온 10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라는 책을 집필했다. 자신과 같은 간병 노동의 절망에 빠진 사례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조기현 작가. 그와 함께 돌봄 위기의 시대, 과연 해결책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12월 17일(목) 오후 7시 45분에 방송되는 EBS 다큐 잇it <아빠의 아빠가 됐다> 편에서는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 사회 안에서 어떤 도움과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본다.

[Queen 이주영 기자] EBS 세상을 잇는 ‘다큐 잇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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