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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김영희의 차이야기⑥ 몸과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는 냉차
청명 김영희의 차이야기⑥ 몸과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는 냉차
  • 김영희
  • 승인 2023.08.0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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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죽매차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그리운 여름, 청량한 냉차 한 잔은 온갖 시름과 더위를 잊게 한다. 수련이 피는 물가에 앉아 불어오는 강바람에 몸을 맡기거나, 고택의 나무 그늘에서 차를 우리고, 색색의 여름 과일과 얼음으로 만든 티펀치를 유리볼에 담고, 진한 말차에 얼음을 띄우는 등 형형색색의 냉차로 여름을 이기는 지혜를 가꾸어보자.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야 하는 냉차

“덥다고 뜨거운 차 마시기를 그만두는 것은 진정한 차생활이 아니다”라 했지만 더운 여름날, 시원한 냉차 한잔은 몸과 마음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지친 몸에 활력을 주는 존재이다. 하지만 급하게 마시면 탈이 나기도 한다. 냉차를 마실 때는 끓는 물에 갓 우려낸 뜨거운 차를 대하듯 천천히 여유롭게 마시는 것이 좋다.

무더위에 바깥 활동으로 땀이 맺힐 때 체온을 내리기 위해서는 찬물이 효율적이지만, 문제는 인체의 흡수력이다. 차가운 물이 인체의 소화관을 지날 때 위나 장의 점막은 혈관이 수축되고 경련이 일어나며, 찬물은 점막을 통해 신속히 흡수되지도 않는다. 체온과 비슷한 정도로 물의 온도가 올라야 서서히 흡수된다. 체온보다 많이 낮은 물이 조직에 흡수되면 효소의 작용 등 인체대사에 장애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찬 음료를 급하게 마시면 배는 더부룩하고 갈증이 그대로인 것은 소화관내에서 물이 흡수되지 않고 정체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냉차는 천천히 여유롭게 마셔야 하며, 또한 냉차에는 달콤한 다식이 어울린다.

냉차는 모든 종류의 차를 우린 후 얼음을 넣으면 그대로 냉차가 된다. 냉녹차, 냉청차, 냉홍차, 냉보이차, 등등 거기다 각종 대용차도 마찬가지다. 냉매화차, 냉연꽃차, 냉국화차 등 다양한 여름 냉차 중에서 대표적인 몇 종류의 차를 알아본다.

 

1. 냉녹차

가장 쉬운 방법으로 소위 냉침이라고 하여 차망이 들어있는 물병에 녹차를 넣고 생수를 넣어 냉장고에서 서서히 우리면 청량감 넘치는 냉녹차가 된다. 무더위도 날리고 식사 전후에 마시면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냉녹차를 만들 때 찬물에 오랜 시간 우리기보다는 평소 하던 대로 뜨거운 물에 우려 식히고, 식힌 차에 생수를 섞어 물의 생기를 보충하고 얼음을 넣으면 더 좋다. 뜨거운 물에 우리는 것은 차의 성분을 골고루 추출할 수 있다.

2.향긋함이 더해진 허브 냉녹차

냉녹차에 다양한 허브를 곁들이면 향기가 더해져 좋다. 차를 따끈하게 우려 얼음을 얹고 허브를 올리는 단순한 방법이지만 얼음 때문에 향이 순해져서 녹차와 어울려 더 향긋한 차가 된다. 차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맛이다.

3.바다를 연상시키는 시원함 냉말차

뜨겁게 우린 말차에 얼음을 띄우거나 식힌 탕수를 얼음에 통과시켜 그 물로 말차를 저어내는 말차법이다. 말차는 바다를 연상시켜 여름에는 거품을 덜 저어 푸른 바닷물을 마시는 것이라 한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으로 그 삶의 본질적인 물음을 안고 마시는 차다. 이 차에 꽃처럼 송홧가루나 금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4. 젊은이들이 즐기는, 아이스 말차

요즈음 젊은이들의 취향을 겨냥한 진하게 격불해 얼음을 동동 띄운 아이스 말차가 여름냉차로 인기가 있다. 차광 재배한 녹차를 쪄서 맷돌로 갈아 만든 프리미엄 말차는 진하게 개어도 쓰지 않고 말차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체에 곱게 내린 말차를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서 격불하면 뭉침 없이 고운 거품을 낼 수 있다.

5. 몸과 마음이 향기로운 연꽃 얼음차

냉차를 즐기는 방법은 차인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얼음을 띄운 냉연꽃차다. 아름다운 자태와 은은한 향 그리고 대용량으로 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연꽃을 상온에 우려내어 냉장 보관하고 여기에 얼음을 띄우거나 우린 연꽃물과 찬물에 우린 녹차를 적당한 비율로 블렌딩하여 일부는 얼음으로 얼려두고 나머지는 냉장 보관하여 연지에 부어 표주박으로 찻잔에 담아낸다.

