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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국회를 향해 뻗는 힘찬 발걸음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이 말하는 ‘소통’과 ‘통섭’
선진 국회를 향해 뻗는 힘찬 발걸음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이 말하는 ‘소통’과 ‘통섭’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3.09.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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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앞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여행’이었다. 여행, 참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오르는 단어다. 인류에게 여행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먹을거리와 마실거리, 그리고 안전한 잠자리를 위해 이동하던 것이 최초의 여행이었을 것이다. 삶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던 불가항력적인 여행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어쩌면 마찬가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의식주는 예전보다 쉽게 해결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더욱 치열한 삶의 전투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려 자신의 페이스를 놓쳐버리거나, 언제나 1등만이 살아남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 보니 우리는 인생에서 여유, 웃음, 그리고 행복이라는 훨씬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우리에게 이처럼 잠시 잊었던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또 발견하게 한다. 그러나 정신없이 하루를 살다 보면 여행이라는 말이 멀게만 느껴진다. 여행을 떠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신발 끈을 질끈 묶고 걸을 수 있는 길이 넘친다는 것이다.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취재원이라기보다 좋은 길동무 같았다. 여느 정치인처럼 딱딱하지 않았으며 호탕한 웃음이 매력적인 호남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바쁜 걸음으로 사는 사람이지만 그러한 삶에서 누리는 여유의 중요성 또한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정치의 장’에서 행정 조율가로의 새로운 도전

국회의사당은 서울의 어느 곳보다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얼마 전까지 국회의사당을 산책한다는 것은 낯선 풍경이었다. 국회의사당은 영등포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시설로 항시 최고의 보안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얼마 전부터 열린 국회를 표방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국회의사당 잔디광장 등을 국민에게 개방한 이후 예전보다 많은 국민들이 국회를 찾고 있다. 국회에 방문하는 일반 국민의 수는 하루 평균 5천여 명에 달한다. 실제로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점심시간을 맞이해 가볍게 산책을 즐기거나 견학 중인 관광객들이 자주 목격된다. 공원 못지않게 잘 정비되어 있는 도로와 화단이 눈을 즐겁게 했다. 국회의사당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선풍기 바람과 음료수 한 잔에 땀을 식힐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건장해 보이는 그가 모습을 보였다.
“걷는 것을 참 좋아해요. 시간이 허락되면 가능한대로 걸어 다니려고 해요. 무엇을 채워 넣으려면 비우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길을 걸으면서 생각을 비우고 정리하곤 해요. 한편으로는 길에서 채우기도 하죠. 바쁘게 살다 보면 정말 소중한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해요.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하루 종일 업무에 파묻혀 있다 보면 그렇죠. 그러다가 길을 걸으면 업무 중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생각지 못한 것들도 떠오르곤 해요. 또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되잖아요. 그때마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것도 좋아요. 길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기도 해요(웃음).”

정 총장은 1986년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로 국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후 3선의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올해 1월 국회사무총장에 취임했다. 27년이라는 세월을 직·간접적으로 국회와 인연을 맺어온 만큼 국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국회사무총장은 ‘국회’라는 여·야 간의 치열한 ‘정치의 장’에서 행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그동안의 언론인 및 정치인으로 살아왔던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고 생각해요.”
국회에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원들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획조정실, 공보관, 감사관, 법제실, 의사국, 예산정책국, 관리국, 국제국, 연수국, 국회도서관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총괄하고 관리 감독하는 국회사무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사무총장이란 바로 국회사무처의 수장이다. 쉽게 생각하면 군대에서의 행정보급관이라고 보면 된다. 정 총장은 국회사무총장에 임명된 뒤 국회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역대 사무총장과의 차별화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문턱 낮추고 국민과 소통하고자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섬기는 국회’, ‘열린 국회’, ‘변화하는 국회상’ 구현을 중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회사무처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명사다리 범운동 추진’, ‘국회 상임위의 세종청사 출장회의 기반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앞으로도 제가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죠.”
국민에게 문턱이 낮은 국회. 정 총장이 바라는 국회의 모습이다. 최근 들어 방문객이 부쩍 늘었지만 여전히 국회라는 곳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때문에 정 총장은 국민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방영됐던 국회를 주제로 한 드라마에 경내 촬영을 허가한 것도 국민에게 국회의 문턱을 낮추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국회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스마일 국회 운동’ 역시 그 연장선입니다.”
얼마 전에는 국회의 행정서비스 제공 시 친절도를 진단, 평가한 후 이를 토대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친절 교육을 실시했으며, 국회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 및 국회직원의 친절도 조사 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단순히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노력이 수반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요즘 들어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가운데 8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또한 얼마 전 발표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자식 세대인 ‘에코 세대(1979~1992년 출생)’의 자살률이 최근 10년간 5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총장은 자살 예방과 생명존중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생명사다리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생명사다리란 생명을 스스로 버릴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국회가 작은 사다리를 건네주고, 이 분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소중한 생명을 지키도록 하는 의미입니다.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살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국회사무처가 자살 예방 범국민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솔선수범하겠다는 취지의 캠페인입니다.”

