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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겨도 맛 좋은 겨울철 아귀
못 생겨도 맛 좋은 겨울철 아귀
  • 권지혜
  • 승인 2016.01.29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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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재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 아귀 앞에서는 해당하지 않는다. 못생겼지만 맛 하나는 기가 막히다. 쫀득쫀득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아귀 한 몸에 다 들어 있다. 외모 지상주의 따위는 버리자. 맛있으면 장땡이다.

아귀는 1년 365일 수산시장에서 만날 수 있지만, 가장 맛있는 때는 12월에서 2월까지다. 시장 매대에 차곡차곡 놓여 있는 아귀를 보면 그 비주얼에 잠시 움찔하게 된다. 만약 음식을 먹을 때 생김새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보지 않는 것이 아귀찜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하지만 못생긴 아귀여도 입안에 들어오면 사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어 계속 찾게 되는 것이 함정.

흉측하고 못생겨도 버릴 것이 없다

아마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생선 중 못생김으로 꼽자면 아귀가 단연 으뜸일 것이다. 못생겼다, 못생겼다 하는 아귀의 모습을 살펴보면, 일단 일반적이지는 않다. 다른 생선에 비해 머리가 크고 납작하다. 몸통의 폭은 매우 넓고, 꼬리는 가늘고 짧다. 가슴지느러미가 매우 큰 데다 입 역시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자신의 몸만 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 날카로운 이빨까지 가지고 있어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다른 생선이 지닌 빛나는 비늘이 없고, 끈적한 점액질이 뒤덮여 있다. 거기에 색까지 거무스름하고 칙칙하다. 
아귀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계율을 깨는 악업(惡業)을 저질러 굶주림의 형벌을 받은 귀신을 일컫는 아귀(餓鬼)에서 나온 것이다. 아마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이 아닐까 싶다. 아귀는 물꿩, 물텀벙, 망청어, 꺽정이, 아꾸 등의 방언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물텀벙은 모양이 흉측하고 못생겨서 그물에 잡히면 어부들이 재수 없다고 바다에 ‘텀벙’ 버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때 아귀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 내서 ‘물텀벙’이라 불렀다. 아귀의 참맛을 몰랐던 때, 생김새 탓에 생긴 불상사다. 
그러나 생긴 모습과는 달리 아귀는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몸에 좋다. 특히 무와 파 등의 채소와 함께 끓인 아귀탕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어서 많은 사람이 찾는 음식 중 하나다. 
또한 아귀는 껍질과 간장, 아가미, 난소, 위, 꼬리지느러미 등 부위별로 그 맛과 식감이 다른데, 물컹물컹한 껍질은 묘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하얀 속살은 보들보들하고 매우 담백하다. 내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는 쫄깃한 느낌이 으뜸이다. 특히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 식품의 하나인 프랑스의 푸아그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A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있다.

낚시로 먹이를 잡는 아귀의 특이한 사냥법

아귀는 서남해와 남해, 동남해에서 두루 잡힌다. 수심 50m 이상의 깊은 바다 밑에 서식하며, 작은 새우부터 조기, 병어, 오징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위가 크고 잘 발달해 있어 종종 아귀를 잡아 올리면 아귀의 위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생선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귀의 등지느러미의 첫 번째 가시는 낚싯대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끝에는 피부가 늘어져 달려 있어 낚싯대에 달린 지렁이 같다. 아귀는 해저의 모래 속이나 돌 틈에 숨어 이를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한 뒤, 큰 입으로 통째로 삼켜 버린다. 덩치가 크다 보니 빠르게 도망치는 물고기들을 따라잡을 수 없어 먹이를 잡기 위해 진화한 것. 
아귀는 이렇게 사냥한 먹이가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 정도가 되어도 삼킬 수 있는 대식가(大食家)다.

다소 어려운 아귀 손질하기

아귀는 늑골, 즉 갈비뼈가 없어 몸이 물컹물컹한 데다 비늘도 없으므로 매우 미끄러워 도마에 올려놓고 조리하기가 힘들다. 그 때문에 아귀를 손질할 때는 아귀의 아래턱에 철사를 걸어 높은 곳에 매달아 놓는다. 위에 물을 가득 채워 중심을 잡은 뒤, 먼저 가슴지느러미를 잘라 내고 턱밑부터 껍질을 벗긴다. 그 후 살을 자르고 간과 장, 위장을 잘라 내고, 아가미를 떼어 내고,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낸다. 
아귀는 4월부터 두어 달 동안 산란기를 가진다. 그 때문에 아귀가 가장 맛있는 때는 12월부터 2월까지다. 아귀를 살 때는 몸 표면의 점액이 투명하고 냄새가 없는 것으로 골라야 싱싱한 아귀를 먹을 수 있다.

참고자료 군산지방해양수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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