6. 새콤달콤 티펀치

여름에 차를 가장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컬러가 확실한 티펀치가 아닐까. 컬러풀한 제철 과일을 큐브 형태로 커팅해 주고 얼음을 한가득 유리 볼에 담고 달콤한 맛이 나는 스파클링 로제 와인 그리고 레몬즙, 마지막에 진하게 우린 스트레이트 홍차를 넣어주면 그야말로 특별한 여름 음료 ‘티펀치’가 완성된다.

7. 버라이어티 밀크티

홍차는 적당량의 물과 함께 팬에 담고 우러나면 우유를 더하고, 말차는 적당량의 물에 격불하여 덩어리 없이 풀어두고 우유를 더한다. 밀크티와 말차 밀크티를 얼음을 담은 컵에 순서대로 담으면 완성. 또 다른 조합으로는 말차+우유+에스프레소 순서로 담아도 좋다.

8. 여름에 듣는 봄의 소리 송죽매차

전혀 새로운 감각의 냉차다. 먼저 소나무 가지를 뜨거운 물에 우린 후 얼음에 통과시키고, 그 다음에 댓잎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 얼음에 통과시키고, 마지막으로 말린 매화를 뜨거운 물에 우려 또 얼음에 통과시킨 후 그 우린 찻물들을 혼합하여 얼음을 띄우면 세 가지 향과 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송죽매차가 된다.

9. 고운 색으로 더욱 맛이 나는 오미자차

오미자를 찬물에 하루쯤 우려내거나 생오미자를 설탕에 재워 발효시킨 원액을 물로 희석하고 얼음과 매화꽃이나 배를 예쁘게 오려 띄우면 맛과 향기가 새롭다. 이 경우에 오미자 얼음을 만들어두면 좋다.
 

수련 연못가 냉녹차
수련 연못가 냉녹차

 

한의사가 전하는 여름을 이기는 지혜, '생숙탕'

한의사 도원석 박사는 차가운 음료가 필요할 때는 ‘생숙탕生熟湯’을 만들어 마시면 찬물의 부작용을 덜 수 있다고 권한다. 그에 의하면 생숙탕은 음양탕陰陽湯이라고도 하며, 끓인 물을 차가운 물과 대략 5:5로 섞은 물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끓였다 식히기를 반복한 물을 ‘백비탕百沸湯’이라 하여 경락經絡의 기를 잘 소통시켜주는 약수로 인정한다. 실제 오래 끓은 물은 불순물이 적고 순수 물분자의 밀도가 높아 체내 흡수가 용이하다. 생숙탕은 수분의 빠른 체내 흡수와 물의 생기를 함께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물이라 할 수 있다.

더위로 몸에 열이 날 때 적당히 시원한 생숙탕을 마시는 것은 같은 온도의 냉수에 비해 효과적인 수분 흡수와 소화기관의 트러블을 예방하는 현명한 음수법이다. 그리고 여름철 냉차를 만들 때도 생숙탕을 활용하면 좋다.
 

 

인삼 냉말차

냉말차는 보통 점다한 말차를 식히거나 냉수에 직접 점다하는데 모두 말차의 생명인 유화乳花를 살리기 어렵다. 또 찻가루가 침전되어 따뜻한 차에 비해 풍미가 떨어진다. 시원한 생숙탕에 말차와 함께 인삼가루나 가시오가피가루를 더해서 점다하면 유화를 일으키거나 유지하는 데 더운물 못지않다. 또 인삼이나 가시오가피는 차와 물의 냉한 기운을 보완해서 건강에도 이로운 재료이다.

냉홍차

대용차나 블렌딩 냉차의 최고 재료인 오미자는 몸의 진액을 보충하고 호흡기의 건조함을 막아주어, 여름철 건강차 재료로 적격이다. 오미자가 들어간 여름철 보양차인 ‘생맥산生脈散’은 맥박을 살린다는 이름만큼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는 명약이다. 생맥산은 오미자와 보기약의 대표격인 인삼과 에너지를 보충하고 진액을 유지시키는 맥문동을 함께 배합하여 약한 불에 한 시간 정도 끓여서 만든다. 생맥산에 다양한 차를 섞어 보았는데 대엽종 홍차와 생맥산을 섞고 꿀을 가미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다. 생맥산 홍차는 냉차로도 풍미가 훌륭하다.

글·사진 청명 김영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청명헌차회 회장)
 

 

김영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동국대미래융합교육원 차명상지도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46년 전 여연스님께 차 입문하여 최고의 차선생님들께 사사.
청명헌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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