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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코앞인데…” 화마 덮친 광주 전통시장 상인 ‘한숨’ 
“추석 코앞인데…” 화마 덮친 광주 전통시장 상인 ‘한숨’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2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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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비아5일장 내 한 과일가게에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과일과 자재들이 나뒹굴고 있다. 해당 점포에서는 전날 오후 6시59분쯤 선풍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났고, 이 여파로 인근 점포 10개동도 그을리거나 불에 탔다. 2023.9.21/뉴스1 
사진 -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비아5일장 내 한 과일가게에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과일과 자재들이 나뒹굴고 있다. 해당 점포에서는 전날 오후 6시59분쯤 선풍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났고, 이 여파로 인근 점포 10개동도 그을리거나 불에 탔다. 2023.9.21/뉴스1 

"이게 대체 무슨일이라요…. 대목이라고 물건 양신 들여놨는디 싹 다 갖다 내버리고 있당게."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비아5일장. 대목인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발생한 화재 여파로 시장 입구부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길이 시작된 과일과게는 천장 부속품이 종잇장처럼 찢겼고, 뼈대만 앙상한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가게 내부는 손님들에게 내보이지도 못한 제수용 사과와 배 등 과일이 불에 탄 채 곳곳에 나뒹굴었다. 당근과 호박, 가지 등 식재료도 잿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다.

화마의 흔적으로 시장 지붕은 물론 인근 가게까지 모두 검게 변한 채 흘러내렸고, 시장 바닥에는 물이 흥건해 불을 끄려던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었다.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은 가게를 지나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안타까워 했고, 이 가게에 물건을 자주 사러 왔다는 60대 손님은 깜짝 놀라며 두 눈을 찔끔 감기도 했다.

매달 1일과 6일 닷새마다 장이 서는 비아5일장 상인들은 가게와 물건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가장 많이 준비했을 때이자 바로 장이 서는 직전 날에 화재가 나면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과일가게 또한 전날 오후 많은 양의 과일을 준비해뒀다고 한다.

과일 가게 바로 앞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조경희씨(56)는 "과일 가게 사장님이 추석 준비를 위해 전날 오후 1톤 트럭 2대 분량의 과일을 들여다 놨다"며 "젊은 사람들이야 당일 아침에 짐을 옮길 수 있지만, 70대 사장님이라 전날 오후 미리 물건을 옮겨놔 피해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화재 여파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상인들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화재 발생 점포 바로 뒤에 위치한 건어물 가게 상인은 쉴 새 없이 물에 젖고 불에 그을린 건어물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의 손은 잿더미를 치우느라 검게 변했고, 연신 '아이고'를 내뱉는가 하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오금례씨(88·여)는 "건어물 특성상 물에 닿으면 안 되는데 불을 끄면서 물에 다 닿아 폭삭 젖어버렸다"며 "대목 준비를 위해 주 초반부터 물건을 많이 들여놨는데 다 내버리고 있다. 그야 말로 망연자실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약초 가게는 화마의 흔적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두 블록 옆인 젓갈 가게는 들이닥친 연기로 인해 내부 일부가 그을렸고, 전기 또한 차단돼 냉장고 속에 있던 물건이 상해 일부를 몽땅 버리기도 했다.

김치가게 상인 김순길씨(60·여)는 "장사를 했으면 200만원 이상도 벌 대목이었다"며 "타버린 집기, 재료들이 보고 있자니 아직도 가슴이 벌레벌레 하고 손쓸 수가 없게 돼 속상할 뿐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비아5일장 내 한 과일가게에서는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전날 오후 6시59분쯤 선풍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 여파로 인근 점포 10개동도 그을리거나 불에 탔고, 소방서 추산 190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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