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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아빠 없는 첫 겨울, 잘 날 수 있을지...
[동행] 아빠 없는 첫 겨울, 잘 날 수 있을지...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2.11.1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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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녕이와 연탄’
[동행]‘준녕이와 연탄’


오늘(12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83화에서는 ’준녕이와 연탄‘ 편이 방송된다.

 

√ 아홉 살 준녕이와 연탄

늦가을이 되면 아홉 살 준녕이가 문지방 닳도록 드나드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연탄창고. 엄마와 단둘이 사는 준녕이네가 매서운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은 중요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버스가 서너 대 다니는 산골짜기. 80년 가까이 된 낡고 오래된 흙벽돌집은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렇다고 연료를 맘껏 쓸 수도 없는 형편에 겨울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겨울 쓰다 남은 연탄은 150장도 채 안 남은 상황.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한 달이면 연탄은 바닥을 보일 텐데 서둘러 월동준비를 하는 준녕이의 애가 탄다. 준녕이가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걱정하게 된 건, 두 달 전, 간경화를 앓다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 아빠가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이제 준녕이와 엄마 둘이서 아빠 없는 첫 겨울을 지내야 하는 상황.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준녕인 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동행]‘준녕이와 연탄’

√ 준녕이를 위한 엄마의 홀로서기

두 달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엄마 진미 씨는 세상을 잃은 기분이었다. 16년 전, 남편 하나 믿고 베트남에서 시집와 시부모님을 모시고 춥디추운 산골짜기에 보금자리를 꾸리면서도, 어려운 형편에 임대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도 자상한 남편 덕에 버틸 수 있었던 엄마. 엄마를 버티게 했던 세상이 무너지면서 휘청거리기를 여러 날이었다. 그때 엄마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들 준녕이를 보는 순간, 엄마는 더는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생전 남편이 진 빚에 난방을 위한 연탄과 기름마저 떨어져 가는 터라 당장의 생계가 급하지만, 아동센터 차량조차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 준녕일 혼자 남겨둘 수 없어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 마음 아픈 건, 또래보다 작고 마른 준녕이가 좋아하는 고기와 과자를 사줄 수 없다는 것. 남편을 보낸 슬픔과 상처를 추스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떠난 이를 그리워만 하기엔 엄마는 혼자 맞닥트려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동행]‘준녕이와 연탄’

√ 그리운 나의 아빠

얼마 전부터 식당으로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는 엄마를 기다리느라 준녕이의 하루는 유난히 길어졌다. 그나마 요즘은 하루에 세 번씩 때는 연탄을 나르는 일에 잠깐씩 추위도 외로움도 잊지만, 아홉 살에 알아버린 그리움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아빠에게 처음 축구를 배우며 축구선수의 꿈도 품게 됐는데 그 꿈을 응원해줄 아빠를 이제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왈칵 나는 준녕이. 준녕인 요즘 사방이 꽉 막힌 집, 그 한 뼘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곳에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없을 땐 준녕이가 집안의 대장이라고 말했던 아빠. 준녕인 하늘에서 엄마와 자신을 지켜줄 아빠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별 후유증 때문일까. 엄마를 기다리는 준녕이는 걱정이 앞선다. 엄마도 아빠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릴까 봐 겁이 난다는 준녕이. 이제부터라도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지켜줄 거라 다짐한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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