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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가야금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가야금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9.0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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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악기, 우리 소리

 
가야금이라는 명칭은 삼국시대 '가야'에서 유래했고 가실왕에 의해 중국의 '쟁(箏)'을 본떠 만든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가야의 악사인 우륵은 가실왕의 명에 따라 가야금 곡을 작곡했으며, 가야의 멸망 이후엔 신라로 넘어가서 이전 작곡한 곡들을 5곡으로 재편하여 완성했다. 만약 그 악보가 현존한다면 세계 음악사에서 가장 오래된 악보의 반열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글 이선용(문화칼럼니스트sunny658@hanmail.net) 사진제공 소리여울국악원(02-741-4002)

맑고 경쾌한 음색의 가야금

가야금은 현을 손가락으로 직접 뜯거나 밀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술대로 현을 내리치거나 튕기며 연주하는 거문고에 비해 그 음색이 맑고 경쾌하다. 가야금의 맑은 음색에 맞추어 민요를 부르는 가야금 병창도 있어서인지 여성들이 더 선호하는 악기다. 거문고는 선비들의 예의 악기라는 역사와 유생들의 기록문화 덕분에 악보가 많이 전해지는 데 비해, 가야금의 악보는 스승의 연주를 그대로 따라 하는 구전으로 전수되어 문헌으로 남아 있는 악보가 거의 없다.
전통적인 우리의 가야금은 12줄이다. 중국에는 우리의 가야금과 비슷한 21현 악기로 '구쟁'이 있다. 1950년대 이후 창작 국악의 바람이 불면서 가야금의 개량화가 다양하게 시도되어 18현, 21현, 25현으로 현의 수를 계속 늘렸다. 오늘날엔 25현 가야금이 창작곡의 독주 혹은 반주곡으로 연주되고 있으며, 젊은 가야금 연주자들로만 가야금 연주단을 결성하여 내놓은 음반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역사가 짧은 서양 음악도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로 아직도 연주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가 400여 년 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넬리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모습에서 음악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때 우리 가야금의 급변한 개량화는 어딘지 모르게 우려의 느낌이 든다. 가야금의 옛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통일신라 시대의 가야금이 일본의 왕실 기록원인 '정창원'에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이 다행인 현실이다.

 
 
정악 가야금과 산조 가야금

정악 가야금(일명 법금)은 가야금의 현을 묶어 놓은 상판 끝에 양(羊)의 귀를 닮은 판이 연결되어 있어 산조 가야금과 다른 모습이다. 산조 가야금은 빠른 민속악 연주에 적합하게 현의 간격이 좁고 그 크기도 정악 가야금에 비해 작고 상판이 새의 꼬리처럼 끝부분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가야금은 정악 연주 시에 주류에 끼지 못한 변방에 머무는 갈증에서 새로운 연주 방식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산조'다. 산조의 유파는 악보 없이 스승의 연주 방식을 따라 하는 전수 방법으로 국악의 역사에서 100여 년이 채 안 되었지만 이제는 당당한 자리 매김을 하였다. 산조는 체계화한 이의 이름을 따서 '∼류'라고 불린다.
가야금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인식을 깨뜨리게 해준 곡을 만든 이가 있으니 바로 황병기 선생이다. 서양 음악에 친숙한 현대인들에게 고요의 미학, 쉼의 미학, 여유의 미학을 일깨워 준 황병기의 가야금 창작곡은 가야금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음색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조의 장단은 느린 진양조에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점점 빠르게 진행되다가 흥이 최고조인 휘모리장단에선 절정에 이른다. 산조의 이러한 박자 진행에는 장구의 반주가 필수적이다. 산조는 연주자의 당시 기분이나 연주장의 분위기에 따라 박자의 흐름이 바뀐다. 처음엔 해금을 배웠다가 이제는 가야금의 매력에 빠져 있다는 이연숙(34) 씨가 가냘픈 손가락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는 자태가 아름답다. 악기 배우기는 뇌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주저하지 말고 시도해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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