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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여인들⑩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편 “은둔의 경영자, 리틀 이명희로 불리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딜레마”
재벌가 여인들⑩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편 “은둔의 경영자, 리틀 이명희로 불리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딜레마”
  • 홍성추
  • 승인 2024.04.08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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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조명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신세계 제공)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신세계 제공)

 

지난 3월8일 신세계 그룹은 정용진 총괄 부회장을 전격적으로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에 선임된 지 18년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은 셈이다. 모친인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이라는 직책으로 어쩌면 한발 물러선 느낌을 받도록 했다. 남매 경영의 모델로 자리 잡은 신세계 그룹의 변신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안팎에선 자연 그의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오빠와 달리 조용한 경영으로 유명한 그녀는 어떤 직책을 맡은 것인가 하는 관심에서다. 그러나 정유경 사장의 신상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룹에 정통한 인사들은 머지않아 정유경 사장에게도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유경 사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리틀 이명희’ 정유경 총괄사장은…

정유경 사장을 재계에선 흔히 ‘은둔의 경영자’ ‘리틀 이명희’ 등으로 부르고 있다.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빠인 정용진 회장과 달리 외부 노출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거의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한 경영으로 유명하지만 정 사장은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며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그가 맡고 있는 백화점과 화장품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지난해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1972년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의 장녀로 태어난다. 이명희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 회장인 이병철 회장의 5번째 딸이다. 이명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셈이다. 정 사장의 부친은 서울 공대를 나와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정재은 회장이고 그의 오빠가 그 유명한 신세계 그룹 정용진 회장이다.

정 사장은 재벌가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경기초등학교와 예원학원, 이화여대 미대에 입학해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해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로드아일랜드 대학은 미대의 하버드로 불릴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은 그룹 내 벤처캐피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문성욱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 두 사람은 경기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고 장인은 KBS 기자 출신인 문청 씨다.

정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신세계 조선호텔 상무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조선호텔 프로젝트 실장이었을 때 리모델링 사업을 총괄하면서 오너가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낸 것으로 소문나 있다. 한마디로 전공을 살린 리모델링 사업으로 호평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가 더욱 각광을 받은 것은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들어선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때문이다. 특히 부산 센텀시티점은 오픈할 때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였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외할아버지의 사업가 정신을 물려받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수시로 두바이, 도쿄, 미국 올란도 등의 쇼핑몰들을 벤치마킹했고 브랜드 관계자를 찾아가 설득해 샤넬 등 유명 고급 브랜드를 입점 시켰다는 일화는 지금도 백화점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매출, 2021년 이후 10분기 연속 성장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신세계 제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신세계 제공)

 

백화점에서 성과를 내자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그룹을 분할 경영하는 후계 그림을 그린다. 즉 오빠인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할인점과 온라인 쪽 등 유통 분야를 맡기고 딸인 정유경 사장에겐 백화점과 화장품 및 면세점을 운영토록 하는 분할 경영이다.

이마트의 매출이 백화점 매출을 능가하는 거대 기업군이 되었으니 모기업이나 다름없는 백화점 사업을 딸에게 운영토록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명희 회장은 단순한 경영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던 주식도 증여하면서 확실하게 구획정리를 했다.

이명희 회장은 2020년 이마트 지분 8.22%는 아들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백화점 지분 8.22%는 딸인 정유경 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정 사장은 이로써 신세계 지분 18.56%

를 보유, 개인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당시 주식 평가액은 1688억원으로 증여세만 1013억원을 고지 받아 지금도 납부하고 있다. 정 사장은 증여받은 신세계 지분을 납세 담보로 제공해 5년 동안 연부연납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도 부친으로부터 21%를 물려받아 이 회사 역시 정 사장 몫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증여세 납부 창구 역할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은 주식을 대량 물려받음으로써 사실상 신세계 백화점을 소유 경영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경영실적 역시 좋아졌다고 그룹 측은 밝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이 2021년 이후 10분기 연속 성장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연결기준으로 순매출이 7조8128억 원에 영업이익은 6454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여파로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도 선방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여세를 몰아 지방 신세계점을 속속 리뉴얼과 개장하면서 백화점 업계 1위 고수를 다짐하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장 운영권을 차지하는 성과도 냈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 출국장에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를 판매하는 운영권을 획득해 최소 10년간 운영하게 됐다.

