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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과 일하는 법
여성들과 일하는 법
  • 이복실
  • 승인 2022.12.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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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한 사무실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는 장면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은 흔하지는 않았다. 나의 지인 중 한 분은 여성들과 같이 한 번도 일해보지 않고 퇴직했다고 안도했다. 퇴직할 무렵이 되니까 하나둘 여성 부하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성들과 일해보지 않고 퇴직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여성들과 일하려면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신경 쓰이나요?” 지인의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성희롱 이슈도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일을 같이 해보고 나서는 여성들의 장점을 인정해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여성들의 장점으로 꼼꼼함, 책임감, 열정, 성실함을 들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이다. ‘그러나’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이 이어진다. “여성들이 조금 더 감정통제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보다 조직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남성과 비교되어 지적되는 문제점은 주로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몇 년 전 후배 남자 국장이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여성 직원들과 일하면서 남자직원들과 다른,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인하여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업무 지적을 하면 눈물부터 글썽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리고, 새로운 업무 지시를 하면 이런저런 사유를 대며 못하겠다는 말부터 먼저 하니 일을 시킬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부하직원들을 툭하면 울리는 독한 상관인지,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뭔가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 신경도 쓰였다. 여직원을 남자직원과 똑같이 대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물론이고 함께 근무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다. 난감해하는 표정이 무척 심각했다. 사실 이런 질문은 많이 들어봤다. “여자들은 사무실에서 야단맞으면 왜 울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직원뿐만 아니라 여성 지도자도 마찬가지이다. 여성 지도자들이 국회 질의답변시간이나 언론 기자회견 석상에서 우는 장면이 종종 노출된다. 야단맞는 일이 억울해서 그럴 수도 있고 감성이 풍부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집에 아이들 떼놓고 힘들게 일하는 데 직장에서도 인정 못 받으면 서러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지적을 받는 훈련이 부족하여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눈물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에둘러서 말했지만 앞으로 여성들도 공적인 자리에서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편, 여성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또 직장인으로 몇 가지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 나도 직장생활 30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남성이 주류인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의하면, 작년 여성 고용률은 51.2%이다. 11년 전인 2000년보다 4.2%P 상승했지만, 남성 고용률(70.0%)보다는 18.8%P 낮은 수치다. 남녀 고용률 격차는 2020년 19.1%P (여성 50.7%, 남성 69.8%)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런 숫자는 아직도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임을 보여준다.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수인 남성에게 점수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소수자인 여성이 평가를 잘 받으려면 더 눈에 띄어야 하고 더 성과를 내어야 한다. 다수자인 남성들과 비슷한 성과를 낸다면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워킹맘의 경우는 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별도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힘들다고 하소연만 할 수는 없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성들에 대한 문제점을 들을 때마다 내가 꼭 하는 말이 있다. “문제를 가진 남성들도 많아요.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차예요.” 여성들도 억울하다. 개인의 문제를 전체로 일반화하는 경향과 오직 여성들에게만 가혹한 이중적인 시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공중파 드라마에서 “여자라서 가정에 일찍 가려 하고 직장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라고 뒷담을 하면서 동시에 높은 직위에 있는 여성을 보고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독한 여

자”라며 힐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을 잘해도 욕먹고 가정을 돌봐도 욕먹고.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난감하다.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에서 오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힐러리 클린턴도 본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성들은 딜레마에 처하곤 한다. 똑똑하게 자립해야 하지만, 누구도 언짢게 하지 말고 누구의 발도 밟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이유로 아무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CFO였던 셰릴 샌드버그도 성공한 여성은 미움을 받기 쉬워서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저서 『린 인』에서 본인의 경험을 밝혔다.

여성들과 일하는 것이 신경 쓰인다고 말하는 분들의 마음속에는 ‘남성과 일하면 편하고 좋은데 왜 여성들이 일해서 이런 고충을 겪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는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기본이다. 남녀가 함께 일해야 하는 사회환경에서 여성이 어떻고 남성이 어떻고 지적하는 직장문화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발전도 없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건강한 직장문화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시작이 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사회가 되기 위하여 남녀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정하는 직장문화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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