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50 (토)
 실시간뉴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법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법
  • 이복실
  • 승인 2022.09.25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ueen 2021.09월호) 벌써 발생한 지 일 년이 넘었지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야기이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니 나도, 내 주변도, 전 세계가 일상의 자유를 빼앗긴 채 바이러스 공포에 시달리며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더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백신이 나오고 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다시 변이바이러스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한없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집에만 있어요”

대면 만남이 어려우니 가끔 지인들과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근황을 묻는다.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바이러스를 조심하며 거의 다 집에 머무르고 있다. 나의 지인인 K도 비슷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집에서만 있었다고 했다. 모임에도 전혀 안 나가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손주가 둘인 그녀는 혹시나 어린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극도로 조심하며 산다. 집에서, 세끼 집밥을 먹는 가족을 위하여 요리하고, 독서도 하고 유튜브나 줌을 연결하여 운동하고, 주말에는 손주들과 놀아주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처음에 갑갑했으나 이제는 적응이 돼서 집에서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라고 웃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그녀 얼굴을 본 지 이 년이 되어간다.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으면 그녀를 영영 못 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그렇게 헌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여성에게 뿐만이 아니겠지만 여성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광범위하다. 교실에서의 대면 수업 대신 집에서 온라인 수강을 해야 하고, 재택근무가 늘고 사회의 돌봄서비스가 멈추면서 가사와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더 집중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영향이 남녀에게 차이가 있을까? 아직 성역할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분명히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 등은 물론 가족 내 갈등을 줄이기 위하여라도 주부에게 집중되는 청소, 요리 등 가사부담을 가족들이 함께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사와 양육 부담 나누기

작년에 보스턴 컨설팅에서 시행한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5개국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가정에서 코로나 이전보다 가사 양육에 매주 27시간을 더 쓰며, 특히 워킹맘들은 15시간이나 더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가사노동이 여성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부담은 더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여성들의 돌봄 부담이 남성 근로자에 비하여 크게 늘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더 많이 가사노동에 종사한다는 비율이 남성은 21%인데 반하여 여성은 39.4%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 응답자 10명 중 4명은 가족과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배우자’와의 갈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등 가사노동 증가로 인한 분담 문제’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시라.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직장에 다니는 딸을 위하여 매일 도시락을 싸고, 집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하여 세 끼 식사를 준비한다. 코로나 이전보다 가사노동의 강도가 훨씬 세지고 있다. 어제는 뜬금없이 딸이 묻는다. “엄마, 생일 선물로 무엇이 좋아?” 엄마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으니 은근히 걱정이 되나 보다. 나의 대답은 단순했다. “네 도시락이나 설거지라도 해주면 좋지.” 일 년에 단 한 번인 생일 선물보다 일 년 365일 동안 짬짬이 엄마를 돕는 것이 더 큰 선물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버티는 방법

작가 한동일은 저서 <라틴어 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갈등과 긴장과 불안의 연속 가운데서 일상을 추구하게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과정에서 끊임없이 평안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삶이기도 하고요. 결국 고통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음의 표시입니다. 산 사람, 살아 있는 사람만이 고통을 느끼는데 이 고통이 없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모순이 있는 소망이겠지요. 존재하기에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우리는 공부하며 살아갑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고통을 겪으며 산다. 그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우리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일단은 버티고 견뎌야겠지만, 전략과 지혜도 필요하다.

나의 버티기 전략은 자연과 동물이다. 작년에, 같이 산책을 하고 교감을 나눌 강아지도 입양하였고 주말에는 시골 텃밭도 한다. 상추는 기본이고 요즘은 고추, 토마토, 옥수수, 호박을 수확한다. 초보 농부이다 보니 벌레도 많이 먹고 모양은 제멋대로이고 엉성하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땀을 흘리며 재배한 유기농 채소는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강아지와 산책하며 교감하는 즐거움 또한, 내가 나에게 준 힐링이자 선물이다. 만일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텃밭도, 강아지도 내 삶에 이렇게 확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코로나 코로나 하다가 한 것도 없이 세월만 가게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코로나로 인한 실직이나 자영업 폐업 같은 경제위기, 변이바이러스의 확산 등 위험 요소가 한둘이 아니지만, 삶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의 시대에 가족과 건강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가족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역할 분담으로, 양성 평등한 가족의 모습이 새로운 뉴 노멀(new normal)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