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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ONE! 죽기 전 단 한번의 무대…
TAKE ONE! 죽기 전 단 한번의 무대…
  • 박선민
  • 승인 2023.01.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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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K팝 인사이트


‘죽기 전 단 한번의 특별한 무대, TAKE ONE’이라는 제목의 리얼음악쇼가 넷플릭스 최초로 펼쳐졌다. 조수미, 악뮤, 임재범, 비, 박정현, 유희열, 마마무 등 7명이 보여준 죽기 전 꼭 해
보고 싶은 단 한 번의 무대를 원테이크로 풀어낸 이 음악시리즈는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의 지원 아래 대한민국 탑 아티스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대부분이 드라마였던 터라 이 기획은 더욱 새로웠고 주목 받았다.

이 땅의 많은 시험이 단 한 번의 기회로 평가되고 직업과 결혼, 인생의 갈림길들이 단 한 번의 기회로 결정되는 요즘, ‘죽기 전 단 한 번의 무대’라는 미션은 그야말로 아티스트의 가치관이자 아티스트 자신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이었다.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고민을 통해 단 한곡을 선택하고(take one), 그 곡에 맞는 무대를 스스로 기획하고 또 그 무대에 초대할 특정 관객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단 한 번의 무대(one take)를 완성해 보여줘야 한다. 그런 만큼 조수미로 시작돼 악뮤(악동뮤지션), 임재범, 비, 박정현, 마마무로 이어지는 가수들의 무대는 각기 저마다의 개성으로 꾸며졌다.

이 시리즈의 특별함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의 재발견과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이었다. 첫 아티스트로 나선 프리마돈나 조수미는 하루도 쉴 틈 없는 지옥 스케줄 속에서도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가장 잘 하는 곡을 해도 될 이번 무대에서 클래식 레퍼토리 중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를 선곡하고 스스로가 서양인형이 아닌 한국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국악과 오케스트라의 융합을 시도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국악과 서양음악의 미묘한 피치와 템포를 조율해가며 한국판 인형의 노래를 만들어가는 그의 열정은 매순간 독창적인 것을 향해 매진하는 진정성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임재범과 박정현으로 가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임재범은 아내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계속된 6년 간의 칩거생활을 접고 처음 등장하는 무대였다. 그런 만큼 그의 주저함이 그대로 나타났고 장발의 머리를 자르고 가수로서 발걸음을 딛기까지의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의 그러한 심경은 무대를 대하는 그의 진정성으로 나타났고 젊은 날의 치기를 넘어 인생을 노래하는 아티스트로서 담담하게 보여졌다. 또한 박정현은 한국에 와서 어려웠던 개인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가면서 지금의 열정적인 디바로서의 역량을 가감없이 발휘해 보였다.

쇼는 천만가지의 과정이 생략된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열정이 있으며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함께한다. 넷플릭스의 음악시리즈 ‘테이크 원’은 이러한 쇼의 뒷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거기엔 치열한 기획력과 그것을 현실로 풀어내는 많은 스텝들의 공이 자리한다. 악뮤의 무대에서 보여주었듯 수백 명의 댄서들과 스카이다이버 수십명이 등장하고 박정현의 무대에선 한강 한 가운데에 바지선을 띄워 최초의 무대를 가능하게 한 기상천외한 버스킹은 결국 스텝들의 몫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와 스텝들이 날밤을 새며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협치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바로 여기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대한민국 최고 아티스트들의 스토리텔링과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로서의 상품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단 한 번의 무대라는 특별함과 진정성을 그대로 끌어낼 수 있는 클라이막스의 포텐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은 결국 상품성이다. 모든 스토리텔링은 결국 클라이막스를 향한 불꽃과 같은 무대로 보여주어야 했다. 수백만의 스텝이 참여했음에도 아티스트에 의존한 많은 연출들은 극적 효과를 보여주는 데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테이크 원, 그 찰나의 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당신에게 묻는다. 죽기 전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글 박선민(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예술감독)│사진 넷플릭스 ‘테이크원’
 

 

박선민 …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예술감독, 이대 작곡과 졸업,
고대에서 문화콘텐츠로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MBC를
중심으로 15년간
쇼예능작가로 활동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한류연출자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2022 카자흐스탄 순방 공연’ ‘임시정부 100주년
아리랑 대축제’ ‘2016 이란 순방공연’ ‘2015 카타르
순방 공연’ ‘2012 세계여수박람회’ 등의 총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경희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단행본으로는 <케이팝 인사이트> <OTT 스토리텔링
생존공식> <대중가요 리메이크와 복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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