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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 와인 레스토랑 ‘앤드트리’ 이정석 총괄셰프
압구정동 와인 레스토랑 ‘앤드트리’ 이정석 총괄셰프
  • 신규섭 기자
  • 승인 2023.03.24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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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세상과의 끊임없는 소통, 그래서 평생 연구해야 합니다”
이정석 와인 레스토랑 '앤드트리' 총괄셰프.
이정석 와인 레스토랑 '앤드트리' 총괄셰프.

 

이정석 총괄셰프를 만난 건 10여전, 서초동 와인바 ‘와이너리’에서 였다. ‘와이너리’는 법조인, 예술인, 삼성 등 기업체 와인 마니아들이 즐겨 찾던, 당시는 꽤 유명한 와인바였다. 짧은 기간 ‘와이너리’ 주방을 책임졌던 그는 버섯 등 제철 식재료로 와인에 잘 어울리는 음식을 내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앤드트리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그가 서울 이태원과 강남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요리를 경험한 뒤였다. 지난해 9월 앤드트리 총괄셰프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탈리안 와인 비스트로 ‘앤드트리’의 콘셉트를 잡는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올 3월 앤드트리 오픈과 함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사람과 동물, 환경을 생각하는 레스토랑 ‘앤드트리’
앤드트리는 ‘사람과 동물, 환경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 기본 모토다. 비싸지만 유기농 야채를 고집하고, 가능하면 신선한 식재료를 쓰는 이유다. 앤드트리가 와인 비스트로를 표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저희 회장님이 독실한 크리스찬이셔서, 가능하면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자고 하세요. 그런 이유로 식재료로 비싸고 구하기 힘들지만, 거의 제철 재료를 씁니다. 그걸 얼마나 잘 소화해내느냐는 또 저희들의 몫이지만요.”  
앤드트리의 요리에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음식을 만들자’는 그들의 생각이 담겨있다. 그 철학을 담을 수 있다면 한 가지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요리를 주로 했지만 그것만 고집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재료 자체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반면 프랑스는 원재료에 향신료 등 다른 것을 가미해 다른 맛을 내는 게 특징이죠. 그래서 맛이 좀 깊습니다. 한식은 한식대로의 깊은 풍미가 있고요. 그 모든 걸 조화롭게 만드는 게 셰프들의 역할이죠.”앤드트리가 최근 브런치를 선보인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브런치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테라스에 앉아서 브런치를 먹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바라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앤드트리는 그 수요에 부응해 얼마 전부터 브런치를 선보이고 있다. 브런치에도 물론 앤드트리만의 색깔을 입혔다. 프랑스 스타일의 브런치에 이탈리아 요리를 더한 스파게티, 유기농 쌀을 이용한 떡볶이, 아보카도를 곁들인 볶음밥 등이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다. 새로운 시도지만, 우선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25년 끊임없는 변화해온 요리 트렌드
이 총괄셰프는 오랫동안 요리를 하며 깨달은 게 있다. 어려운 요리보다, 접근하지 쉬운 음식을 조금만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을 줄 아는 게 좋은 셰프라는 사실이다. 
“요리를 한지 25년쯤 됩니다. 그동안 요리 트렌드도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엔 직접 손으로 밀가루 반족해서 면도 뽑고 라자냐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곳이 많지만, 그때는 그게 대세였어요. 비주얼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때도 있었고요.”
젊은 층이 음식 트렌드를 주도한 것도 그 즈음이다. ‘달고 짠’ 음식이 주를 이뤘다. 원론적으로는 재료에서 단맛을 뽑아내야 하지만, 인공의 단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원론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셰프 입장에서는 싫지만, 거부하기 힘든 트렌드다. 그는 그런 트렌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건강이다. 2010년이 지나면서 건강은 요리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그때부터다. 와인을 공부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정말 많은 와인을 마셨다. 그는 와인을 알게 되면서 음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음식과 와인을 마리아주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와인에는 어떤 음식이, 반대로 이 음식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고민하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에 각기 다른 와인을 매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랜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화이트와인에는 흰살 생선, 레드와인에는 붉은색의 육류’가 대체로 어울린다는 거였다. 
“미슐랭 가이드북에 오른 레스토랑을 보더라도 셰프가 있고, 그에 맞는 소믈리에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소통을 통해 고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낸다는 점입니다. 한쪽 목소리만 커서는 절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죠.”
와인 후엔 사찰음식을 배웠다. 건강한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찰음식이다. 그는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인 우관스님에게 2년 가까이 사찰음식을 배웠다. 우관스님은 대부분 셰프인 제자들에게 “된장, 고추장도 못 담는 사람들이 무슨 요리냐?”며, 재료 손질부터 숙성까지 모든 과정을 가르쳤다. 
당시엔 외국인들도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라, 스님과 함께 외국 미슐랭 레스토랑을 순회하면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이 셰프는 그걸 보면서 요리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게 됐고, ‘한식 세계화가 그린 어렵지 않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앤드트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리고 전국 직영점을 통해 고객을 만날 계획이다.
앤드트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리고 전국 직영점을 통해 고객을 만날 계획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앤드트리가 꾸는 꿈
앤드트리는 어쩌면 지난 25년간 배움의 결과를 내놓는 자리다. 새로운 브런치를 내고, 와인을 곁들인 정찬을 내놓는 그의 손길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긴장에는 기대감이 함께 있다. 
“브런치를 선보였지만 메인은 아무래도 저녁입니다. 스튜나 스페인식 문어요리 ‘뽈뽀’, 스테이크는 앤드트리의 인기 메뉴입니다. 특히 ‘뽈뽀’는 스페인산 문어를 가져와서 특별하게 조리를 해서 내놓는데, 와인과 좋은 매칭을 이룹니다. 스테이크도 질 좋은 ‘투 플러스 한우’를 쓰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고요.”
이 셰프의 꿈은 단순히 레스토랑 앤드트리에 머물지 않는다. 농장에서 직접 원재료를 재배하고, 그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 전국에 앤드트리 직영점을 두고 현장에서 고객을 만날 계획도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그게 제가, 그리고 앤드트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신규섭 기자 사진 제공 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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