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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그대 그리고 나'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그대 그리고 나'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8.11.12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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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풍경사진 시리즈 '풍경이 마음에게'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풍경사진 시리즈 '풍경이 마음에게'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일이니 참 오래된 이야기다.

삼십년 전 쯤 일본으로 부터 부산에 상륙한 가라오케가 전국으로 퍼지더니 그 후 얼마되지 않아 동네마다 노래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사 부서 회식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면 노래방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던 그 무렵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트로트의 황제? 였다.

사실 나는 트로트 뿐만 아니라 발라드도 잘 부른다고 자신하지만 보통 술이 거나해져 가는 노래방에서 느린 발라드나 부르고 있으면 되겠냐며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나 태진아의 '옥경이' 같은 노래를 강요해서 그런 노래를 열창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맛깔나게 흔드는 템버린 솜씨에 어느새 '광화문 템버린' 이라는 별명까지 내게 주어졌고 술기운과 분위기의 상승작용이 일어나면 노래방은 한바탕 광란의 장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신명이 났는데 함께했던 사람들이 오죽했겠나.
일행과 헤어질 무렵이면 늘 이런 소리를 들었다.
"모처럼 잘 놀았다" "스트레스 날렸다" 등이다.

그런 밤 문화?가 이어지던 어느 날 어느 선배의 차를 타게된 일이 있었다.

선배는 시동을 걸고 테이프를 틀었는데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가 흘러나왔다.

1절이 끝나고 간주가 나올 무렵 선배는 뜬금없이 나에게 한마디 했다.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한단다."

그 때 나는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한단다." 라는 말의 의미를 금세 알 수 있었고 할 말이 있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타 라는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됐다.  '드디어' 라고 표현한 것은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면서도 미룬 세월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골라서 그 노래가 기타로 완벽하게 연주될 때 까지 연습을 했는데 벌써 그 노래들이 삼십 곡을 넘는다.

그 첫번 째로 연습한 노래가 바로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 이다.
D, G, Am등 비교적 쉬운 코드로 이루어진 노래라 첫 연습곡이 되었는지 아니면 그 옛날 선배가 한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한단다' 라는 한 마디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나는 요즘 바다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취해 바다사진을 찍으러 바다를 찾아 다닌다.

가끔 저물어 가는 어느 바다의 방파제나 방풍림 솔 숲의 벤치에서 기타로 '사랑의 트위스트'를 치며 '광화문 템버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 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낙엽 떨어진 그 길을 정답게 걸었던 그대 그리고 나...."

'그대 그리고 나'를 기타 반주로 노래할 때면 거리에서 버스킹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광화문 기타?' 라는 또 하나의 별명이 내게 붙지 않을 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본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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