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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리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던지는 몇 가지 질문
넷플리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던지는 몇 가지 질문
  • 김공숙
  • 승인 2021.1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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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오징어게임' 포스터

 

BTS,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제패했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된 지 불과 16일 만에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는 집단 군무가 없어 1위가 어렵다는 인도까지 휩쓸어 이른바 전 세계 최초 올킬 신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최고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 때문에 오징어 값이 올랐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떠돈다. 초록색 트레이닝복 원조 논란에, 중국은 <오징어 게임> 굿즈로 트레이닝복, 가면, 달고나 키트까지 판매해 발빠르게 한국산 콘텐츠에 숟가락을 얹었다. 그런가 하면 성격이 뚜렷한 드라마 인물들과 견주어 ‘나는 어떤 캐릭터와 닮았을까’라는 오징어 게임 테스트까지 등장했다. <오징어 게임>은 사상 최고로 빠른 시간 내 세계적 인기와 화제 몰이의 드라마가 되었다.

어릴 적 즐기던 놀이에서도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죽었어도 다시 새 판이 벌어지면 모두 살아나 다시 재미있게 논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는 ‘지면 진짜 죽는다’. 총살이다. 이런 끔찍한 이야기가 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일까.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에 열광한 것은 그저 있을 법한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가 게임을 능가하는 처절하고 끔찍한 현실의 삶 자체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현대의 신화와도 같다. 꿈처럼 느껴지는 판타지이지만 아주 보편적이고 원형(原型)적인 인간 군상과 인간 삶에 관한 이야기다.

팬데믹 이후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생활고에 몰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 <오징어 게임>은 황금만능주의가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가장 단순하지만 원초적인 놀이가, 향락을 위해 돈이면 다 된다는 게임 설계자들에게 의해 얼마나 끔찍한 살인 게임이 될 수 있는지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이색적인 눈요기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생지옥 같은 현실의 삶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던진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마지막 대사는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왜 이런 짓을 하는지.”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456명 그리고 참가자들을 관리하고 살해하는 일꾼, 병정, 관리자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말이게 한 이들은 누구인가? 기훈은 이 대사 후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딸을 만나러 가려던 미국행 비행기에서 결연히 돌아선다.

황동혁 감독은 이 마지막 대사에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왜 우리는 그들 456명처럼 치열한 경쟁사회(게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거지?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 놓은 이는 누구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거지? 이렇게 쫓기듯이 살아가다 보면 말로 살다가 말로 죽는 것 아닐까?’ 답은 자명하다. 우리는 말이 아니다. 말로 살다가 죽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떤가. <오징어 게임>의 감독이나 배우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얼마나 큰 수익을 얻었을까? 아쉽게도 답은 전혀 ‘없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군소리 않고 충분히 대준다. 하지만 공짜 없다. 대신 저작권을 독점한다.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오징어 게임>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단시간 내 세계적 인기를 얻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재주는 <오징어 게임>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다 가져가버리는 시스템이라니 좀 억울하다.

이러한 때 서울대 아시아센터가 준비하는 국제 학술대회의 주제가 의미심장하게 눈에 들어온다. ‘넷플릭스가 한류를 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지금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앞으로는 추가 수익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뛰어난 한류 콘텐츠가 재주만 잘 부리는 억울한 곰이 되지 않으려면.
 

글 김공숙(안동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조교수) |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 센터
 

 

김공숙 교수는…

저서로 「멜로드라마 스토리텔링의 비밀」, 「고전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을까」, 「문화원형과 콘텐츠의 세계」가 있다.
한국방송평론상 수상, 스포츠경향 등 몇몇 일간지에서 방송비평을 하고 있고,
한국예술교육학회·한국지역문화학회 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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