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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자녀 교육] 효(孝)의 파생품, 근검절약과 나눔 
[명가의 자녀 교육] 효(孝)의 파생품, 근검절약과 나눔 
  • 목남희
  • 승인 2023.07.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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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 어머니의 가계부
현재진행형 어머니의 가계부

 

덕(德)이란 타인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적 마음의 요소다. 부모님은 누구보다 효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남몰래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그릇을 키워온 것이다. 자식인 우리에게도 이러한 부모님의 가치를 더욱 튼튼하게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남아있다.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한평생을 사셨으나 결코 평범한 가정주부로만 지낸 것은 아니다. 과거 어머니가 시집왔을 때 아버지 집안에는 열다섯 살, 열한 살의 시동생들과 일곱 살의 고모, 세 살짜리 막내 시동생 등 대식구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의 한반도 물자 착취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었다. 

식량, 옷감은 물론 부엌의 놋그릇까지 모두 빼앗겨 당시 국민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겨우 연명해야 했다. 시부모님과 어린 시동생 등 아홉 식구의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집안 살림에 어쩌다 잡곡이라도 조금 생길 때면 멀건 죽으로 끓여 먹었다. 그것마저도 힘들 때는 인근 산에 올라 소나무 껍질을 벗긴 송기로 죽을 끓여 시부모님에게 한 그릇씩, 머슴들한테 두 그릇, 동생들한테 한 그릇씩 주고 나면 솥이 다 비었다고 한다. 철없는 시동생들이 머슴들에게 왜 두 그릇을 주고 자기들은 한 그릇만 주냐고 형수를 원망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솥에 남은 것을 훑어 먹으며 주린 배를 움켜쥐고 참아야 했다. 

더 나아가 할머니는 20년 이상 손수 할아버지를 병수발하면서도 이웃에게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하동군에서 알고 북천초등학교 정문 앞에 열녀상과 효열비를 세워줬을 정도다. 훗날 부모님이 이웃돕기에 앞장서게 된 것도 이러한 할머니의 정신을 이었기 때문이다.

 

효자효부비석
효자효부 비석


부모님이 물려준 가치들

언제부턴가 가족을 책임진 아버지가 돈을 벌어오기 시작하면서 경제권은 어머니에게로 넘어갔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악착같이 저축하여 논 20마지를 사들였고, 그로 인해 집안에 재산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살림으로 아버지는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내주고, 학교 앞 기와집을 사들여 노인 복지관으로 개조해 기부했다. 집에 손님이 오면 정성을 다해 대접하면서도 자신 옷은 제때 사 입는 법이 없었고, 밑창에 구멍이 나지 않는 한 새 구두도 탐내지 않았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아버지가 한 번은 길을 가다가 쓰레기로 내어놓은 새 비닐장판을 집으로 들고 오셨다. 환경문제도 있지만, 국가 자원 낭비라고 하면서 지하실에 깔아두고 내려갈 때마다 “이렇게 좋은 것을 버리다니. 내가 참 잘 가져왔지”라며 흐뭇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가 생전에 두고 간 옷들은 체격이 비슷한 동생이 가져다 입었다. 지금도 동생은 아버지가 입던 한복을 꺼내 입곤 한다. 이렇듯 부모님은 평소 아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지만, 우리는 아주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절약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95세의 어머니는 지금도 가계부를 적는다. 1965년 가계부에는 5원도 적혀있다. 어머니는 계산기만큼 셈이 정확하다. 어머니의 가계부 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천원까지 계산을 맞춘다. 우리 집의 역사가 그 가계부 안에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누군가 우리 집에서 가장 귀한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어머니의 가계부가 맨 첫 자리에 놓일 것이다.

“효도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랑한다.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눔을 즐겨하고 근검절약의 실천이 파생된다.” 이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이다.

·사진 목남희(전 단국대 교수)
 

 

목남희는...
지난 10년간 단국대학교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로 몸담았다. 의사, 회계사, 교수, 박사, 서울대 법대, 하버드대 외 뉴욬 콜롬비아 졸업생만 4명을 배출한 그 비결은 부유한 환경, 부모님의 좋은 학벌, 재능이 아닌 부모님이 몸소 보여준 ‘효의 실천’을 꼽는다. 성적보다 인간성, 출세보다 행복을 강조했다는 그녀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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