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하학 무늬들이 은하수를 이루는 초록색 공작석의 다채로운 매력을 소개한다.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글 이영미(주얼리 디자이너)
공작새의 꼬리 깃털처럼
다채로운 색과 무늬를 가진 공작석
공작석(孔雀石, malachite)은 탄산염 계열 광물로, 열과 압력의 영향을 받아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며 결정화되고, 원소와 금속 이온들의 상호 관계가 다양한 색과 특성을 만든다.
공작석은 지표면과 가까운 구리 광상(鑛床) 풍화대에서 산출된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용해되어 지하로 스며들면, 탄산수와 구리 광석이 녹아들면서 침상 결정들이 쌓여 종유석 또는 괴상 모양으로 형성된다. 결정형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공작석은 일반적으로 불투명하며, 초록색에서 청색을 띤 색이다. 구성 입자들이 섬유처럼 배열되며, 색의 강도와 밝기가 서로 다른 줄무늬들이 층을 이룬다. 또는 동심원 또는 포도 모양으로 방사상 층을 이루고 있으며, 색의 구성이 다채롭고 신비하여 ‘공작새 꼬리 깃털처럼 생긴 광물’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공작석은 표면에 윤을 내면 짙고 선명한 초록색 광택이 있고, 기하학적인 무늬가 아름다워서 보석 장신구는 물론 공예품과 건축물을 만들거나 그림의 채색 안료, 불꽃의 원료로 사용된다. 단색으로 큰 덩어리는 매우 희귀하며, 크고 아름다운 결정 덩어리는 광물 수집가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장식·공예품, 악령을 쫓아내는 보석으로 사용
구리는 우리 문명 세계를 위해 필수적인 금속 광물자원 중의 하나이다. 공작석에서 추출한 구리는 청동의 매우 중요한 합금 재료에 속하는데, 금속 추출과 합금 기술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금속 세공 기술의 발달로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게 되었다.
러시아 우랄(Ural) 지방에서 산출되는 공작석은 크고 아름다운 덩어리로 유명하다. 러시아 황제는 궁전의 기둥과 벽을 공작석으로 웅장하게 장식하였고, 정교한 공작석 공예품들을 사용했다.
약 4~5천 년 전부터 이집트인들은 공작석을 귀하게 여겨 보석으로 사용했다. 눈에 바르는 화장품으로 사용하여 태양광선이나 벌레로부터 눈을 안전하게 보호했고, 질병과 마귀를 쫓는 부적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로마에서도 공작석의 초록색이 악령을 쫓아내는 독특한 색이라고 여겼다. 인장을 만들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축제일에 공작석으로 건물과 집안을 치장하였으며, 러시아인들은 소원을 이루게 하고 건강을 지켜 준다고 믿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여성 장신구나 공예품에 사용했다. 불교 회화에 초록색 가루로 채색하여 신비스럽고 장엄한 분위기를 발현했다.
중국에서는 터키석과 공작석을 상감기법으로 조각하여 기하학적인 문양과 세련된 색감을 조화시켜 신비로운 힘이 느껴지는 예배 의식용 청동기를 제작했다.
동심원 줄무늬가 잘 드러날수록 가치가 높다
공작석을 컷팅할 때는 아름다운 색과 무늬가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하며, 동심원 줄무늬가 잘 나타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옛날에는 공작석의 신비로운 힘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반드시 은이나 동으로 테두리 장식을 해야 한다고 믿었으나, 오늘날에는 자연스러운 모양의 메달을 만들거나 구슬 모양으로 꿰어서 다양한 패션 팔찌와 목걸이로 착용한다.
사용 후 초음파 세척이나 증기 세척은 불가하고, 따뜻한 비눗물에 세척하는 것이 좋다. 탄산구리가 주성분이므로 체내에 흡입되지 않도록 연마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동심원과 줄무늬 사이가 쉽게 분리되므로 충격에 주의하고, 산과 같은 약품이 닿지 않도록 하며, 열에 약하므로 강한 열은 피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