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4월호
유자나무
김상옥
남쪽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한 그루
유자나무가 있다. 어쩌면 어느 전생의 그날처럼.
겨우내 잎을 달고 추위를 견딘 유자나무, 그는
무수한 체크 무늬로 잎과 잎을 서로 포개고 있다.
아무리 따내어도 향기는 남아, 헌 가지에 새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고 있다. 머잖아 꽃이 피고, 또 황금
열매를 맺을 것이다.
지난날 값진 비밀을 주던 유자나무, 그는 다시
그윽한 향기를 시도 때도 없이 내게 보내고 있다.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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