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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살려고 뛰어든 온라인 장사 ... 장보기 서비스 매출 1위 '장독대'
코로나19에 살려고 뛰어든 온라인 장사 ... 장보기 서비스 매출 1위 '장독대'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5.1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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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세종전통시장 '장독대' 대표 (사진 뉴스1)
박경희 세종전통시장 '장독대' 대표 (사진 뉴스1)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세종전통시장(조치원시장)은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다. 세종시가 파악하는 상인 수는 약 700여명, 장날 이용자 수는 1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세종전통시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여느 전통시장처럼 줄어든 발걸음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인들이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적어 단골로 생계를 유지하던 시장 골목 상점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세종전통시장 입구에서도 골목을 한참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반찬가게 '장독대'도 이런 상점 중 한 곳이다. 불리한 위치 조건을 갖췄지만 지난 4일 만난 박경희(63) 장독대 대표는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 중 한 명이었다.

네이버 동네시장(조치원시장) 장보기 서비스 매출 1위 상점 '장독대'는 어떻게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했을까.

"'돌림병이 있을 때 세상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걸 경험하게 될 줄 몰랐어요.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시장에 사람이 없어요. 큰 길에 있는 상점과 골목 상점은 차이가 있거든요. 우리 같은 골목 상점은 단골 위주로 돌아가요. 단골분들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피해가 말도 못 했죠."

박 대표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자신이 놓여있는 걸 실감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전염병이 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상 속에 활력소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단골의 발길이 끊기면서 생계에 위협을 느꼈지만 20년간 일궈온 사업을 하루 아침에 놓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던 박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네이버와 시장 상인회가 온라인 사업을 제안하면서다. 네이버는 전통시장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해 11월 세종시와 함께 세종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세종전통시장이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추가되면서 시장 상인들의 비대면 주문·배송이 시작됐다.

상인회의 제안을 수락하고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 상세 페이지를 제작했지만 60대 대표에게 온라인 사업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온라인 주문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갑작스레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는 실수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온라인 대처능력이 능숙해지자 매출도 우상향 곡선을 나타냈다. 지난 3월 박 대표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기록한 매출은 580만원. 이는 오프라인 매출(400만원) 보다 45% 높은 결과다.

"나이가 많다 보니 이런 시스템(온라인 판로 확장)을 생각하질 못하고 살았어요. 네이버 덕에 저도 변화의 시스템에 탑승해 이익을 보고 있죠. 처음엔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어려운 게 없더라고요.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게 기대돼요. 오늘은 얼마나 팔렸을까(싶어서요). 기쁘죠. 일할 맛이 나요. 판매량이나 후기를 보면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기분도 들고요."

세종전통시장의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매출은 매월 신기록 행진이다. 현재 세종전통시장 18개 상점이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320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월 매출은 4개월 만에 1996%나 상승했다. 세종전통시장이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지난해 11월 매출은 1060만400원, 지난 3월 매출은 2224만10원까지 뛰어올랐다.

이처럼 세종전통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네이버가 배송지역을 세종시 17개 동(조치원읍 지역까지 포함)으로 확대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로 시장 방문이 어려워진 젊은 이용자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소비를 이어가기 시작했고, 시장 방문이 어려운 단골들도 온라인 주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하루 2회(오전 11시, 오후1시)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로 주문을 받는다. 시간대별로 접수된 주문을 취합해 반찬을 포장하고, 오후 3시 라이더를 통해 상품을 일괄 배송한다. 주문은 일 평균 35건, 최대 60건까지 접수된다. 지역 주민은 박 씨가 당일 만든 반찬을 집에서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장독대가 다른 상점과 비교해 높은 매출을 낼 수 있었던 건 '온라인 전용상품'을 공략한 덕이다.

"남편이 군인 출신으로 기획력이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배우고, 남편은 PD랄까요. 남편이 '온라인 전용 상품'을 팔면 어떻겠냐더라고요.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뭘 좋아할지 파악해서 내놓자' 그래서 내놓은 게 '어린이 반찬', '봄나물세트'에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위주의 반찬을 찾더라고요. 후기에도 다양한 어린이 반찬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아요.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죠. 그만큼 반찬 연구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박 대표는 온라인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양한 어린이 반찬을 연구 중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으로 판로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듣게 되다 보니 '두 번째 창업을 하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땐 헝그리 정신으로 시작했어요. 20년 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 헝그리정신이 없어지더라고요. 거기에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상황이었는데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가 제게 활력소와 기쁨을 주고 있어요. 감사하죠."

박 대표의 온라인 사업이 입소문을 타는 배경으로 '정'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진 시국에 박 대표가 발송하는 반찬이 시장의 정을 '비대면'으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 장독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서 판매되는 반찬 후기엔 이런 댓글이 달려있다.

"사장님, 꾹꾹 눌러 담아져 온 반찬에서 엄마를 느낄 수 있었어요. 넉넉한 인심에 감사드립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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