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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세이집 발표한 신현림 작가 인터뷰
사진 에세이집 발표한 신현림 작가 인터뷰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4.2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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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영혼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 메시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잊는 것과 냉담함에 익숙해졌다. 누군가의 죽음을 다루는 소식을 쉽게 잊고 도움을 요청하는 절실한 목소리에 냉정하게 외면한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안에 가둬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의 언어로 인간 내면의 깊이 있는 감성을 어루만져온 신현림 시인은 숙명적 외로움을 지닌 현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다시 사랑해야 하고 그러면 다시 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박천국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누구 하나 따뜻하게 감싸주는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의지할까봐 겁나서 단칼에 잘라버리는 냉담함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신현림 작가는 출판사 대표의 제안으로 이번 신간을 준비하게 됐다. 출판사 측에서는 책 기획 단계에서 <외로움의 은총>이라는 제목을 언급했지만, 그이가 생각하고 있던 책 콘셉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이는 곰곰히 생각해보다 자신의 진짜 소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이내 어딘가에서 답이 들려왔다.
‘다시 사랑하고 싶어.’
그렇게 그이의 이번 에세이집 <다시 사랑하고 싶은 날>이 제목이 됐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번 책에서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신현림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에세이 내용과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100컷 이상의 사진 가운데 책 속에 들어갈 사진을 엄선했다. 신현림 특유의 시적인 언어와 시적인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사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인스턴트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게도 진심 어린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책의 두께를 많이 줄여야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그이는 알토란 같은 진액을 책 속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감성 기근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그이의 따스하고 진심어린 메시지가 우리에게 단비처럼 행복한 해갈을 선사해줄 것 같다.

나도 쓰레기였던 적이 있어

자기 고백을 담은 진솔한 에세이에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진정성이 읽혀진다. 신현림 시인은 책의 첫 번째 파트 제목부터 ‘나도 쓰레기였던 저기 있어’라며 세상과 사람에 치여 신음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위로와 함께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서기를 응원한다. 그러한 메시지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그이 역시 20대 시절 좌절과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어쩌면 “좌절과 고통의 시기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었다”는 메시지가 상투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것이 나중에는 자신이 처한 인생 문제를 푸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의 20대는 요즘 소위 말하는 ‘잉여 인간’ 같은 기분이었어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내 젊은 시절 청춘들도 취직 때문에 고민했고, 취직에 실패하면 좌절해야 했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잉여 인간이라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 ‘시대가 변해도 사회는 사람을 그렇게 만드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첫 부분부터 저의 아프고 쓰라린 과거를 들춰낸 것은 폼 잡지 않고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좌절과 고통은 우리들의 스승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른 나이에 좌절을 겪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지 겸손해지고 실수나 실패를 안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게 되고, 또 공부를 겉핥기식이 아니라 좀 더 치밀하고 촘촘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못 참고 나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죠.”
그이는 힘든 세상사의 무게가 자신을 조여와도 책과 음악, 영화 등 감성으로 풀면,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버거웠던 마음의 짐들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스트레스와 걱정들을 떨쳐 버린다는 그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자신의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취미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저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팝송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을 즐겨요. 물론 독서는 제 생활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특히 독서에 열중하다 보면 현실의 괴로움이나 외로움이 비로소 사라지는 것을 느껴요. 저는 많은 사람들의 외로움이나 괴로움들은 독서와 같은 좋은 습관을 통해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작가라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책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분들이 많아요.”

극단적인 선택과 죽음을 망각하는 사회

충격적인 자살 소식이 근래 들어 부쩍 더 늘어난 느낌이다. 신 작가도 한 엄마의 자살 뉴스를 접한 후 “오죽하면 엄마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과거에는 어려워도 가난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음식도 나눠먹는 정이 있었다면, 풍족하게 살고 있는 요즘 사람은 잔혹할 만큼 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 더 슬프고 외로운 사회가 된 셈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배고파하면 밥이라도 건네줄 수 있는 연민이 있어서 힘들고 어려운 점을 말해도 수치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에 수치와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냉담한 기운들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 누구 하나 따뜻하게 감싸주는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의지할까봐 겁나서 단칼에 잘라버리는 냉담함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신 작가는 딸과 함께 4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다. 여정 속에서 신 작가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죽음을 쉽게 잊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내전이 벌어졌던 보스니아에서였다. 그이는 전쟁의 상흔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을 텐데도 그들은 우리들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존중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전이 벌어졌던 보스니아에 간 적이 있는데 우연히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종이가 6개월~1년, 최대 2년까지 붙여져 있다는 말을 들었죠. 내전의 참상이 여전히 남아 있던 지역이었는데, 그런 풍토가 아직도 남아 있던 것이에요. 진실의 반대편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는 말처럼 너무 쉽게 잊는 것도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것 같아요. 죄악이나 죄의식조차 쉽게 잊히고 있죠. 이를 심각하게 진단하고 루키즘(외모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에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시집과 사진전 준비로 열심히 산다

그이는 5~6번째 시집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그동안 책으로 발표하지 않은 작품들이 적지 않아 5번째 시집 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6번째 시집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사진전도 예정돼 있다.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10일 간 담갤러리에서 네 번째 사진전이 열릴 계획이어서 시인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로도 바쁜 일상을 소화하고 있다.
“사실 이번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창작활동과 다 연결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세이를 쓰더라도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필력이 느는 셈이죠. 제가 시와 에세이, 사진의 본질을 알면 어떤 형식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든 저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는 사진에다 비디오 작업까지 하고 싶어서 비디오 촬영과 편집 기술을 배우러 다니는데, 제가 워낙 기계치여서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배우는 게 너무 재밌어요.”
풍부한 감성과 다채로운 표현 방식,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따뜻한 신현림 시인의 언어가 냉혹하게 냉담해져버린 우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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