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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조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가난 딛고 ‘도마의 神’되기까지 풀 스토리&부모 인터뷰
한국 체조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가난 딛고 ‘도마의 神’되기까지 풀 스토리&부모 인터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9.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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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색깔을 최종 결정할 수 있는 2차시기. 다소 착지가 불안했음에도 최고 점수를 받았던 1차시기 때보다 그의 얼굴에는 더욱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1차시기 때 선보였던 그의 전매특허인 ‘양1’ 기술에 이어 그가 선택한 기술은 ‘스카라트리플’이었다. 빠른 속도의 도움닫기와 도약,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공중기술이 이어졌고 이내 안정적인 착지까지 ‘최고의 고난도 연기’를 펼쳤다. 국제체조연맹 심판위원마저 “완벽한 기술”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정도였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그는 두 손을 치켜 올리며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다. 이 광경을 TV로 지켜본 아버지 양권관 씨와 어머니 기향숙 씨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그간 열심히 훈련했을 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메어진다는 어머니 기 씨. 집에 오는 날이면 항상 넉넉지도 않았던 자신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 생활비를 놓고 갔다는 효자는 올림픽 금메달로 무엇보다 큰 효도를 하게 됐다.

가난의 유일한 해방구였던 체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에게 체조는 유일한 해방구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체조선수는 아니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선수로 땀 흘리며 고된 훈련을 버텨나갔다. 하지만 사춘기에는 방황도 했다. 강도 높은 훈련에 지친 데다 집안의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돈을 벌겠다며 합숙소를 무단이탈한 적도 있다. 방황의 시간을 바로 잡아준 건 그의 스승인 광주체고 오상봉 감독이었다. 오 감독은 당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합숙소를 뛰쳐나간 제자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놨다. 운동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오 감독에 대한 고마움에 지금도 두터운 사제지간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바쁜 일정 속에서도 비밀리에 오 감독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을 정도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학선만 연기할 수 있어 명명된 ‘양1’ 기술은 사실 국제대회에서 실수를 한 뒤 열심히 갈고닦은 연습의 성과물이었다.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였던 암스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수로 인해 4위에 머무르게 되자, 점수를 높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 ‘양1’ 기술은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여2’ 기술에 비해 반 바퀴를 더 도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심지어 ‘양1’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2011년 코리아컵 국제대회에서 심판진이 회전수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훈련수당 모아 생활비 보내는 효자 중의 효자

그는 체조 실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효심과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금메달 수상 직후 한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께 집을 장만해드리고 싶다”고 밝히며 그의 가정환경이 자연스레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이에 본지는 그의 귀국 하루 전, 전북 고창군 공음면 남동마을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집’을 찾았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온 부친이 공사 현장에서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방도가 마땅치 않자, 농사를 짓기 위해 거처를 광주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아버지 양권관 씨가 직접 만든 ‘비닐하우스 집’은 예상보다 더 허름하고 단출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곳에서 만난 그의 부모는 수많은 언론들의 인터뷰에 응하느라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다. 이틀 동안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인터뷰 일정이 이어져, 탈진상태에 이르러 쓰러지기 일보 직전 상태라고 했다. 이에 처음에는 본지의 방문에 다소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던 어머니 기 씨는 이내 “아들 때문에 먼 길 왔는데 그냥 돌려보내기 미안하다”며 취재진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조그마한 방 안에 마주 앉아 아들 이야기를 먼저 묻자, 그제야 옅은 미소를 띠며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학선이만큼 착한 아이가 없어요. 훈련을 하다가도 집에 매일 두세 번 연락해 안부를 묻는 아들이죠. 가정환경이 넉넉지 않아 하루 4만원 정도 받는 훈련수당을 모아 생활비로 보내줄 정도로 효성이 대단한 아이예요. 아들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기도 해요.(어머니)”
“아들은 저희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도와드리고 싶다는 말을 몇 번 했어요. 처음에는 이곳에 사는 것도 많이 반대했는데, 저희가 원했던 것이어서 나중에는 동의를 해줄 만큼, 사려 깊은 아이죠. 보시는 것처럼 저희 내외가 몸이 많이 안 좋아요. 학선이는 올림픽이 끝나면 큰 병원에 데리고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평소에도 저희 걱정을 많이 해요.(아버지)”
최근에는 일부 기업과 기관에서 새 집을 제공하거나 지어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가장 구체화된 내용은 호남지역의 한 건설회사에서 지금의 집터에 단독 주택과 창고용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던 5일 후, 기 씨는 직접 전북도청에서 건설회사와 함께 새 집 기증을 위한 체결식을 갖기도 했다. 기 씨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들이 한순간에 잊히지 않고 늘 노력하는 선수로 성장하도록 뒷바라지 하겠다”며 “다음 브라질 올림픽 때는 새 집에서 주민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의 금메달은 가족에 새 희망을 안겨줬다. 새 집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조협회, 기업 후원금으로 가정 형편은 지금보다 많이 나아질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의 시선은 이제 다음 올림픽에 향해 있다. 브라질 올림픽을 목표로 ‘양2’로 명명된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재차 훈련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각종 인터뷰와 방송 출연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대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후, 오는 11월 개최되는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 출전해 국제대회 2연패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체조 스타 양학선의 멈추지 않는 금빛 비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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