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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퇴, 가짜 눈물이었나?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퇴, 가짜 눈물이었나?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1.08.19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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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횡포와 불가리스 사태, 오너 홍원식 회장 눈물의 사퇴의 변, 19일 여전히 홍원식 회장직 유지
사진=남양유업 제공
지난 5월 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갑질 횡포와 불가리스 사태까지 눈물로 사죄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남양유업 제공

 

지난 5월 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갑질 횡포와 외조카 황하나 사건, 또 최근 국민들의 불신에 결정적 계기가 된 불가리스 사태까지 눈물로 사죄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홍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경영권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홍원식 회장은 여전히 상근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지난 5월 사퇴의 눈물에 의혹이 일고 있다. 19일 남양유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의 직함은 '회장', 상근 여부는 '상근'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은 사퇴 발표 이후 회사 관련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회사 매각 계약이 진행 중인데, 종결 이후 현 임원들에 대한 일괄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홍 회장의 장·차남은 임원으로 복직하거나 승진해 남양유업 경영 쇄신에 의문이 일고 있다. 장남 홍진석 상무는 회사돈 유용 혐의로 지난 4월 보직 해임되었으나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한때 국내 분유, 발효유 부문 1위 기업에서 이젠 불매 1순위가 된 남양유업. 그 배경과 앞으로 회사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part1. 창업 이후 성장가도를 달려온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1964년 비료사업을 하던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이 한국인 체질에 맞는 분유를 만들기 위해 창업한 회사다. 1965년 11월 충남 천안에 제1공장을 짓고 자가생산 체제에 들어가 사업의 기반을 다졌는데 67년 1월10일 출시된 유아용 제조 분유인 남양분유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어 77년에는 유산균 발효유인 남양 요구르트를 개발, 히트 브랜드 대열에 합류시켰다. 78년에는 유업계 최초로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상장했고 회사가 커지면서 가족 모두 팔을 걷어붙였다.

장남 홍원식 회장이 1974년 기획실 부장으로 입사,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르며 경영에 참여했으며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부사장을 지냈다. 1990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2003년에는 회장에 올라 현재까지 남양유업을 이끌었다.

그가 사장에 취임한 90년대에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아인슈타인우유, 아기사랑秀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 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위기 당시 대기업마저 자금난에 휘청거릴 때 남양유업은 오히려 20%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게다가 98년 11월 그동안 상업·조흥·신한은행에 남아 있었던 180억원의 은행차입금을 모두 갚아 부채 비율을 167%에서 0%로 떨어뜨렸다. 회사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무차입 경영의 원조’라고 공식 선언할 만큼 남양유업은 현금재벌로 통했다.

남양유업은 창업 후 분유 뿐 아니라 발효유 등으로 발을 넓히며 한때 국내 분유, 발효유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이렇게 성장 가도를 달리던 남양유업이 이젠 불매운동 1순위 기업이 된 이유는 연이어 터져 나온 악재 때문이다.
 

잊혀질 만하면 터져 나온 악재
 

국민들의 불신에 추락한 남양유업(뉴스1)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와 부당한 금품 요구, 유통기한 임박한 상품보내기 등 비열한 수준의 이른바 ‘갑질사태’로 수년 째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유소비가 감소하는 시대에 갑질기업이란 오명까지 쓰게 되며 매출은 뒷걸음질쳤다.

설상가상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스캔들까지 회사를 괴롭혔다. 황하나의 마약 전과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1년도에 대마초 흡연 혐의로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한 차례 받은 데 이어 2015년도에 대학생 조 모 씨에게 필로폰 0.5g를 또 공급하고 투약을 도왔다. 2019년에도 마약투약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이던 최근에도 황씨는 또 한 번 마약류관리법 위반혐의로 입건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무리수를 둔 것일까. 지난해에는 홍보대행사를 써서 온라인에 경쟁사(매일유업)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지난 4월9일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서 코로나19를 77.8%줄이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고, 13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심포지엄 당일엔 남양유업 주가가 8%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임상시험 등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었고, 연구 자체도 남양유업이 사실상 후원했다.

