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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관 임명의 본질
여성 장관 임명의 본질
  • 이복실
  • 승인 2022.09.30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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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현재 내각에는 대부분이 남성만 있다. 여성의 대표성 증진과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시는지?”라고 질문하였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다. “공공부문을 보면, 특히 장관들을 보면, 여태까지 그 자리에 여성이 많이 진출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다양한 부문에서 같은 상황입니다. 여성에게 기회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았으며 실제로 이를 보장한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여성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매우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 질의응답 내용을 기사로 내보면서, 한국은 임금, 정치진출, 경제참여 등에서 남녀평등이 선진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초기 윤석열 정부에는 장관 17명과 대통령실 수석 5명 중에 여성은 3명뿐이었으나 외신의 영향이었는지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교육부 장관, 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통계청장 등 주요 장·차관 직위에 여성을 계속 발탁하고 있다.

다양성의 힘

워싱턴 포스트 기자의 질문배경은 다양성을 주요 가치로 여기는 세계적인 공통 추세에 있다. 다양성은 인재를 폭넓게 활용하는 이점도 있지만, 조직문화를 변화시켜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점이 연구와 기업사례가 계속 입증되고 있다. 그러한 흐름에 힘입어 ESG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도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잠재력이 높은 여성 인력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여성의 대표성 확대는 단순히 참여 확대를 넘어 다양성 제고를 통한 생산성 증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국가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성별 다양성은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2018∼2022) 계획'에 따른 추진 성과를 보고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이행 실적을 보면, 우선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지난해 10.0%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성과를 보였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대표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각종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지표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세계 성격차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였다. 성 격차지수는 경제활동 참가율과 장관·의원 비율 등에서 여성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추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개선하였는지 보았더니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모두 제도와 정책이 있었다.

금년에 시행되는 여성 이사 1인 의무화

기업에서의 여성 임원 현황은 어떠할까? 2019년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자산총액 2조 이상 기업은 210개소로 등기임원 1,498명 중 사내이사는 673명, 사외이사는 825명이다. 사내이사 중 여성은 14명(비율은 2%)이며, 사외이사 중 여성은 31명(비율은 3.7%)으로 사내, 사외를 포함하여 여성 이사는 총 45명으로 비율은 3%에 불과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8월부터 자산총액 2조 이상 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 1인 의무화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리더스 인덱스 분석결과, 자산총액 2조 이상 대상 기업에서 올해에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 104명 가운데 여성이 45명(43%)으로 전년도 대비 크게 여성 이사가 증가하였으며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의 효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의 목표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비상임 여성 이사 한 사람만 선임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과 형평성이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영향을 주도록 순환 구조를 만들고, 여성들의 경영 참여 확대와 연계되어야 한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가 지난해 개최한 창립 5주년 포럼에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이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이 임원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여성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이다. 고위직 여성 확대는 풀뿌리 여성 관리직 확대와 연계되어야 진정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범이 되어야 할 여성 장관들이 만취 음주운전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논란이 되고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에 이르는 것은 안타깝다. 고위직을 수행할 만한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가 등용되어야 여성 대표성의 진정한 모델이며, 여성 장관 한 사람의 영향력이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유도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여성 장관 몇 명 임명한다고 여성 이사 한 명 발탁하는 것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여주기도 때로는 필요하다.

여성 장관 확대와 여성 이사 1인 의무화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훗날 평가가 나오겠지만 여성 인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변화를 끌어내는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다. 1인의 힘은 약할지 몰라도 1인이 모여 거대한 사회변화를 이끄는 지렛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Queen 2022.7월호)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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