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8:35 (월)
 실시간뉴스
“포도당으로 버텨"…역대급 폭염 속 건설 현장
“포도당으로 버텨"…역대급 폭염 속 건설 현장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02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 부터 작업복 이미 땀에 젖어…그늘 없어 더 고생
사진 = news1 
사진 = news1 

"폭염이라고 쉰 적이 어디 있겠어. 포도당으로 버티는 거지."

1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건설 현장에서는 절삭기가 요란한 굉음과 불꽃을 내고 있었다. 

장마가 남긴 습기와 건설장비의 열기가 더해져 노동자 100여명이 입은 하얀 티셔츠는 그 시각에 이미 땀에 절어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기온은 벌써 28도. 햇살을 피하려 팔에 토시를 착용하고 안전모 밑에 챙 있는 모자를 하나 더 썼어도 숨이 차오른다. 

1시간 뒤 기온이 30도를 넘어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만 이들은 일을 멈추지 않았다. 

현장 안전관리자 서모씨는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땀띠로 고생한 적이 있다"며 "요즘은 하루 세번 작업복을 갈아입는다"며 웃었다.

이들이 아침부터 서두르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일을 최대한 해놓기 위해서다.

현장 관리부장 조모씨는 "태양의 열기로 바닥이 끓기 시작하면 일하기 어려워진다"며 "에어컨과 제빙기를 갖춘 휴게공간을 마련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쉴 새 없이 드나드는 트럭…"일·휴식 구분 없어"

행정안전부도 더운 날 야외 작업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며 지난달 30일 폭염안전수칙 준수와 취약시간대(오후 2~5시) 무더위 휴식시간제의 적극 시행을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와 현장 사정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방배동 현장만 해도 열기를 막아줄 차양은 하나도 없었다. 25톤 트럭이 암반과 흙을 옮기기 위해 쉼 없이 드나드는데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햇볕을 맞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협력업체 간부 조모씨(61)는 "트럭이 띄엄띄엄 오기 때문에 우리도 일과 휴식에 구분이 없다"며 "항상 대기해야 하니 작게나마 얼굴에 그늘을 드리워주는 것은 안전모뿐"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사진 = news1 
사진 = news1 

◇ 살수차 뿌린 물 5분만에 날아가…"한 달간 일 멈추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돼 34도를 넘어가자 열기를 식히겠다며 살수차가 물을 뿌렸다. 그러나 그 물은 5분도 안 돼 말라버렸다. 

차량 신호수로 일하는 노모씨(70)는 "어우 더워, 미치겠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노씨는 '무더위휴식시간제'에 대해 묻자 "최근 한 달 동안 폭염으로 일을 멈춘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노씨는 "이 나이에 주 6일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포도당 먹고 시원한 음료 마시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씨는 찬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트럭이 들어오자 먼지 날리는 현장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퀸 이주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