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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유언을 하는 방법
[여성과 법] 유언을 하는 방법
  • 전현정
  • 승인 2023.07.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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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속이고 다른 하나는 유언이다. 유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라면, 상속은 법률 규정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후손에게 물려줄 재산 규모가 커지면서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유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후손들이 유언에 따라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유언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유언이 모두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언 내용이 불명확하여 소송을 하는 경우도 많다. 후손들이 유언을 존중하여 서로 양보를 하면서 해결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을 때는 먼저 법률에서 정한 유언의 방식을 제대로 갖추었는지가 중요하다. 법률에서 정한 유언의 방식을 갖추지 않으면 유언은 아무런 효력이 없어져서 유언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민법에서 정한 유언의 방식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口授)증서에 의한 유언이다(제1065조). 자필증서 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쓰는 방식에 의한 유언이다. 유언의 내용뿐만 아니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쓰고 날인해야 한다. 날인이 빠지거나, 연월만 기재하고 날짜가 없는 경우에도 그 효력이 문제될 수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말로 진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말로 진술하여야 한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공증인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해야 한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그 봉서표면에 기재된 날부터 5일 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하여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그 밖의 급박한 사유로 말미암아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때에는 급박한 사유가 종료된 날부터 7일 내에 증인이나 이해관계자가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

유언장은 비밀리에 서면으로 작성해서 장롱이나 금고에 넣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증인이 있어야 한다든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든지,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유언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길 경우에는 유언자가 판단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한 것인지, 아니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또는 반혼수 상태에서 유언을 한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이유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려는 데 있다. 법률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라도 무효이다.

미국 드라마 ‘폴리티션’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성정이 사나운 두 형제가 입양된 막내 동생을 무시하면서 상속도 안 받으니까 막내 동생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엄마가 막내아들에게“너도 당연히 유언장에 쓰여 있다. 내가 확실히 해두었다.”라는 말을 한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유언장(will)이라는 단어를 평소의 대화에서 주고받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유언을 말로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 민법에서도 녹음에 의한 유언을 제외하면, 유언은 모두 유언장을 쓰는 것이다. 유언은 유언장에 쓰는 것이라고 알아두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유언을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미국은 성인 56%가 유언장을 작성하는데, 우리나라는 유언장을 쓰는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다. 유언장 쓰기 운동을 하는 원혜영 전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미국은 다 쓰니까 나도 쓰는 것이고 우리는 주변 친구나 가족들이 아무도 안 쓰니 나도 안 쓴다.”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상속이나 유언을 준비하기 위해 변호사와 상의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유언이 없거나 유언의 효력이 없으면 법정 상속이 이루어진다. 가사사건에서 이혼 사건의 증가율이 줄고 상속 분쟁이 늘고 있다. 유언을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하며 유류분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후에 자녀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소중한 인연이 부모 사후에 원망하는 관계로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생각하고 처리해야 한다. 상속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재산을 누군가에게 몰아주면 나중에 유류분을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손들 사이에 재산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말 한마디 유언으로 상속분쟁을 막을 수 없다. 유언은 법률이 정한 방식에 따르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유언을 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이 정한 방식을 따라 법률이 정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언이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유언의 방법을 잘 따라야만 사후에 상속분쟁을 막을 수 있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파트너 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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