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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김도형의 풍경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12.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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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강화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강화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목욕탕에 왔지.

한 해를 결산하는 이 즈음 내 몸무게의 현주소가 어디쯤일까 궁금해서 체중계에 올라갔네.

세상에, 적정체중 보다 딱 10킬로그램이 더 나가네.

거울을 보며 이 몸 어디에 그런 엄청난 무게가 들었을까 불만이지만 디지털 수치 앞에서 억울해 한들 무슨 소용.

샤워를 하고 습식사우나에 들어가 일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입에서 아! 시원타.

세상 하직하는 날 누가 내게 그동안 제일 즐거웠던 시간이 언제였냐고 물으면 지체없이 사우나에서 땀빼던 시간이었다고 말하겠네.

창밖으로 세신사는 열심히 손님 몸의 때를 밀고있고 벌거벗은 사람들 왔다 갔다.

배나온 사람 보이면 나는 앞으로 저러지 말아야지.
날씬한 사람 보이면 나도 앞으로 저래야지.

한증막의 김처럼 공허하게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커겠지만 살을 좀 빼 보겠다든가 하는 등의 새로운 결심으로 마음도 다져보고.

세밑은 원래 이런 저런 결심들을 해줘야 제격인 시간이니까.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십년을 들락거리며 한 번도 때를 밀어본 적 없는 세신사, '안녕히 가세요.'

역시 한 번도 이발해 본 적이 없는 이발사, '안녕히 가세요'

씻은 것은 몸이지만 마음이 더 뽀송.

목욕탕 너머의 하늘에 달이 걸려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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