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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테이너 언니들의 전성시대
스포테이너 언니들의 전성시대
  • 조수진 교수
  • 승인 2021.0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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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화제의 1분’ 캡처

 


스포테이너 시대다. 여자 운동선수들이 브라운관 속 예능을 점령했다. 박세리부터, 김연경, 이상화까지 운동하는 언니들이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스포테이너 언니들의 전성시대가 왔다.

1998년 US오픈에서 보여준 박세리의 ‘맨발 샷’은 감동 그 자체였고,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확연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TV리모컨을 손에 쥐고, 과자를 봉지째 들고 TV속으로 빨려 들어갈 기세로 세상 행복해하는 모습은 어색하면서도 왠지 그녀에 대한 선입견에서 무장해제 하게 한다.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살 것만 같았던 골프 여제 박세리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 혼자 사는 모습도 보여주고,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준다.
여기에 또 다른 운동하는 언니들도 동참한다. 배구선수, 농구선수, 펜싱선수 등 그동안 경기장에서 치열한 모습만 보여주던 여자 운동선수들이 뭉쳐 박세리 왕언니와 함께 ‘노는 언니’의 숨겨진(?)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스포테이너 시대다.


스포테이너는 스포츠선수 출신이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예능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성한 말이다. 강호동으로부터 서장훈, 추성훈, 안정환, 최근에는 허재, 현주엽까지 떠오르는 인물이 많다.

이들은 예능 MC부터 고정 패널, 심지어 자녀와 함께 동반출연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능에서 활약해왔다. 꽤 오랜 시간 이들의 활약이 계속되는 동안 여성 스포테이너는 찾아볼 수 없어 아쉬
웠다. 그런데 최근 예능 섭외 1순위라고 불리는 배구선수 김연경으로부터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 그리고 골프 여제 박세리까지 대활약 중이다. 박세리는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분석센터가 공개하는 스포테이너 관심도에서 월등하게 1위를 차지했다. 급기야 여자 운동선수들만 출연하는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왜 스포테이너가 인기 있을까?


기존에 스포츠 선수는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영웅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한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이들은 친숙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예능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생동감’, ‘신뢰감’, ‘공정성’의 요소를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스포테이너 섭외 프로그램의 이미지에서도 3개 요소의 이미지가 높게 형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스포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생동감은 당연한 것이고, 시청자들이 스포테이너들로부터 인식하는 또 다른 것은 스포츠를 전공했기 때문에 공정하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는 스포츠 선수들이 어떤 역경과 노력을 통해 스포츠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잘 안다. 그러한 서사 또한 이들에게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끼’가 예능과도 너무 잘 맞는다. 여중, 여고 시절 인기 많았던 운동부 언니들을 다시 만난 기분이다. 그래서 반갑고, 그래서 더 즐겁다. 박세리 선수는 지금 하고 있는 예능을 ‘즐긴다’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무료하고 답답한 요즘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즐거운 한바탕이 될 것 같다.

 

 

 

글 조수진(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겸임교수, YTN미디어비평 고정패널,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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