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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꽃할매와 숨바꼭질’
[동행] ‘꽃할매와 숨바꼭질’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4.02.2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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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꽃할매와 숨바꼭질’

오늘(24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47화에서는 ’꽃할매와 숨바꼭질‘ 편이 방송된다.

√ 우리 가족 지킴이, 은선이 

열네 살 은선이가 하루 중 가장 긴장하는 시간은 오후 4시와 남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을 자정 무렵이다. 잠깐만 긴장을 늦추면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할머니(86세)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다, 작년부턴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진 할머니. 아침나절엔 은선이가 지금껏 봐온 할머니 모습 그대로인데 오후 4시만 지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기억을 잃고, 낮이고 밤이고 혼자 길거리를 방황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할머니를 찾으러 다니느라 하루하루가 숨 가쁘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세 살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란 은선인 꽃처럼 고왔던 할머니로 되돌려놓고 싶다. 치매 할머니를 돌보는 일도 벅차지만, 은선인 할아버지(83세)의 손발도 되어드린다. 작년에 오토바이 사고로 대퇴골이 부러져 수술받은 후로 거동이 어려워진 할아버지. 대부분 누워 지내시는 할아버지의 운동을 돕고 무료한 시간 말벗이 되어드린다. 자신을 사랑으로 길러주신 조부모님께 너무 당연한 효도라 여기기 때문이다. 

[동행] ‘꽃할매와 숨바꼭질’

√ 내려놓은 아빠의 삶 

은선이의 방학인 요즘, 아빠는 오랜만에 돈벌이를 찾아 나섰다. 은선이가 학교에 나갈 때면 부모님 모시는 일을 전적으로 맡아왔던 아빠. 특히 잠시만 눈에 안 보이면 아들을 찾아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하고 혼자 길을 나서는 어머니를 찾아다니느라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간 공장에 다니며 부모님 모시고 살아왔는데 24시간 곁에서 돌봐야 하는 부모님 때문에 고정적인 일을 구할 수 없다 보니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형편. 은선이가 방학을 맞을 때만 알음알음으로 일용직 일을 하며 다음 은선이의 방학 때까지 쓸 생활비를 벌어야 해 아빠는 마음이 조급하다. 아빠가 일하는 동안 은선이 혼자 편찮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온전히 돌봐야 하는 것도 마음 아프다. 베트남 출신 아내와 불화로 이혼 후, 혼자서라도 잘 키워보겠다고 다짐한 딸. 엄마 없이 자라게 한 것도 미안한데 제대로 뒷바라지도 해줄 수 없어 면목이 없다. 부모님도 잘 모셔야 하고 커가는 딸도 돌봐야 하는데 둘 다 제대로 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아빠는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동행] ‘꽃할매와 숨바꼭질’

√ 사랑하는 우리 가족 

이상하다. 왜 자꾸 낯선 곳에 서 있는지, 왜 은선이가 자신을 찾아 헤매는지, 할머닌 도통 모르겠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녀. 엄마 없이 자라 불쌍한 손녀가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미안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식 손을 빌려야 하는 할아버지도 미안하긴 마찬가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가슴 아프다. 자식에게 물려줄 게 아픈 부모 모시는 일뿐이라니, 할아버진 가슴앓이하는 아들과 손녀를 볼 때면 눈물이 난다. 잠자리도 조부모님 곁을 지키는 은선인 할머니가 좋아하는 냉이를 캐 끼니때마다 식사를 챙기고 살림도 도맡아 한다. 버겁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면 더 잘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은선이. 많은 시간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쓰면서도 미용사의 꿈을 위해 틈틈이 동네 미용실에서 청소와 잔심부름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운다. 직장 생활도 못 하고 치아가 없어 식사도 제대로 못 하면서도 치료는 꿈도 못 꾸는, 고생하는 아빠에게 하루빨리 도움이 되고 싶다. 살얼음판 같은 하루하루지만, 아빠와 함께라면 은선인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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