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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리메이크 드라마가 살아남으려면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리메이크 드라마가 살아남으려면
  • 김공숙
  • 승인 2022.12.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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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Dix Pour Cent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프랑스 원작 Dix Pour Cent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시청률 30%를 넘나든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영국 BBC1 <닥터포스터> 리메이크작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 프랑스 드라마 리메이크작까지 출시되었다.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2015년 10월부터 프랑스 공영 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 채널 'france 2'에서 방영된 <Dix Pour Cent>의 한국판이다. 검증되지 않은 작품을 리메이크할 리 없다. 프랑스 원작은 2016년 초부터 해외 사이트에서 유럽 드라마 베스트 10으로 꼽는 기사 등에 빠짐없이 오르는 등 화제를 일으켰고, 넷플릭스에서 2018년부터 시즌4까지 24편이 스트리밍 중이다. 현재 넷플릭스 대문에는 한국판 리메이크와 프랑스 원작(한국어 제목 역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이 나란히 선보여 시선을 끈다.

원작 명 <Dix Pour Cent>는 10 percent(pour cent, 퍼센트)라는 뜻이다. 영화배우 출연료의 10% 커미션을 받는 에이전트, 매니저들과 그들의 비서들이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프랑스 최상급 스타 영화배우들을 책임지며 배우에게 좋은 배역으로 주려고 애쓰지만, 연예계 특유의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려다 좌충우돌하며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특이한 것은 에피소드마다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토퍼 랑베르, 모니카 벨루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실명으로 출연해 실제 있을 법한 상황이나 사건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한국판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메소드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들의 이야기다. 역시 진짜 배우들이 실명으로 매 에피소드의 주인공 격으로 등장한다. <기생충>으로 월드스타가 된 ‘조여정’은 <킬빌>, <펄프픽션>의 타란티노 감독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캐스팅을 거절당한다. 무명배우 시절을 겪고 스타가 된 ‘진선규’와 ‘이희준’은 애증의 경쟁 관계로 캐스팅을 두고 갈등하지만 화해한다. 실제 고부 관계인 ‘김수미’와 ‘서효림’이 한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일어나는 사건, 한국에서는 덜 알려졌지만 영화 <어벤져스>로 유명한 배우 수현이 출산 후 육아와 한국에서의 연기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반전의 사건으로 회생하는 스토리가 등장한다. 한국판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원작 드라마의 설정을 참조하여 한국의 실제 배우들의 상황과 허구가 넘나들며 있을 법한 이야기를 펼쳐낸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문제는 12부작 중 초반 3회를 그렇게 가다 보니 드라마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유명 연예인의 리얼리티 홍보드라마가 아니라 ‘연예인 매니저들이 살아남는 이야기’ 즉, 그들의 삶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마태오(이서진)와 소현주(주현영)의 관계, 천제인(곽선영)과 이상욱(노상현), 김중돈(서현우)과 강희선(황세온)의 이야기가 핵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별출연자들의 광휘에 가려져 초점을 어디에 두고 시청해야 할지 헷갈린다. 그래서일까. 빅히트한 원작에 비해 한국판 성적표는 초라하다. 시청률은 점점 더 하락세다.

물론 시청률이 드라마의 가치를 결정짓는 절대적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원작과 리메이크 시청률은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이다. 오리지널 창작물의 경우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다. 반면 리메이크는 흥행한 원작을 기반으로 안전하게 다시 그 영화를 누려보겠다는 산업적인 결단에서 이뤄진 작업이다. 그럼에도 낮은 시청률로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한국판의 시청자가 원작의 시청자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는 뜻이 된다. 타국의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메이크의 방영과 시청 환경을 고려해 각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판 드라마는 원작의 설정은 잘 가져왔으나, 정작 중요한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새롭게 보이도록 수정해야 할지 고민이 부족했다. 초짜 소현주가 매니저로 살아남는 이야기였거나, 해체될 메소트 엔터테인먼트가 살아남는 이야기였다면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찐 주인공은 대개 한 명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그게 누군지 잘 모르겠다.
 

글 김공숙(안동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부교수)
 

 

김공숙 교수는…

저서로 「OTT 스토리텔링 생존공식」 「멜로드라마 스토리
텔링의 비밀」, 「고전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을까」 등이 있
다. 한국방송평론상을 수상했고, 동아일보 등 몇몇 일간지
에서 방송비평을 한다. 한국예술교육학회·한국지역문
화학회 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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