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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시네마] 구름 속의 산책-5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수상작
[일요 시네마] 구름 속의 산책-5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수상작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4.01.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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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시네마] 구름 속의 산책<br>
[일요 시네마] 구름 속의 산책

오늘(1월 28일) EBS1 ‘일요시네마’는 알폰소 아라우 감독 영화 <구름 속의 산책<원제: A Walk In The Clouds>가 방송된다.

키아누 리브스, 아이타나 산체스-기욘, 안소니 퀸, 지안카를로 지아니니 등이 열연한 <구름 속의 산책>는 1995년 미국 제작 영화다. 상영시간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때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1945년, 참전군인 폴(키아누 리브스)은 부푼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반가이 맞아주리라 여겼던 아내는 그동안 폴이 하루 한통씩 보낸 편지도 뜯어보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뜨거운 재회는커녕 아내는 폴이 돌아오자마자 초콜릿 장사라도 하라며 등을 떠민다. 허둥지둥 집을 나온 폴은 각지를 돌며 초콜릿을 팔기 위해 기차에 오른다. 폴은 기차에서 곤경에 처한 여인 빅토리아(아이타나 산체스-기욘)를 돕게 되고, 의도하지 않게 빅토리아의 가짜 약혼자 노릇을 하게 된다. 공부하겠다고 집을 나가 미혼모가 되어 돌아온 딸을 용서하지 못할 빅토리아의 아버지 알베르토(지안카를로 지아니니)로부터 빅토리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빅토리아의 가족은 멕시코에서 건너온 이민자 집안으로 외곽에서 광대한 포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완고하고 권위적인 알베르토는 초콜릿 장수나 하는 애송이인 폴을 사위로 인정할 수 없다며 노기를 띠지만 빅토리아의 가족들은 폴을 환대한다. 원래 하루만 머무르기로 했던 폴은 가족들의 열렬한 환영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길에 떠날 날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고아로 자란 폴에겐 가족의 품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농장 일을 돕는 동안 폴은 가족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한편, 이미 아내가 있음에도 상냥하고 사려 깊은 빅토리아에게 점점 마음이 끌린다. 끝까지 폴의 정체를 의심하던 알베르토마저 폴의 진심에 감복해 둘의 사랑을 축복하지만 두고 온 아내에 대한 책임감으로 폴은 결국 농장을 떠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보니 아내는 외도를 하고 있다. 폴은 도리어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끼며 빅토리아에게 달려간다. 그런데 알베르토의 실수로 농장에 불이 붙고, 온가족이 뛰쳐나와 화재를 진압하려 애쓴다. 물론 폴도 함께다. 모든 것이 깡그리 타버린 잿더미 위에서 폴과 빅토리아의 가족들은 새로운 출발을 희망한다.

주제

<구름 속의 산책>은 가족과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움과 동시에 성실과 신뢰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아로 자라 만난지 3일만에 아내와 결혼을 결심했을 정도로 사랑에 목말랐던 폴은 복닥복닥한 분위기 속에 살아가는 빅토리아의 대가족을 동경한다. 빅토리아 집안의 포도 농장은 폴에겐 일종의 환상이다. 빅토리아는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가족들은 다정하고 친절하다. 폴은 자신이 바라왔던 모든 것들을 포도 농장 안에서 모두 얻는다. 하지만 폴은 중요한 것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아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번 마음을 준 상대에게 끝까지 정과 의를 지키려는 폴은 자신을 매혹시키는 빅토리아와 빅토리아의 가족으로부터 빠져나와 아내에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아이러니하지만 마치 선물처럼, 폴은 아내와 결별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폴에게 진짜 사랑과 가족을 얻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폴은 농장으로 돌아가 현명한 할아버지의 안내로 구름을 헤쳐가며 높은 언덕에 오른다. 폴은 언덕에서 농장의 근간이 된 포도나무 뿌리를 본다. 집안과 가족의 바탕이 됐을 뿐 아니라 위기에서도 가족을 구해내는 귀한 뿌리다. 그리고 그 뿌리는 폴에게도 새로운 삶의 지반이 된다.

감상 포인트

<구름 속의 산책>은 감독 알폰소 아라우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멕시코에서 사회 풍자적인 작품을 주로 만들었던 그는 할리우드로 건너와 이국적인 무드의 꿈결같은 멜로 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장인이라 불러도 좋을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특히 포도에 온기를 전하기 위해 양팔에 비닐을 끼우고 날개처럼 파닥이는 장면과 마을 여인들이 모여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수확한 포도를 큰 들통에 넣고 춤추듯 짓찧는 장면은 따뜻한 빛과 어우러져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장면으로 탄생했다. 멕시코 태생인 감독은 빅토리아의 가족을 멕시코 이민자 집안으로 설정해 남미 공동체 특유의 낙천과 활기를 잘 보여준다. 가까운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가는 즐거움, 포도를 키우며 느끼는 생명에 대한 경이를 주인공 폴의 시선을 통해 생생히 전달한다. 젊은 시절의 키아누 리브스는 다정하고 낭만적인 미국인 청년의 긍정적 이미지를 담백하게 소화한다. 당시 <스피드>(1994)를 통해 액션 스타로 떠올랐던 키아누 리브스의 로맨틱한 변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소니 퀸과 지안카를로 지아니니 역시 명성에 걸맞는 묵직하고 근사한 연기를 선보인다.

감독

멕시코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출신의 연출가 알폰소 아라우의 인생역정은 다채롭다.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히 의사의 꿈을 가지며 의학을 공부하던 그는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져 발레리노로 전직한다. 2년간 발레 무용수로 일하다 코미디배우로 직업을 바꾸었고 쿠바 혁명을 거친 뒤엔 쿠바에서 TV쇼 진행자가 되어 <아라우 쇼>를 이끌었다. 유럽을 전전하며 마임배우로도 활동했고 1960년대 말엔 고향 멕시코로 돌아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범죄 스릴러 <맨발의 독수리>(1969)로 장편 연출 데뷔했고 수편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1910년대의 멕시코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1992)은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한 무드로 주목받았다. 아동극 작가이자 소설가인 전 부인 라우라 에스키벨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으며 남미 문화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난 작품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으로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은 아라우는 늦은 나이에 할리우드에 들어와 이탈리아의 고전영화 <Four Steps in the Clouds>(1942)를 리메이크한 <구름 속의 산책>을 연출하며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었다. 현재는 감독보단 배우로서 더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출연작으로는 <코코> (2017), <아이 하트 샤키>(2012), <더 데드 원>(2007), <자파타>(2004), <하얀 집>(2003), <엔젤 아이즈>(2001), <픽킹 업 더 피시스>(2000), <러브 인 텍사스> (2000년) 등이 있다.

 

엄선한 추억의 명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EBS1 ‘일요시네마’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20분에 방송된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 EBS 일요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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