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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홀로 키우며 10년간 두문불출 ‘역경 극복 인생’‘얄미운 사람’의 가수 김지애
중학생 딸 홀로 키우며 10년간 두문불출 ‘역경 극복 인생’‘얄미운 사람’의 가수 김지애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11.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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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남

중학생 딸 홀로 키우며 10년간 두문불출 ‘역경 극복 인생’
‘얄미운 사람’의 가수 김지애,
단독 마라톤 인터뷰

‘몰래한 사랑’, ‘얄미운 사람’ 등 공전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 김지애.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그녀를 방송에서 다시 볼 수 없었다. 가수 활동을 계속하면서도 언론의 관심은 극구 피해왔던 그녀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허락했다. 짧은 커트의 보이시한 모습,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보조개를 만들며 싱긋 웃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한 김지애. 이제는 중학생이 된 딸과 조용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그녀는 “요즘이 가장 편안하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취재_ 김재우·김은희 기자 사진_ 양우영 기자

“중학생 딸에게는 엄격한 엄마,
알아보는 팬들에게는 그저 미소만…,
스타의 굴레 벗어던진 지금이 더 행복하다”

KBS ‘가요무대’ 출연을 앞둔 김지애를 방송국 대기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녀가 방송국을 다시 찾은 것은 8년 만이다. 지난 2000년 컴백을 했던 김지애는 당시 별다른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대중의 시선에서 곧 사라져버렸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애써 카메라를 피해왔던 그녀는 올 8월 ‘가요무대’를 통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9월, 또 한 번의 초대를 받았다.

#무대 위에 서는 것은 겁나지 않아요
공연을 앞두고 김지애가 준비를 하고 있는 대기실에 들어섰다.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자 그녀의 얼굴에 처음 떠오른 표정은 ‘당혹감’이었다. ‘인터뷰’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몸을 돌려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버렸다. 그동안 그녀가 언론으로부터 받아온 깊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마음대로 쓰는 언론’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김지애에게 그녀의 진짜 속내만 그대로 옮기겠다고 수차례 설득한 끝에 인터뷰 수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인데 떨리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관록의 가수답게 자신의 공연 순서를 앞두고도 긴장하는 모습이 없다. “늘 서는 곳이 무대 위인데, 그곳이 어디든 떨릴 것은 없다”며 대답을 들려주는 그녀. 사실 그동안 그녀는 꾸준히 노래를 불러왔다.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고, 그녀 역시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으니 음악 활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언론의 접촉을 극구 피해왔을 뿐이다.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던 그녀가 자줏빛 드레스를 꺼냈다.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 입었다는 그 드레스는 깔끔하게 관리한 덕분인지 새 옷 같았다. 의상을 차려입고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자,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표정도 한결 누그러졌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군살이라고는 조금도 붙지 않은 그녀에게는 그 옷이 고스란히 맞았다.
“에이, 날씬하긴, 지금은 너무 마른 거죠(웃음). 나는 좀 통통한 게 건강해 보이고 좋더라고요. 몸매관리를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원래 많이 먹지를 않아요. 많이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그래서 살이 안 찌나 봐요.”

#엄격한 엄마 김지애, 그녀의 집은 ‘구리의 청학동’
대기실에 있는 동안 수시로 후배들이 찾아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수다를 떨었다. “언니, 내 머리 어때요? 오늘 신경 좀 썼는데…”, 찾아온 후배의 농담에 그녀는 대뜸 “너무 화려해”라고 농담 어린 구박을 했다.
“(머리를 묶은 기자를 가리키며) 저렇게 단정히 묶으면 얼마나 예뻐”라는 그녀의 말. 학생다운(?) 단정한 머리를 하고 있던 기자는 졸지에 칭찬을 받았다. 김지애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친오빠가 “지애는 딸한테도 이만저만 엄격한 엄마가 아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김지애는 지금 구리에서 중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도 위층에는 큰오빠네 집이 있어 적적하지는 않다고.
“딸아이한테 엄한 편이긴 해요. 휴대전화도 안 사줬고, 머리든 옷이든 단정하지 않으면 혼내요. 머리 염색 같은 건 말도 안 되고요. 그래도 제 말을 잘 듣는 편이라서 고마워요.”
엄마를 닮아 얼굴도 작고 예쁘장한 딸. 한창 멋 부리고 싶을 사춘기인데도, 꾸밀 줄도 모르고 엄마의 말을 잘 따른다. 별다른 과외를 안 시켜도 공부를 곧잘 하는 데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오는 ‘착한 딸’이다. 김지애 역시 공연을 위해 아무리 먼 지방에 가더라도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에 꼭 전화를 할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우리 둘이 사니, 크게 돈 들어갈 일은 없어요. 나도 돈 함부로 쓰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요. 외식도 잘 안 하고, 집에서 다 해먹어요. 쓸데없는 데 돈 안 쓰니까 한 달에 30∼40만원 정도면 충분히 우리 둘 생활비로 쓸 정도예요.”
한때는 가요계를 휘어잡았던 여걸 김지애. 개인적인 아픔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저 모두 지나간 일이다. 가까이서 만난 김지애는 스타의 그림자보다는 딸을 지극히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 더 강하게 묻어났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새로 가정을 꾸릴 생각도 없고, 그저 딸아이만 곱게 잘 키워내는 것이 그녀의 소망. 아직 어리지만,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딸은 김지애가 살아가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잊히지 않는 그녀만의 매력적인 목소리, 독특한 창법. 딸은 그녀의 재능을 물려받지 않았을까. 김지애는 딸이 연예계에 나오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아봤지만, 연예인의 삶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자리인지 잘 알고 있는 그녀다. 그저 딸이 곱게 자라 좋은 사람 만나 시집가서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래도 김지애의 오빠는 동생 몰래 조카에게 “너 노래 좀 하니?” 하고 떠봤다고 한다. 하지만 조카는 그저 싱긋 웃고 말더라고.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고, 엄마가 왕년의 인기가수였다는 사실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워낙 어릴 때의 일이라 기억에 없기도 하지만, 이후로도 김지애가 일절 언론과 접촉을 하지 않으니 딸로서는 실감할 이유가 없다. 딸에게 그녀는 그저 ‘직업이 가수인 평범한 우리 엄마’일 뿐이다.
그녀의 엄한 가르침에 지인들은 그녀의 집을 ‘구리의 청학동’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딸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지도 않았지만, 김지애 본인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보기 드문 모녀다. 늘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는 엄마의 가르침 때문인지, 딸은 동네에서도 인사성 밝기로 소문났다.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학원 다닌다 어쩐다 하면서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공부는 안 하고 놀러만 다니면 어쩌나 싶어서 딸아이한테 특별히 과외공부를 시키는 것도 없어요. 딱히 아이가 뭘 시켜달라고 조르지도 않고요.”
김지애의 말에 이어, 그녀의 오빠가 속 깊은 조카 자랑을 덧붙인다. 사춘기 소녀인 조카를 위해 동대문에서 종종 ‘신상’도 사다준다는 외삼촌의 조카 사랑이 애틋하다.
“엄마가 그렇게 엄하게 하는데도 딱히 반항 한 번 않고 지내는 걸 보면 지애가 딸 하나는 참 착하게 낳았어요(웃음). 그래도 한창 나이 때의 소녀인데 얼마나 하고 싶은 것들이 많겠어요. 가끔씩 집에 들르면 몰래 용돈을 주곤 해요. 나중에 지애가 알고 나면 ‘오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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