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수출 감소 여파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2023년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가 일부 완화됐으나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 감소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KDI는 지난 2월 발표에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지난달부터 2개월째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지난달과 비교해 "수출은 더 나빠졌는데 내수에서 개선된 지표가 있어 둘을 합쳐 보니까 비슷한 등락이었다"고 말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대부분의 품목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3월 수출은 전월(-7.5%)보다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된 -13.6%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64.2%)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반도체(-34.5%)가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1월(-10.7%), 2월(-12.4%), 3월(-17.9%) 등으로 수출 부진이 가시화됐다.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36.2%로 전월(-31.1%)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수출액은 지난번과 같은 -11.0%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수출 부진에도 서비스업 호조, 조업일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2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1.3%)보다 4.2%포인트(p) 오른 2.9% 증가율을 보였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에서 개선됐으나 반도체 및 전자부품 등이 부진하면서 전월 대비 3.2%(계절조정)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 등 여행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월 대비 7.2% 증가했다. 이는 숙박 및 음식점업(8.1%→22.5%), 운수 및 창고업(11.2%→20.6%),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1.0%→32.1%) 등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제조업은 반도체 경기 악화로 평균가동률(70.8%→68.4%)이 하락했다.
재고율은 120.1%로 전월(120.8%)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달(65)보다 소폭 오른 67을 기록했다. BSI는 부정 응답이 긍정 응답보다 많을 때 지수가 100 이하다. 단,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75로, 개선 추세를 지속하며 장기 평균 수준(77)에 근접했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천 총괄은 "반도체 가격이 워낙 많이 빠졌기 때문에 제조업의 경우 한동안은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고, 하반기 전망을 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2월 설비투자는 조업일수의 증가로 전월(-4.9%)보다 높은 5.7%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계절조정 기준으로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설기성도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전월(3.7%)보다 높은 22.4% 증가율을 보였다.
KDI는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됐다"며 "설비투자의 경우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수요가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8p 오른 92.0을 기록하면서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되면서 전월(4.8%)보다 낮은 4.2%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발표로 국제유가는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KDI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해외 은행권 부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는 지난 1월 4.52%, 2월 4.02, 3월 3.97로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세를 지속했다.
지난 2월의 경우 가계대출은 감소세가 지속된 반면, 기업대출은 중소기업을 위주로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Queen 김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