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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 권위적 관료는 옛말, 문화와 스포츠로 소통하는 리더 이수원 특허청장의 ‘BRAVO MY LIFE’
즐거운 인생 - 권위적 관료는 옛말, 문화와 스포츠로 소통하는 리더 이수원 특허청장의 ‘BRAVO MY LIFE’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4.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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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과의 신뢰와
조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교로운 일이다. 이수원 특허청장을 만나기 직전 하필이면 고골리의 <외투>라는 소설을 다시 읽게 됐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관료 사회의 모순과 부패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권위주의 시대는 이미 20세기에 그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하지만 권위주의 시대에 너무 오래 살아와서일까, 관료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를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제껏 갖고 있었던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그는 권위적이기 보다 차라리 소탈했고,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였다.

탈권위적인 닮고 싶은 상사
“예전에 사무관·과장으로 근무할 때 장관 방의 닫힌 문을 여는 순간 그렇게 긴장될 수 없었어요. 열려 있는 집무실에 들어가는 마음과 닫힌 곳을 열고 들어가는 마음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한국지식재산센터빌딩에 있는 특허청 서울사무소를 찾았을 때 그의 집무실은 활짝 열려 있었다. 굳게 닫힌 문 앞에 비서들이 ‘보초’를 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대다수 기관장들의 방과는 대조적이었다. 후배 직원들이 청장을 대할 때 선배이자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자신의 믿음이라고 했다. 그가 선장을 맡은 후 특허청은 권위적이고 딱딱한 조직에서 인간적이고 정감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특허청은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엘리트 직원들이 유난히 많은 탓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안팎의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조직운영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특허청은 사람냄새 나는 곳으로 거듭났다.
“직원과의 신뢰와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의 역량 결집과 외부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죠.”
그는 거시경제정책과 예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유내강형의 정통 경제 관료로 관계의 신망이 높다. 1980년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30년간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에서 근무했고,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에 들어가 비상경제상황실장을 지냈다. 청와대 지하의 일명 ‘워룸’에서 매일 15시간 이상 근무할 정도로 업무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이 뛰어나다. 재정부 근무시절 직원들이 매년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후배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2010년 5월 특허청장으로 취임한 그는 특허청에서 1년 11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특허청은 한마디로 ‘지식재산 관리 주무부처’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지식재산은 창조적 활동이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재산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을 말합니다. 특허라는 것은 새로운 발명에 대해서 정부가 독점 사용권을 주는 것이에요. 과학자들에게 독점발명권 사용권을 줌으로써 과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됩니다. 특허청은 기술과 브랜드와 관련된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 4가지 지식재산이 효과적으로 창출, 활용, 보호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지식재산의 가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처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지식재산이 세계 비즈니스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인 만큼, 대한민국의 지식재산권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전통 산업사회에서는 토지, 자본, 노동이 경쟁력의 원천이었지만,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이러한 유형 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에 미국의 투자연구소인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Ned Davis Research)’가 조사한 것을 보면 S&P 500대 기업의 기업 가치에서 지식재산 등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32%에서 2005년 80%로 지난 20년간 약 2.5배 증가했어요. 무형 자산 중에서 지식재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에 10%에서 40%로 4배 증가했죠. 이런 추세에 비추어보면 기업 가치에서 무형자산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지식재산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애플사나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도 보면 전통적인 기업과 달리 혁신적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크게 성공한 사례입니다.”

지식재산사회, 여성과 주부의 역할 중요
특허청에서 근무를 하면서 그는 우리나라가 특허 강국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특허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리더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출원된 특허가 17만 7천 건에 달하는데, 이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또 지난 2010년 12월에 세계에서 9번째로 특허등록 100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PCT라는 국제적 협약을 통한 국제특허 출원 건수도 지난해 1만 477건으로 미국, 일본,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5위다. 이런 주요 특허 5대 강국이 IP5라는 다자간 회의를 통해 특허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미국, 일본, 중국, 유럽과 함께 IP5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2, 13위 정도예요. 재정부에서 근무할 때 외국에 나가면 딱 그 정도의 대접을 받았어요. 그런데 특허청으로 오고난 후에는 4~5등 대접을 받아요.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우리한테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나라도 많아요. 그래서인지 일이 더 재밌게 느껴져요.”
그는 우리가 이미 지식재산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생활 속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활 속에서의 작은 불편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는 여성과 주부에게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의 발명활동은 과거에 비해 왕성해졌다. 발명은 특허로 연결되는 게 보통인데, 지난해 개인이 특허를 신청한 것 중 여성이 4천358건으로 2010년의 4천12건에 비해 8.7%인 350여 건이 증가했다. 또 심사를 거쳐 특허로 등록된 것도 지난해에 1천480건으로 전년도의 1천85건에 비해 36.4%인 400여 건이나 늘어나는 등 현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여성발명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사업화로 이어져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스팀청소기’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엎드려 물걸레로 닦아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해, 서서 스팀으로 청소하는 스팀청소기를 개발해 사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했어요. 이밖에도 요즘 빌트인 주방기기로 많이 쓰는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간장과 된장의 주원료가 되는 메주를 벽돌 찍듯이 만들어낼 수 있는 ‘메주 성형기’도 여성발명가의 생활발명품이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여성발명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이 많은데,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개선시켜주는 특징을 갖고 있고, 꼭 필요한 물품이기 때문에 시장에 출시되면 반응이 빠릅니다.”
한편 그는 여성들에게 소위 ‘짝퉁’이라고 부르는 위조상품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위조 상품의 주 소비층이 여성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특허청에서 위조 상품을 단속한 내용을 보면 해외 유명브랜드의 가방, 의류, 장신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위조상품 사용이 줄지 않는 것은 위조상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나아가서는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허청은 위조상품 근절을 위해 지난 2010년 9월 ‘상표권 특별사법경찰대’를 출범시키고 서울, 부산, 대전 등 3개 지역에 단속사무소를 설치해 위조상품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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