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1:50 (금)
 실시간뉴스
천상의 소리, 대금
천상의 소리, 대금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30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악기 이야기

 
숲을 거닐 때 저 멀리서 대금 소리가 들려온다고 상상해본다. 소나무나 대나무 숲을 지날 때의 서늘한 바람소리, 대금은 복잡한 도시생활을 잠시 잊고 생활의 여유에 젖게 만든다. 연주 모습에서 우러나는 선비의 이미지 때문인지 대금은 요즘도 남성들이 배우려는 로망의 악기다. 악기의 재료인 '대나무'의 고아한 이미지와 함께 풀어보는 천상의 우리악기, 대금 이야기.

글 이선용(문화칼럼니스트 sunny658@hanmail.net) 사진제공 소리여울 국악원(02-741-4002)

‘도레미파솔라시도’ 라는 서양 음명은 알지만 ‘황태중임남’ 이라는 우리의 음명을 아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서양음악의 기준 음은 일정한 높이, 즉 A음이며 각 음계 간의 간격도 일정하다. 그러한 서양 음악의 잣대로 우리 음을 비교하여 꿰맞추려 한다면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
기준 음 ‘황’음을 찾기 위한 여러 설화에서 대나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대나무 길이의 표준화는 나라 재정의 도량형의 기준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금은 ‘황’음을 내는 대나무 길이 즉, 기장(조와 비슷한 곡물) 1,200낱알이 한 마디에 들어가는 양을 기준으로, 다시 또 3등분 하면서 음을 세분화하여 각 음계간의 높이를 정했다고 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는 신라 신문왕(681-692) 2년에 동해 한가운데 우뚝 솟은 뫼에서 자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온갖 파란이 잠들고 적군이 물러나 이후 태평시절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설화(萬波息笛)가 등장한다. ‘만파식적(萬波息笛)’ 한자를 그대로 풀어도 파란만장한 파도를 잠재우는 피리 소리라는 뜻이다.
그 소리의 파장 때문에 오리(2 km)까지 퍼져 나가는 대금은 크기에 따라 대금, 중금, 소금으로 분류되는데, 이 셋을 함께 ‘삼죽(三竹)’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대금과 소금만 연주되고 중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파란만장한 파도를 잠재우는 피리소리, 대금

앞(종縱)으로 들고 부는 단소나 피리와 달리, 대금은 횡(橫)으로 들고 부는 악기로, 입김을 불어넣는 취구(吹口)와 6개의 지공(指孔)이 있다. 왼손으로는 1, 2, 3 번째의 지공을 여닫고, 오른손으로는 나머지 4, 5, 6 번째 지공을 여닫으면서 소리를 낸다. 또한 취구 가까이에 높은 음과 낮은 음에서 떨리는 음색을 내게 하는 ‘청공’이 있으며, 청공에는 갈대 속의 얇은 막인 ‘청(淸)’을 붙이는데 요즘엔 구하기 어려워 간편하게 셀로판 청으로 대체해 쓰기도 한다. 마지막 지공 옆에 위치한 ‘칠성공’이라는 허공(虛孔)은 정확한 음을 내기 위해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구멍으로 일명 ‘바람새’라고도 한다.
좋은 대금의 소리는 질 좋은 대나무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금의 재료인 쌍골죽은 대나무 표면에 골이 살짝 패인 형태로 정상 대나무가 아닌 병든 대나무다. 그런 희귀 질환을 앓은 대나무가 대금의 재료로 가장 좋다니 흥미롭다.
정악과 산조 연주 때는 각각 다른 대금을 쓴다. 정악 대금은 산조 대금에 비해 길이가 길고 다소 굵다. 또한 각 지공들 사이의 간격이 넓어 손가락이 각 지공 사이를 충분히 이어 닿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금의 맑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금을 연주하는 안성수(48)씨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금과 함께 20 여 년이 흘러 정악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성낙경(40, 연극배우)씨는 실제 연극 공연 무대에서 대금을 불었다고 한다.
비오는 날 추녀 끝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면서 대금을 불면 온갖 시름을 잊을 수 있다고 하니, 대금은 아마도 천상의 소리인가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