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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명화] 격동의 시대 속 영원한 사랑 ‘닥터 지바고’ 
[EBS 세계의 명화] 격동의 시대 속 영원한 사랑 ‘닥터 지바고’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2.12.3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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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BS 세계의 명화  
사진 = EBS 세계의 명화  

오늘(12월 31일, 토요일) EBS1TV <세계의 명화>에서는 ‘닥터 지바고’가 방송된다. 

어린 유리는 양친을 잃고 유복한 크로메코 부부에게 맡겨진다. 유리는 의학을 전공하며 시를 쓰는 청년으로 성장하고 크로메코 부부의 딸인 토냐와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전차에서 우연히 라라와 스쳐지나간다. 라라는 의상실을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죽은 아버지의 친구인 빅토르 코마로프스키의 재정적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17세의 대학생이다. 그러나 빅토르와 라라의 어머니는 내연의 관계였고 빅토르가 라라에게 눈을 돌리자 라라의 어머니는 자해 소동을 일으킨다. 그 일 때문에 은밀히 왕진을 오게 된 유리는 또 한 번 라라를 보게 된다. 라라는 볼셰비키 혁명을 꿈꾸는 열혈 청년인 약혼자, 파샤와의 결혼을 서두르고 빅토르와의 다툼 끝에 순결을 잃는다. 라라는 상류층 인사들의 성탄절 파티장을 찾아가 빅토르를 쏘는데 그 자리에 있던 유리가 빅토르를 치료해준다. 이로써 두 사람은 세 번째로 스쳐간다. 얼마 후, 유리는 토냐와 결혼하고 라라는 파샤와 결혼해 각자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곧 1차 세계 대전이 터지고 둘은 후퇴하는 러시아군 대열 속에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이 귀향하기도 전에 러시아 내전이 터지고 둘은 한 임시 야전 병원에서 6개월간 의사와 간호사로 일한다. 그러면서 둘은 좋은 동료이자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각자의 배우자에게 충실하기로 하며 헤어진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유리는 집이 붉은 완장을 두른 사람들에게 점령당한 것을 보게 된다. 기근과 빈곤, 혹한이 러시아를 덮치고 땔감을 훔치던 유리는 경찰이 돼있는 배다른 형제, 예프그래프를 만나게 된다. 예프그래프는 당이 유리의 시를 싫어한다며 시골로 도망쳐 숨어살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유리는 가족을 데리고 열차에 오른다. 도중에 암살범으로 오인돼 라라의 남편인 파샤와 마주치기도 하지만 유리와 가족들은 무사히 바리키노로 간다. 그곳에서 직접 땅을 일구며 살아가던 유리는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라라와 재회한다. 유리는 라라와 밀회를 거듭하며 괴로워하다 라라에게 이별 선언을 하고 돌아오던 중 빨치산에 납치된다. 2년 넘게 빨치산에게 끌려 다니다 탈출한 유리는 바리키노로 돌아가던 중 가족들이 떠났다는 얘기를 듣는다. 유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라라를 찾아가고 그녀의 보살핌 속에 건강을 되찾는다. 그리고 둘의 사이를 알고 있던 토냐가 보낸 편지를 읽는다. 갑자기 빅토르가 찾아와 라라와 유리에게 도와주겠노라고 말하지만 둘은 이를 거절하고 바리키노의 별장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유리는 라라를 주제로 한 시들을 쓰며 시인으로서의 생활을 만끽하지만 파샤의 죽음으로 라라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유리는 라라와 그녀의 딸을 빅토르에게 맡긴다.

영화 <닥터 지바고>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55년에 완성됐지만 볼셰비키 혁명을 불순하게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소련에서는 출판이 금지됐고 파스테르나크는 작가동맹에서 제명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1957년 이탈리아에서 첫 출판된 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작가가 의도했던 아니든 소설 속 주인공 닥터 지바고와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 둘은 제정 러시아의 공산화와 양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시대를 살았으나 정치나 혁명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문학과 예술에 몰두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들의 작품은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켜 본인들을 괴롭힌다. 또한 체제전복과 혁명, 그에 따른 반동이란 잔인한 시절을 살면서도 끝까지 조국에 남기를 선택했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이렇듯 <닥터 지바고>는 불안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혁명과 전쟁 속에서 사라져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시인인 주인공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지닌 개인의 인생사를 그리면서 예술가도 혁명가도 죽음을 피할 순 없지만 순수한 열정이 담긴 예술은 시대를 넘어 불멸의 생명력을 지님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일찍이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로 소설을 영화화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으며 <아라비아의 로렌스>, <콰이강의 다리>로 전쟁과 한 인물의 연대기 연출에 뛰어남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혁명과 지바고란 인물의 일생을 다룬 <닥터 지바고>는 그의 역량을 한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제작된 1960년대는 냉전이 한창이었고 소련에서의 영화 촬영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였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한 뒤 핀란드에서 겨울 장면들을 촬영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각본가 로버트 볼트, 작곡가 모리스 자르, 촬영감독 프레디 영, 오마 샤리프와 알렉 기네스까지 그간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와 배우들을 기용했기에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연출을 할 수 있었는데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익스트림롱숏으로 보여주는 설원의 풍광은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었고 영화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이 됐다. 촬영 이외에도 오스카에서 각본상, 작곡상, 미술상, 의상상의 5개 부분을 수상한 <닥터 지바고>는 한때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대작 서사 영화들 중에서도 최고의 완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엄선한 추억의 명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EBS1 ‘세계의 명화’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EBS 세계의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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