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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가의 반중(反中) 정서 해결책은?
한국 방송가의 반중(反中) 정서 해결책은?
  • 김공숙
  • 승인 2021.11.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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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떨어지는 동거' 포스터.
'간 떨어지는 동거' 포스터.

 

최근 방송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중국풍의 설정과 간접 광고다. 지난 5월 26일 첫 방송된 한국 웹툰 원작의 <간 떨어지는 동거>(tvN)는 드라마 자체보다 중국 OTT 기업 아이치이의 첫 번째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라는 데에 초점이 맞혀졌다. 제작진은 중국 상품 간접 광고(PPL) 등 눈에 띄는 민감한 요인들을 조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거세진 반중 정서 속에서 중국과 어떻게든 연관된 드라마들은 시청자의 지속적인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3월에는 <조선구마사>(SBS)가 한국방송사상 이례적으로 방영 2회 만에 종영했다. 역사 왜곡의 논란은 물론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tvN)는 역사 왜곡 논란에 중국 웹드라마 원작이라는 것까지 겹쳐져 지금은 다시 보기 서비스까지 중단된 상태다. 중국 제품 PPL 논란은 진작부터 있었다. 올해 초 종영된 <여신강림>(tvN)은 과도한 중국 PPL로 “외국인들이 보면 중국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5월 초 종영된 <빈센조>(tvN)는 주인공 송중기까지 나서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드라마에서 중국 비빔밥을 PPL로 등장시켰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건은 제작사가 곧바로 해당 장면을 삭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불똥은 아직 방영 전이거나 제작 중인 드라마들에까지 튀고 있다. 중국 쯔진천의 추리소설 《장야난명(동트기 힘든 긴 밤)》을 원작으로 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JTBC)는 한석규, 정유미, 이희준, 염혜란, 김준한, 주석태 등 쟁쟁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원작 소설가가 시진핑을 찬양하고 홍콩 민주화 운동을 폄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방영 예정작이었던 동명의 중국 웹소설 원작 드라마 <잠중록>(tvN)은 아예 주요 소재와 굵은 줄거리만 유지하고 중국 원작이 아닌 완전한 한국의 순수 창작극으로 각색된다고 한다. 

거세지는 반중 정서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아울러 제작비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자가 중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의 투자와 구매 없이 제작비를 충당하기도 어렵고 힘든 현실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의 투자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주권이 침탈당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돌파구는 없을까?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답은 드라마 자체에 있다. 한국 드라마는 외국의 투자나 합작, 협력 속에서도 한국 제작진의 문화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 제작자들은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정서를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관련된 상대 국가의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국은 급격하게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신 중화주의를 내세우면서 외부 세계와 자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동북공정과 같이 필요하다면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도 왜곡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서슴지 않는 나라다. 강릉 단오제, 한복, 김치 등을 중국문화라고 강변하는 일부 중국인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 배경에 2012년 중국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China dream)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핵심 지도사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의 배타적 우월주의는 1840년 아편전쟁 패배 이후 100여 년을 제외하고는 수 천년 동안 언제나 중국인의 정신과 마음속에 골수 깊게 새겨져 왔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제작자들은 이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중의 반중 정서를 제작자들이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비관적 견해, 정부의 적극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선의 해결책은 정신 곧추 세우고 우리 역사와 상대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콘텐츠를 ‘잘’ 만들고 ‘제대로’ 소비하는 길밖에는 답이 없다.


글 김공숙(안동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조교수) | 사진 tvN <간 떨어지는 동거> 홈페이지
 

 

김공숙 교수는…

저서로 「멜로드라마 스토리텔링의 비밀」, 「고전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을까」, 「문화원형과 콘텐츠의 세계」가 있다.
한국방송평론상 수상, 스포츠경향 등 몇몇 일간지에서 방송비평을 하고 있고,
한국예술교육학회·한국지역문화학회 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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