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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예천 풍정리 이상배 이장이 만든 특별한 방송 ‘풍정 라디오’
[인간극장] 예천 풍정리 이상배 이장이 만든 특별한 방송 ‘풍정 라디오’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1.05.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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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이번주(5월 3~7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경북 예천군 개포면 풍정리 이장 이상배 씨와 아내 정선희 씨 부부가 만든 특별한 방송 ‘풍정 라디오’ 이야기를 그린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5부작이 방송된다.

프로그램 이름도, 편성표도 없다. 대본도, 정해진 진행자도 없다. 세상에 뭐 이런 방송이 다 있을까. 말만 들어선 당최 상상이 가지 않는 특별한 방송, '풍정 라디오' 얘기다.

경북 예천군 개포면 풍정리. 조그만 마을회관 한구석에 자리 잡은 이 라디오 방송국에선 날마다 할매, 할배들의 구수한 입담이 쏟아진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누구든 마이크 앞에 앉을 수 있고 제한 시간도 없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여전히 생생한 시집오던 날부터 생때같은 자식들과의 추억, 먼저 떠난 영감님 이야기까지…. 할매들의 인생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진한 사투리는 도시 사람들에겐 통역이 필요한 수준이지만 우리끼리 만들고 우리가 듣는데 무슨 문제가 있으랴.

노인들만 남은 이 작은 마을에 방송국이 생긴 건 5년 전. 올해로 10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이상배(62) 씨가 우연히 연이 닿은 지역방송국과 의기투합해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었다.

동갑내기 아내 정선희(62) 씨와 함께 마을 최연소 주민이자 풍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상배 씨. 그에게 마을 어른들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젊은 시절을 견디게 했던 고마운 존재이다. 그분들에게 소소하게나마 즐거움을 드리고 소통의 창구를 열고 싶어 이 특별한 라디오를 열게 됐고, 이를 계기로 적막했던 마을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 마을 반경 1.5km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풍정 라디오는 주파수를 반납하게 되면서 인터넷 방송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시끌벅적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풍정 라디오 속으로 인간극장이 들어가 본다.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 “안녕하세요, 일일 디제이(DJ) 000입니다”

오늘도 풍정마을 방송국엔 '온에어' 등이 반짝인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시골 할매들이지만 헤드폰을 끼고 마이크 앞에 앉아 입술을 푸는 모습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DJ 5년 차, 이장 이상배 씨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깊어진 주름만큼이나 가슴 속 깊이 박혀있던 사연들이 술술 흘러나온다. 가마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했던 울도 담도 없는 오두막집, 그 시집오던 날의 두려움과 막막함이 아직도 생생하고 줄줄이 딸만 낳아 눈칫밥을 먹다가 마침내 아들을 낳았을 때의 기쁨도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평균나이 80세 안팎의 마을 주민들이 직접 진행하는 특별한 라디오. 풍정 라디오는 오늘도 방송 중이다.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가난이 어찌 나만의 일일까 마는 이상배 씨의 어깨는 유난히 무거웠다. 사랑하는 여인 선희 씨를 만나 결혼했지만 차마 고향을 떠날 수 없었다. 육 남매의 맏이였던 그에겐 초등학생에 중학생, 자식 같은 동생들이 다섯.

장남을 결혼시키자마자 집을 떠난 아버지 대신 논 두 마지기, 밭 세 마지기로 어린 동생들과 편찮은 어머니를 부양해야 했다. 같이 고생길에 오른 아내 선희 씨와 함께 밤낮없이 일해도 출구 없는 막막한 삶은 계속됐다.

그런 그가 버틸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준 이들이 바로 풍정마을 어른들. 덕분에 상배 씨, 차츰 농사를 늘리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고 슬하의 삼 남매도 반듯하게 키워낼 수 있었다.

마음속에 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온 상배 씨가 이장이 된 후 연로하고 적적한 마을 어른들을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풍정 라디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봄이지만 상배 씨는 시간을 쪼개 풍정 라디오로 달려간다.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 KBS 인간극장

◆ 인생을 실어 나르는 풍정 라디오

어찌 보면 소꿉놀이 같기도 한 마을 라디오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처음엔 마이크 앞에만 앉으면 얼음이 되고 쑥스러워하던 할매 디제이들은 이제 마음속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나누고 흥에 겨우면 노래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라디오와 사랑에 빠졌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감대가 쌓였고 조용하고 적막하던 마을엔 차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울증으로 1년간 집에만 있던 할머니는 라디오를 통해 흉금을 털어놓으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특히 코로나 19로 사람들 간의 교류가 어려워진 요즘, 라디오를 통한 소통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마을 라디오의 전파 사용이 금지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 방송을 통한 '보이는 라디오'로 방향을 바꿨지만 오히려 고향을 떠난 자녀들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날마다 풍정마을 주민들의 인생을 실어 나르는 풍정 라디오. 왁자지껄 가슴 찡한 사연들 속으로 찾아가 본다.

오늘(3일) 인간극장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봄이 찾아온 경북 예천 풍정리. 삼삼오오 모여 초상화를 그리는 할머니들, 곧이어 마을회관 한쪽에 마련된 라디오 부스로 향하는데….

5년 전부터 시작한 '풍정 라디오'는 동네 사랑방이자 할머니들의 고민 상담소. 저마다 그 옛날 시집오던 날을 회상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산나물 농사를 짓는 마을 이장 이상배(62) 씨와 아내 정선희(62) 씨. 바쁜 농사철이지만 마을 일에, 라디오, 영상 편집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어르신들과 의기투합해 봄맞이 꽃 심기를 끝내고 명이나물을 따기 위해 밭으로 향한 상배 씨, 갑자기 나물을 엮어 만든 부케를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풍정 라디오는 인생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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