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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의 슬기로운 여성생활 "여성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나경원 전 의원의 슬기로운 여성생활 "여성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0.12.2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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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은 사당동 사무실을 ‘나경원의 즐거운 정치·법률 교실’로 꾸몄다.나 전 의원은 이곳을 “국민들과 정치, 입법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의 장,미래 담론을 만들어가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근래엔 동료 의원들과모여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미확보로 인한 절절함, 부동산 문제를 필두로 한우리나라 미래에 관한 걱정을 나누고 대처법을 모색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사당동 사무실을 ‘나경원의 즐거운 정치·법률 교실’로 꾸몄다. 나 전 의원은 이곳을 “국민들과 정치, 입법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의 장, 미래 담론을 만들어가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근래엔 동료 의원들과모여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미확보로 인한 절절함, 부동산 문제를 필두로 한우리나라 미래에 관한 걱정을 나누고 대처법을 모색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낙선 때문에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며 편하게 웃었다. 지난 21대 총선이 끝나고, 그동안 정치하느라 엄마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한 역할이 많지 않아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컸다는 나 전 의원. 최근엔 여러 정치적인 수사로 더욱 고초를 겪었던 그녀는 저서 <나경원의 증언>으로 처절한 저항과 끈질긴 협상을 생생하게 기록하기도 했다.

사당동 사무실에서 만난 나경원 전 의원은 첫인상부터 확실히 여유가 묻어났다.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는 스웨터는 며칠 전 홈쇼핑에서 세트로 9~10만원에 구매한 것이라고 자랑할 정도였다. 낙선 후 가장 좋은 점은 아버지와 식사할 시간이 허락됐다는 것.


“3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저희가 딸만 넷인데, 혼자 계신 아버님과 돌아가면서 식사를 하고 있거든요. 동생들이 저 낙선하고 제일 기뻐했어요. 이제 큰 언니도 당번 조에 들어온다면서요.”

정치 현장에 있을 땐 매일매일 이슈에 대응하느라 멀리 보지 못했다는 나 전 의원. 이제 그녀는 일상을 걸으며 사색도 하고 멀리, 더 크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마스크 시대가 그녀에겐 더없이 좋게 작용했다.

“요즘 마스크 때문에 어디를 가도 절 못 알아보니까요. 종종 지하철도 타면서 그간 놓치고 살았던 일상을 관찰하고 있어요. 비가 많이 오던 날, 한 20대 여성분이 열심히 물기를 털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달라진 시민의식에 감탄하기도 했지요. 장 보러 가서는 포인트 적립 때문에 전쟁하다시피 하는데, 다 남편 이름으로 돼 있어 갑자기 여자들의 재산권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고요.(웃음)”


여성 정치인, 여전한 소수자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던 정치인 시절과 달리 나 전 의원은 현재 사소한 은행 업무마저 모두 홀로 챙기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훨씬 녹록치 않았다는 데 이견이 없을 터. 특히 여성이라서 더욱 힘든 점이 수두룩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직 여성 정치인은 소수자이지 않은가.

2004년 17대 총선 때 처음 비례대표 절반을 여성으로 제도화한 후 조금씩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비율은 16~17%로 전체 국회의원의 5분의 1도 채 안 된다.

“정치문화 자체가 남성 중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 안에서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게 어렵지 않을 수 없어요.”

그에 반해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여성이 어느 자리에 있다는 것은 꼭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걸 넘어 자연스럽게 모든 일에 여성성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1990년대 나 전 의원은 판사 면접을 보며 대법관으로부터 ‘출산휴가 60일 다 쓰면 안 되는 거 알죠?’라는 질문을 받던 시대를 살았다. 결혼 후 아침 일찍 사법고시를 보러 가는 그녀에게 남편이 ‘그럼 내가 아침밥 안 먹고 갈게’라고 말하는 게 마치 선심 같던 때였다.

“예전에 판사로서 가사재판을 맡을 적 옆에 남자 판사들은 여자 당사자가 이상하다고 말하는데요. 저는 그분이 구구절절 하는 말들이 다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이어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는 게 세상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 전 의원은 덧붙였다.


부동산법에 대한 증언


나경원 전 의원은 사당동 사무실을 ‘나경원의 즐거운 정치·법률 교실’로 꾸몄다. 나 전 의원은 이곳을 “국민들과 정치, 입법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의 장, 미래 담론을 만들어가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근래엔 동료 의원들과 모여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미확보로 인한 절절함, 부동산 문제를 필두로 한 우리나라 미래에 관한 걱정을 나누고 대처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책 <나경원의 증언>에 수록된 바 있다. 이 도서를 통해 그녀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작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지냈던 이야기를 기술하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헌법에 대해 생각하는 글이에요.”

