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07:15 (수)
 실시간뉴스
세계적인 명문 사학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의 일생을 건 아름다운 도전
세계적인 명문 사학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의 일생을 건 아름다운 도전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1.10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는 성공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요.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지금도 잠들기 전 오늘을
열심히 살았냐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길여 총장을 대표할 수 있는 어휘는 ‘이길여’라는 이름 세 글자밖에 없다. 길병원 이사장, 가천대학교 총장, 경인일보 회장 등 직함만 나열해도 수십 개가 넘는다. 그리고 이길여 총장의 생애를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 역시 직접 쓴 자서전 정도가 전부다. 이 총장의 삶은 역사의 모진 광풍 앞에서 멈추지 않는 바람개비였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이 총장만큼 많은 일을 해낸 인물은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이길여 총장이지만 여전히 할 일이 너무 많아 쉴 시간이 없다.

교수초빙 위해 세계를 돌며 삼고초려
이길여 총장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발로 뛰는 마라토너에게 “잠시 멈춰서 대화 좀 나누자”고 설득하는 게 차라리 빠를 듯했다. 기자가 전화했을 때도 이길여 총장은 국외순방 중이었다. 이길여 총장에게 국외순방은 국외선 파일럿의 조정일정만큼이나 잦은 일이다.
이 총장은 2012년 3월 새롭게 탄생하는 가천대의 교수진을 초빙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국외순방을 가졌다. 그 결과 가천뇌과학연구소를 맡은 세계적인 석학 조장희 박사를 비롯해 유수의 석학들이 가천대의 교수로 임용됐다. 국내에서는 학식과 풍부한 행정경험을 겸비한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장관, 국내 장수의학의 권위자인 서울대 박상철 교수를 영입했으며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연기자 이순재 씨를 연기예술과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가천대는 앞으로도 120명의 교수를 새로 초빙할 예정이다.
“12월 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톤, 그리고 워싱턴을 순회하며 미주지역 우수교수 영입을 위한 현지설명회와 면접을 했어요. 제가 인재욕심이 많아요. 좋은 교수 뽑는 게 좋은 학생 뽑는 거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거든요. 좋은 스승 밑에서 좋은 제자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미국 순방 설명회에는 의학, 약학, 바이오나노, 생명공학 등 미래성장의 동력이 될 분야의 인재 300여 명이 몰렸다. 그리고 하버드와 스탠퍼드, UC버클리, MIT 등 미국 전역의 유명대학과 미국국립보건원(NIH) 등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박사 후 연구원’ 70여 명이 면접에 참여했다.
어렵게 약속을 잡은 날도 이 총장은 교수면접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핏 봐도 대단한 교양과 학식의 아우라를 풍기는 면접자들 틈에 뜨내기 기자 하나가 엉성하게 끼어 있으려니 영 모양이 안 났다. 그리고 그 뜨내기 기자는 앞선 면접자가 나오고 다음 사람이 호명되기 전에 재빨리 면접실로 뛰어 들어갔다. 마라토너와 대화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마라토너와 함께 뛰는 것! “자, 이제부터는 제가 면접관입니다. 이길여 총장님의 면접을 진행하겠습니다.”

2020년까지 국내 10대 사학으로 성장할 것
이길여 총장은 헛된 망상을 포부로 밝히는 사람이 아니다. 이는 이 총장의 삶이 방증한다. 철저하게 연구하고 모든 가능성을 따져본 후에 치밀한 계획과 열정으로 밀어붙인다. 그런 이 총장이 가천의과대와 경원대를 가천대학교로 통합하며 밝힌 계획이 ‘가천대를 2020년까지 국내 10대 사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998년 경원대학교와 경원전문대학을 인수하면서 다짐한 게 있어요. ‘이렇게 좋은 자리를 잡고도 대학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반드시 명문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경원대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급성장하며 전문가들로부터 발전 가능성 1위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리고 이제는 가천대로 통합되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학통합은 성장의 열매가 아니에요. 성장을 위한 거름일 뿐이죠. 저는 이번 통합을 계기로 가천대를 세계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반듯한 명품대학으로 바로 세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 혜택이 재학생과 동문을 넘어 사회와 국가로 돌아갈 수 있게 할 거에요. 그것이 제 역할입니다. 누구에게나 소명이 있고 그것을 완수해야할 책임이 있는데 나의 소명과 책임이 바로 인재육성입니다.”

여자라서 힘든 건 없다. 열정의 차이일 뿐
이길여 총장이 일생을 거는 사업으로 교육을 선택한 것은 성장 과정과도 연관이 있다. 이 총장의 집안은 손이 귀한 집안이었고, 어머니는 항상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그러다 둘째 딸로 이길여 총장이 태어나자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녀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길여(吉女)’라는 이름은 이 총장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내를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비록 아들을 낳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두고 보자, 내 이 아이를 어느 아들 못지않게 훌륭한 아이로 기르고 말 것이다’라고 다짐, 또 다짐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이 “글이나 깨쳤으면 됐지. 여자가 무슨 공부냐”며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할 때에도 이 총장의 어머니는 사생결단으로 가족을 설득해 소녀 이길여를 고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어머니는 제게 롤 모델이 되어주셨어요. 어머니는 아주 소중한 분이에요. 저의 전부였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신 분이에요. ‘어머니의 한마디는 자녀를 평생 즐거움으로 살게 하는 기둥이 된다’고 했고, ‘자식은 평생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식은 어머니의 거울’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어머니의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베풂과 평등사상이 지금도 내 몸에서 온전히 숨 쉬고 있습니다.”
이길여 총장은 이러한 어머니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진했고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의대에 들어가 헌신적이고 존경받는 의사가 되었다. 인술
(仁術)을 펼치는 이길여 총장의 병원엔 사람들이 줄을 섰고 그에 따라 병원의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이 총장의 의사로서의 꿈은 가천의대와 길병원으로 확장되어 갔다.
“성공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요.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어요.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예요. 지금도 잠들기 전 ‘오늘 하루 내가 열심히 살았나’ 하며 나에게 물어요. 흐뭇한 웃음으로 잠자리에 들 때 참 행복하죠. 그리고 하루하루 늘 그런 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길여는 남녀편견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왔으면서도 “여성이라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능력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라 한다. 도리어 이길여 총장은 여성이라서 더 잘할 수 있었노라 한다. 여성이기에 환자를 더 세밀하고 섬세하게 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자라서 힘들다거나 못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열정을 갖고 도전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지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큰 상관이 없어요. 일을 하다 보면 실패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탓이에요. 무슨 일을 하든 여성이라서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진 게임이에요. 그건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참된 인간을 만드는 것에 남은 생애를 건다
그런 이길여 총장의 마음속에는 줄곧 우수한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에 대한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교육의 꿈은 1978년에 의료법인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