중심을 잃지 않는 ‘통섭’의 리더를 꿈꾸다

 
정 총장은 잘 알려진 대로 내무부장관을 지낸 고(故) 정석모 전 장관의 아들이다. 정 전 장관은 치안국 치안국장을 거쳐 강원도지사, 충남도지사, 내무부 차관 등을 지냈고, 10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민정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민자당 중앙위의장, 자민련 수석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정 총장에게 ‘아버지의 의미’를 묻자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죠. 제가 정치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데 있어 자극과 계기가 됐어요. 한 15년 동안 일선기자로 활동했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아버님이 정치인으로 활동하셨거든요. 그 시절 아버지들이 대부분 그러셨던 것처럼 저희 아버지께서도 살가운 편은 아니었어요. 저도 아버지를 어려워했고요. 하지만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가 교과서 같았죠. 제가 처음 정계에 입문했을 때 아버지께서 ‘육신과 정치 생명을 충청도에서 얻었으니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역량이 극대화되면 고향에 헌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는 공주, 어머니는 논산, 처가는 예산이어서 저는 완벽한 충청도 사람이거든요(웃음). 아버지의 말씀대로 언젠가는 고향에 헌신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라고 봐요.”

한국일보 기자 시절 현역 정치인이던 아버지를 지켜봐 온 정 총장은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자민련 소속으로 충남 공주·연기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재선 뒤 한나라당으로 옮겨 18대 국회에서 3선에 올랐으나 2010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에 발탁, 당청관계 조율의 전면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끝까지 당적을 버리지 않고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된 데 정 총장의 정치력이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정치권과의 소통, 국회와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청와대와 정부’, ‘청와대와 국회’, ‘청와대와 야당’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고단한 자리이기도 하죠. 때문에 화합과 소통이 정말로 필요한 자리입니다. 또 인사와 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대통령에게 진언할 수도 있는 자리인 만큼 많이 듣고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책임도 맡게 됩니다. 제가 정무수석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께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을 가졌습니다. 박 전 대표의 협력 없이는 임기 하반기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11개월 만에 이뤄진 회동이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회동을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다 말고 뒤쪽을 바라보며 배웅 나온 정 총장에게 “정무수석님, 이번에 애 많이 쓰셨어요”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정 총장은 “언론은 당시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지만 실은 한 달 이상의 준비기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일화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여러 분야의 인사들과 두루 소통하는 이른바 ‘통섭의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이런 평가에 그의 견해는 이렇다.
“통섭이란 말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두루 잘 살핀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인이라면 국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시야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중부권 출신이라 그런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중용의 정치’, 함께하는 ‘동반의 정치’, 두루 섭렵해서 사귀는 ‘통섭의 정치’를 하는 것이 정치 입문 이후 일관된 목표입니다.”

그의 소통 분야는 정치뿐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까지도 뻗어 있다. ‘한상원 밴드’의 기타리스트 한상원과 ‘정원영 밴드’의 키보디스트 정원영, 그리고 ‘꿈의 대화’를 부른 가수 이범용과는 죽마고우 사이다. 어린 시절 뮤지션을 꿈꾸기도 했다는 그는 몇 해 전 모 방송국에서 있었던 ‘명사 노래자랑’에서 MVP를 탔을 정도로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다. 다방면에 재주가 있는 그이니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했다.
“국회사무총장은 책임이 막중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국회사무총장으로서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함에 있어서 충실할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낮고 어두운 곳을 살펴 소통의 정치를 펼칠 생각입니다. ‘열린 국회’, ‘일하는 국회상’을 더욱 확고히 해 더이상 국민에게 문턱 높은 국회, 불신받는 국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한편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을 살짝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활동으로 바빠 ‘좋은 아버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앞으로는 자녀들과도 오붓한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는 것.
아내와는 대학 첫 미팅 때 만나 결혼까지 골인해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그의 말에서 국회사무총장 정진석, 정치인 정진석이 아닌 ‘인간 정진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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