그녀는 현 부동산법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좀 더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임대주택보다 내 집이고, 자신의 집을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짓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현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나 전 의원은 주장했다.

“정부가 강제로 지은 주택은 의미 없어요. 민간이 해야죠. 임대주택이 아니라 자신의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부동산 공급확대 쪽으로 가야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 정책은 우리의 헌법상 제일 중요한 사유재산, 시장경제에 대해 자꾸 외면하고 있는데요. 헌법을 무시하는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저는 우파가 무조건 옳고, 좌파는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시대 상황에 따라 우파적 가치가 강조될 때가 있고, 어떨 때는 좌파적 가치가 옳을 때도 있어요. 다만 그것이 모두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지요."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에게 이념은 민생이다. "저는 우파가 무조건 옳고, 좌파는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시대 상황에 따라 우파적 가치가 강조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좌파적 가치가 옳을 때도 있어요. 다만 그것이 모두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지요."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무엇보다 우파의 가치, 보수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나경원 전 의원.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 큰 정부와 작은 정부, 평등과 자유.
“무엇을 더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기지요.”

그녀에게 이념은 민생이다.
“저는 우파가 무조건 옳고, 좌파는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시대 상황에 따라 우파적 가치가 강조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좌파적 가치가 옳을 때도 있어요. 다만 그것이 모두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부동산법을 다시 언급한 나 전 의원은 “집을 사고팔고 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에 명시된 자유경제, 시장경제에 엇나간 정책을 펴는 게 과연 민생을 위한 것일까”라는 의구심을 떨구지 못했다.
“정부는 민생을 위해 존재하는 데 말이에요.”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언젠가 나 전 의원은 스스로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왜 정치를 할까? 항간에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가 엄마라서 그런지, 다음 세대를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만들고 싶어요. 젊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치를 합니다.”

그녀의 정치 인생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이 자주 붙었다. 한국 헌정 사상 최초 여성 외교통일위원장, 보수정당 여성 최초 원내대표. 유리천장을 뚫으며 후배 여성 정치인에게 새로운 길을 닦아줬다는 점에서 그녀 역시 자부심이 크다.

특히 저출산특위 위원장으로서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 비결로 꼽히는 ‘등록 동거혼’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경원 전 의원. 국내 평균 초혼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늦게 결혼한 만큼 아이도 적게 나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왜 자꾸 혼인이 늦어질까?

이에 대해 혼인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울 뿐 아니라 결혼이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두 집안의 일이라는 생각, 집 등 혼인 시 갖춰야 하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어려움 때문이라는 답을 얻은 그녀는 지금의 혼인제도 대신 등록 동거혼이라는 법률 계약혼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법률혼은 끝내려면 이혼, 위자료 문제가 남지만 등록 동거혼은 단순 계약 해지에 불과해요. 다만 건강보험, 소득공제 등 세액공제 혜택 등은 그대로 받을 수 있지요. 혼인 형태를 이렇게 다양화시킨다면 우리나라 출산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법적으로 남녀가 동등해진다는 의미도 있고요. 우리나라 출산율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없어질 나라가 된다고 인구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난임 부부들에게 클리닉을 지원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에요. 그 일을 할 때 참 보람찼던 것 같아요.”

딸의 마음, 엄마의 마음으로 정면 돌파해 나갈 것

여성 정치인이 고민하는 여성 정책. 일, 가정 양립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원내대표 등 4선 의원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은 여성 정치인은 남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게 전체를 바라봐야 하면서도 소수자인 여성의 생각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여성 정치인의 표본에 대해 정의했다.

누구보다 짐이 무겁고 책임감도 큰 여성 정치인들. 나 전 의원은 지금껏 늘 그랬듯 그 어렵고 힘든 일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고 돌파해갈 계획이다.

“정치인인 엄마 때문에 부정입학 의혹 등 가짜 뉴스로 힘들어한 아이들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앞으로 제가 가야할 길을 또박또박 걷겠습니다. 브라질에 가서 보니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장애인과 노인의 삶에서 알 수 있겠더군요. 다운증후군을 가진 저희 딸 같은 장애인들이, 저희 아버지처럼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편견·불편 없이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모든 걸 잘 해내려다간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자신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게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큰 목소리를 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과감하게 구별하고, 버릴 건 버리고 꼭 지킬 것만 열심히 해내자고요. 요리 좀 못하면 어때요? 밀키트가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괜히 잘 되는 것 없이 힘만 들어요. 후배 여성들은 좀 덜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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