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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신경영' ...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도약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신경영' ...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도약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10.2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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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취임 당시의 모습.
198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취임 당시의 모습.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거한 지 2주기가 됐다.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은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도약했다.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3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폭증했다.

특히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선언한 '삼성 신경영'은 대대적 혁신으로 이어졌다.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바탕이 됐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도 남다르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으며, 감염병 극복 지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했다. 이른바 'KH 유산'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행했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작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며 "많은 국민들이 작품들을 보시면서 코로나로 힘들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미술'이란 단어가 전국화, 보편화됐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선 기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고 언급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72만명의 관람객들이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박물관에서 대규모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사회의 기증 문화가 활성화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2020년 4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이 이뤄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의 수는 연평균 64점이었지만, 이건희 컬렉션 기증 뒤 2020년 4월부터 연말까지 553점이 기증돼 9배 이상 늘었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대중문화로서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었다. 인터파크티켓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어느 수집가의 초대' 입장권 예매자 중 20~30대 비율은 70.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BTS 멤버 'RM'은 특별전을 관람할 때마다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등록하기도 했으며,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에도 특별전 관련 해시태그(#)가 2만개 이상 달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건희 컬렉션 관람의 경제효과 분석(2021)'보고서에서 '이건희 컬렉션'의 연평균 관람객 수를 31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약 2468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2144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유족들은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삼성가(家)의 '의료 공헌'은 이건희 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일류기업이 국가 중앙감염병 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 역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부금 운용을 위해 이건희 회장 유족들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기부금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출범했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유족의 기부금으로 지방 소아암·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하고 전국의 환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모 방식으로 사업과제를 발굴함으로서 전국 어린이병원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현재 소아암 21건, 희귀질환 12건, 공통연구 21건 등 총 54개의 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수행 중이다. 올해 말부터 환아 검사 및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사회공헌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하고, 조직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아울러 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톱(TOP)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 특히 평창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이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삼성 경영이념도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으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또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위해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인재제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데도 힘썼다. 인재 육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은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 기술인력을 중용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기술적 저변을 확대했다.

이 회장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이 회장은 글로벌화, 디지털화. 지식기반경제화라는 21세기 패러다임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1세기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비전가"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업적을 높게 평가했다. 외신들은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삼성을 혁신기업으로 만든 선구자"(로이터), "한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적인 경영자"(NHK), "삼성그룹 중흥의 시조"(닛케이)라고 평가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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