식품업계에선 “이러한 수준에서 발표를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회사에서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결국 주가조작으로 한탕하려는 수작에 가까운 사건이라 금융당국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뜩이나 코로나 시국에 다운되어 있는 국민들을 우롱한 것에 분노한 시민들은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펼쳤다
 

part2. 홍원식 회장 사퇴, 대국민 사죄...국민들의 불신은 여전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홍원식 회장은 지난 5월 4일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회장의 사과와 사의표명에도 소비자의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는 것은 남양유업이라는 기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지난 5월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이후 3번째다. 8년 전엔 김웅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등 10여 명이 고개를 숙였지만 홍 회장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불가리스 사태는 워낙 사안이 심각한 터라 홍회장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믿지 않고 여전히 싸늘하다.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었던 결정적 요인은 회장이 사퇴해도 남양유업을 지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 돼 있다. 이 중 홍 회장과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 홍 회장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 총 4명이 사내이사다.

가족 3명이 이사회 절반을 장악한 셈이다. 사내이사 4명중 3명이 홍회장 가족이며 홍회장 개인 지분만도 51.68%, 가족 전체를 합치면 53.08%에 달한다. 오너 일가가 과반 대주주이기 때문에 2선으로 물러나도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언제든 입장을 번복하고 이사회를 통해 다시 회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홍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더라도 지분은 물려줄 것 아니냐면서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경영 정상화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보여주기식 사죄였다고 비웃었다.

남양유업과 같은 식품·외식업계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업종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8년 전 갑질 사태에 이어 현재 불가리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나 행동보다 변명하기 급급했다. 이번 불가리스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연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part3. 남양유업 앞으로의 향방은?
 

지난 5월27일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과 오너일가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4일 홍회장 사퇴를 실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으로 지분 매각 규모는 홍 전 회장 지분 51.8%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 52.63%에 해당한다.

그러나 남양유업 매각에 이상기류가 발생한 건 지난 7월 30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을 추진 중인 남양유업이 30일로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한 것이다. 특히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측이 거래종결 장소에 일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렸고,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매각을 철회하는 것으로 변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7월 30일 남양유업은 임시주주총회결과 공시를 통해 "금번 임시 주주총회는 연기의 의제가 제안돼 심의한 결과 9월14일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의 됐다"고 밝혔으나, 한앤컴퍼니는 "(주주총회 연기는) 남양유업의 일방적 의지"라며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반발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계약 결렬과 주총 연기에 구체적인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주총 안건과 관련해 기존 이사진과 일부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 계약 관계를 회사 측에서 알 수 없다"며 "기존 주주와 한앤컴퍼니 측의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7월 30일 처리 예정이었던 안건은 9월 주총에서 다시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매각의 진실은 무엇인가. 홍 회장의 사퇴의 변은 거짓이었나?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의 홍 회장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소송을 대비해 로펌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를 변호인으로 19일 선임했다. 한앤코도 김앤장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 양측간 법적 다툼을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싸늘한 여론 속 원위치에 있는 오너 일가
 

남양유업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지난 5월 10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비대위가 구성된 만큼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진 선임 등 후속 조치 마련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회장 사퇴와 비대위 체제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산더미다. 한편에선 남양유업 사태처럼 오너가 잘못을 저질러 대리점이나 가맹점에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한 열심히 묵묵히 일하고 있는 남양유업의 직원들의 꺾인 사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오너 일가의 잘못으로 인해 죄 없는 직원들마저 국민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침체되어 있다. 남양유업이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가족 중심의 지분 구조를 해결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다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 다시 남양유업 제품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련의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설 땅이 없으며 존폐 위기를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뉴스1)

 


현재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현재 남양유업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과 디저트카페 등에 대해 정리한 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를 위해 제품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남양유없’ 사이트까지 만든 상태로 ‘남양유없’은 남양유업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이트에선 ‘백미당’처럼 남양유업 사명과 로고를 지운 신규 브랜드도 소비하지 않기 위해 남양유업 제품 유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싸늘히 식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문화 혁신'이 중요한데 오너 일가는 사퇴 없이 슬그머니 제자리에 돌아와 있다.

일련의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설 땅이 없으며 존폐 위기를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취재 Queen 김은정기자 사진 남양유업, Queen DB

#남양유업 #홍원식회장 #한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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