정 사장 승승장구 경영 이면의 그림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신세계백화점제공)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신세계백화점제공)

 

그렇다고 전부 장밋빛만은 아니다. 정 사장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비쳐진 이면에는 그림자 역시 도사리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 내에 건립추진 중인 럭셔리 호텔 사업은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워낙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계획인데다 건설경기마저 불황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회사인 까사미아를 인수한 것도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그룹 안팎에선 진단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 까사로 개명한 이 가구 회사는 2018년 인수한 뒤부터 연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M&A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신세계의 본격적인 투자는 2014년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부터. 당시 신세계 그룹은 급식과 식자재 공급업을 주로 하던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이 분야 한해 매출이 6천500억 원 수준이었지만 매출을 5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만두 사업을 하던 세린식품과 스무디킹코리아를인수하며 기대를 높였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인수한 사업에서 부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오너의 야심작이 참담한 실패를 가져온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한때 딸이지만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최근에는 고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신세계 그룹이 유통업계 국내 1위 기업으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다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최근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십을 강화시켰다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 널리 퍼져 있다. 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은 주요 경영진 전원을 교체하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인사를 두고 그룹 내에선 ‘인사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 CEO를 동시에 교체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지난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서고 신세계 역시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자 인사를 통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모친 이명희 회장 닮은 은둔의 경영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뉴스1)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정용진 회장(뉴스1)

 

정유경 총괄사장은 이런 실정임에도 전혀 얼굴을 내밀지 않는 특유의 은둔형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정 사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민 것은 지금까지 딱 2번뿐이다. 처음 공식 석상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신세계 대구점 개점 행사 때였다.

이후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인 아트페어 프리즈 개막날 저녁 ‘분더샵 청담’을 찾은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가 참석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이 행사에 정 사장이 나타난 것에 대해 재계에선 많은 해석을 달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외 행보를 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신세계에서 기획한 행사로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고 오빠인 정용진 회장까지 참석하는 행사라 나왔을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정 사장은 다시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다. 모친인 이명희 총괄 회장 역시 공식 언론 인터뷰는 한 번밖에 안 할 정도로 은둔의 경영인으로 소문나 있다. 정 사장 역시 모친의 경영스타일을 닮았다고 재계에선 얘기하고 있다. 대외 행보가 거의 없으니 언론사에선 그녀의 사진 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이다. 그룹 홍보실에서 내주는 사진 아니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사장을 잘 아는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오빠인 정용진 회장이 활발하게 대외할동을 하며 얼굴을 내미는데 자신마저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의 영향도 받았음은 물론이다.

유통업계 1위를 달리다 최근 주춤한 신세계 그룹이 3세 경영인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현실에 정유경 사장의 행보는 또 다른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백화점과 화장품 등을 총괄 경영하는 정유경 사장에게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하는 관심에서다. 오빠와 달리 은둔의 경영인으로 소문난 정유경 총괄사장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글 홍성추(본지 회장) | 사진 뉴스1
 

홍성추 언론인…

필자는 서울신문 기자 때부터 30년 넘게 재벌가를 취재해 온 재벌 전문기자. 서울신문 산업부장 때 기획 연재한 ‘재벌가 혼맥 인맥 대 탐구’는 재벌집안의 이면사를 다룬 최초의 기획이었다.이 기획은 나중에 ‘재벌가맥’으로 출간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재벌 3세를 정면으로 다룬 저서 ‘재벌3세’와 논문으로 ‘재벌가 분쟁 유형 연구’가 있다. 국내 최초로 재벌가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 채널 ‘홍성추TV’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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