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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교육을 둘러싼 진실과 오해
미국식 교육을 둘러싼 진실과 오해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08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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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의 미국 거꾸로 보기 3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출신 15만 명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식 교육에 자식의 미래를 거는 한국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과연 미국식 교육이 대안일 수 있는지 미국에 온 지 갓 한 달이 지난 4학년 아들과 10학년 딸을 둔 아빠의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글 박영환(KBS LA특파원) | 사진 유원규

#1 ‘why’에 주안점을 둔 교육

▲ 아들 덕윤이의 담임 선생님이 등교 2주 전에 보낸 친필 편지. 미국 생활이 처음이지만 힘내라는 격려의 내용이다. 미국의 선생님들은 학부모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

미국 초등학교로 등교한 지 일주일 지나서 아들 덕윤에게 한국 학교와 미국 학교 중 어디가 좋으냐고 물었다. 단박에 “미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는 한국에 있을 때 미국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인디언을 가혹하게 몰아낸 행태에 비판적이었고 왜 내가 영어를 배워야 하느냐며 미국 가는 걸 꺼려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생각을 왜 바꾸었을까? “공부시간이 더 재밌으니까….” 한국에서는 수학, 영어를 학원에서 선행학습하고 교실에서 다시 배우니 지루했는데 미국서는 늘 새로우니 즐겁다는 거다. 미국에는 선행학습 학원이 없다. 교과서 문제 풀이를 해놓은 이른바 한국식 ‘전과’도 없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흥미를 심어주고 답은 집에서 과제를 하면서 스스로 찾는다. 어떤 과제물도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지리시간에는 캘리포니아가 당면한 현실에 대해 학생들이 각자 문제를 제기하도록 한다. 어떤 아이는 신문에 보도된 물고기 폐사 사진을 제출하고 그 원인을 따진다. 어떤 아이는 사막공원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자고 제
안한다. ‘어느 지역의 특산물이 뭐다’ 하는 식으로 암기하는 한국식 교육과는 다르다. 한 학기 동안 발표 날짜가 미리 정해진 과제물도 있다. 이렇게 ‘why’에 주안점을 두고 생각의 크기를 키워가는 수업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2 일등도 꼴찌도 없는 체육시간

미국 초등학교는 체육시간이 많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은 자기가 원하는 종목을 자발적으로 한다. 덕윤은 미국에서 농구를 처음 시작했는데 꽤 즐겁고 흥미롭다고 했다. 친구들이 공을 많이 패스해 준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축구팀 연습에 가는 걸 꺼리던 아이가 왜 달라졌을까? 아들은 한국서는 매번 수비수나 골키퍼만 맡았다고 했다. 공격수로 나서 멋지게 슈팅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끼워주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아이보다 몸이 무거워서 순발력이 떨어진 탓에 늘 밀려났을 것이다. 무조건 싸워서 상대팀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욕과 승부지상주의가 낳은 현실이다.
미국 체육시간에는 일등과 꼴찌가 정해지는 ‘한국식 달리기’ 시합이 없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달리는 아이도 없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코스를 완주하는 평온함이 넘친다. 10학년인 딸도 잘못된 한국식 체육에 대해 한마디 거들었다. 한국에서는 학교운동회 때 반대항의 성격이 짙어서 운동 잘하는 아이들이 모든 종목의 선수를 독차지 한다고 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좋게 말하면 응원단, 사실은 ‘들러리’다. 운동회가 고역이 되는 이유다. 프로의 세계가 아닌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뛰느냐가 중요한데 한국 체육은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다.

▲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고래 유람선을 온 가족이 탔다. 아내와 아들 덕윤, 딸 지수와 함께.

#3 벼락치기 통하지 않는 시험, 사회성이 더 중요해

10학년인 딸 지수는 미국에 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한국에서 필수 코스였던 학원을 끊었는데도 더 바빠졌다. 매일 늦은 밤까지 학교 과제물을 푸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주제가 광범위해서 인터넷을 통한 자료 검색이 중요하다. 수시 과제물은 성적과 직결된다. 한국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잘 치르면 점수가 좋지만 미국은 그렇지가 않다. 출석, 수업태도, 토론, 쪽지 시험, 과제물 등이 합쳐져 성적이 나온다. 공부를 성가시게 시키는 편이다. 한국식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 머리 좋은 학생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한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경쟁에 몰입하는 유전자를 가진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고 SAT 점수에 집착한다. 방학 때는 한국에 있는 학원으로 스파르타식 유학을 보낸다.
미국인들은 다르다. 그 시간에 과외활동과 자원봉사를 시켜 사회성, 독립성, 리더십을 배양시킨다. 실제로 미국 대학은 단순히 성적표 보다 포괄적인 인성과 사회적 기여도, 숨은 재능을 입시에서 중시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숫자화 된 점수가 반드시 성공의 지름길도 아니고 명문대학 졸업장이 행복의 보증수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4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한인 학생은?

▲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한인학생, 산호세 미션하이스쿨 12학년 졸업반인 윌 김과 그의 방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상을 바꾸는 고교생 3명을 치켜세웠는데 이례적으로 한인이 포함됐다. 비행기를 타고 급히 출장을 갔다. 졸업반인 윌 김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소액을 대출하는 ‘해피데이 마이크로펀드’를 운영해왔다. 기부에 의존하다가 점차 피구 대회나 깃발 뺏기 대회 등을 열어 1만 달러의 기금도 모았다. 다음날 시험이 있었는데도 그는 친구들과 함께 펀드를 홍보하고 돌아왔다.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실행은 어렵고 성가신 법이다. 비밀은 그의 방에 붙어 있는 인생 좌우명에서 풀렸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일, 가장 큰 해악은 아무것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거다. 결코, 결코 포기하지 말자.” 뒤늦게 안 일이지만 윌 김은 학교 성적도 수석이었다. 한국이었으면 공부에 더 매달렸을 턴데 그는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눈을 돌렸다. 정부나 시민운동가들이 해야 할 일을 평범한 고교생이 실천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일부 미국 부자들이 그들만의 성곽 안에서 엘리트 교육으로 계급을 대물림하고 있지만 나와 내가족의 성공보다는 사회적 공익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교육철학만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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