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가덕도 둘레길-하루코스로 적당한 섬 일주 트레일
가덕도 둘레길-하루코스로 적당한 섬 일주 트레일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25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눈부신 쪽빛 바다

 
낙동강 물이 남해로 흘러드는 하구에 위치한 가덕도는 원래 경상남도 땅이었다가 1989년 부산시로 편입되면서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 되었다. 가덕도는 불과 2년여 전까지도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이었지만, 부산신항만 건설과 더불어 건설된 가덕대교와 거제~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하며 반(半)뭍이 되었다. 가덕도 둘레길은 선창에서 시작해 동쪽의 해안을 따라 대항선착장까지 걷다가,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연대봉을 거쳐 다시 선창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부산 갈맷길로 정비되기 전부터 이름이 알려져 걷기마니아들은 해안선을 따라 걸었고, 산꾼들은 연대봉을 올라 다녔다. 해안길 뿐만 아니라 산길에서도 사방으로 확 트인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글·곽정혜 기자 | 사진·이영준 기자

▲ 사진 01
마음 가는 데 발도 따라 간다

선창마을에서 천가교를 건너는 것으로 둘레길은 시작된다. 천가교를 건너면 ‘섬 안의 섬’ 눌차도로 가게 되는데, 눌차도는 외눌, 내눌, 항월, 정거마을로 이루어진 작은 어촌마을이다. 가덕도와 눌차도 사이의 바다는 ‘천성만’이라 불리는 석호로, 양쪽이 좁고 가운데는 넓으며, 수심이 깊어 굴 양식장으로 최적의 장소다. 현재 신항만공사에서는 이곳을 매립해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쓸 계획을 하고 있으나, 주민들과 환경 단체에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바다호수 안에는 대나무가 많았다는 죽도(竹島)가 있다.
내눌마을과 동선마을을 잇는 길이 500m의 동선방조제를 지나 동선새바지로 간다. 동선마을은 ‘가덕도의 동쪽 선창’이라 붙은 지명으로, 동선본동과 향교가 있었던 생교(生校, 교동)마을, 동쪽 끝의 새바지 갯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새바지는 ‘샛바람을 많이 받는 곳’이라는 뜻이며, 샛바람은 동풍의 은어다. 동선새바지에서 산길로 들어서면 강금봉(198m)과 용봉산(251.1m)을 지나 매봉(356.5m)으로 가거나, 산불초소를 지나 천가동으로 바로 갈 수 있다. 대항새바지로 가려면 왼편의 해안길을 따라간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기도원’이라고 적힌 붉은 바위 앞으로 가면 본격적인 해안길이 시작된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1.4km 가량 걸으면 가덕기도원이 나오고, 기도원을 지나서부터는 절벽 위로 오르막 산책길이 이어진다. 산책로에는 진달래와 벚꽃나무가 많아 봄이면 연분홍의 꽃잎들이 푸른 바다를 물들인다. 기도원에서 약 200m 거리의 해안에는 대문처럼 생긴 대문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는 지름 5m의 타원형 구멍이 뚫려 있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다. 또 대문바위 남쪽 300m 지점에는 고래처럼 큰 바위가 있어 이곳의 지명은 고래덕이다. 고래덕 근처에는 높이가 쉰 질(길)이나 된다는 쉰질(길)바위가 있다. 이 갯바위 일대는 어종이 풍부하고, 초보자도 쉽게 물고기 한두 마리쯤 낚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라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나선형으로 나무계단이 깔려있는 오르막을 오르면 벤치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다대포와 몰운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절벽 위에 빈 해군초소가 있고, 더 가면 누릉능 전망대가 나온다. 누릉능은 ‘누런 빛을 띠는 바위를 깨보면 혈관처럼 빨간 나이테가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가을이 되면 깎아 놓은 듯한 절벽에 고운 단풍이 바닷물에 비쳐 누런 연못처럼 보인다고 해서 ‘누른연 벼랑’으로 불리기도 한다. 1970년대까지도 이 누릉능 계곡 중턱에는 가옥이 몇 채 있었는데, 교통이나 교육 등의 주거 환경이 여의치 않아 동선본동으로 모두 이주하고 현재는 가옥 터만 남아 있다.
누릉능에서 어음포로 가는 길은 제법 오르막이다. 잘 정비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막 끝까지 오르면, 머리 위로 연대봉(459.4m)이 있고, 발아래로는 어음포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어음포 계곡에도 1970년대까지 가옥이 있었으나, 같은 이유로 모두 이주했다. 한편 어음포는 부산시가 구상했던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비행장의 예정지이기도 했다. 군부대막사를 지나면 희망정(希望亭)이라고 이름 붙은 정자가 나온다.
왜 희망정인고 하니, 동선새바지에서 대항새바지에 이르는 6km의 해안산책로 조성을 희망근로 사업으로 했기 때문이다. 희망정을 내려서면 대항새바지와 남섬이 보인다. 대항새바지에서 대항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1km 남짓한 포장도로다. 여유가 된다면 대항마을과 외항포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사진 02
바다만이 알고 있는 질곡의 역사

가덕도 둘레길의 중간지점인 대항을 지나고 나면,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계속 해안산책로를 따라 두문항과 장항을 거쳐 선창으로 가거나, 대항에서 배를 타고 천성까지 간 다음 마을버스를 타고 선창으로 가거나, 아니면 갈맷길을 따라 연대봉을 오른 후 섬의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산길을 걷거나. 취재진은 세 번째 코스를 소개한다.
대항마을에서 지양곡으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 이어진 아스팔트 임도라 한여름에 걷기에는 무척 힘들다. 뙤약볕을 받으며 20여 분 올라 지양곡에 도착한 후로는 나무그늘이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른다. 연대봉에 오르면 남서쪽의 거가대교 휴게소와 그 옆으로 해저침매터널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해무와 아지랑이 때문에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연대봉에서 하산은 어음포 산불초소로 이어진다. 충혼탑과 소양보육원을 지나 천가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숲길과 자갈로 정비되어 걷기 편하다. 천가초등학교에 가면 1871년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가 있다. 척화비는 원래 대변항 방파제 안쪽에 세워졌으나, 일본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항을 넓히면서 비석을 뽑아 바다에 버렸다. 해방 후 다시 건져져 이곳에 세워졌다. 비석 전면에는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는 것은 곧 화친을 하자는 것이요, 화친을 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임을 자손만대에 깨우쳐주라’는 내용이 새겨져있다.
▲ 사진 03
가덕도는 동해안과 남해안이 연결되는 바닷길에 자리 잡은 탓에 조선시대 때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고, 일본 강점기에는 대륙침략 전진기지가 들어서기도 했었다. 천성마을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1544년에 만든 천성진성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 천성진성은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 주둔한 조선의 수군이 왜군 함대에 맞서 싸운 전적지이기도 하다.
천가초등학교에서 체육공원을 지나면 다시 선창에 닿으며 둘레길은 끝난다. 가덕도 둘레길은 총 길이 18.7km에 이르는 긴 코스지만, 어디에서나 조망할 수 있는 바다, 파도가 빚어낸 기암괴석, 번갈아 나타나는 해안과 숲길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진 설명>
01 굴양식장이 지천인 가덕도 앞바다. 굴 철이 되면 곳곳에서 싱싱한 바다의 맛을 볼 수 있다.
02 연대봉 오르는 임도. 다소 지루해보이기도 하는 자갈 임도이지만 삼나무 숲 그늘이 드리워 쉬어가기 좋다.
03 연대봉에서 본 대항 일대와 남해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