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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증여세와 상속세의 개선
[여성과 법] 증여세와 상속세의 개선
  • 전현정
  • 승인 2023.09.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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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에게 증여세를 줄여주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8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의 기간 중 직계비속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1억 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성인 자녀에 대한 증여세는 10년마다 5,000만 원의 범위에서 면제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신혼부부는 내년부터 부부 각자가 1억 5,000만 원씩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에 대해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니, 신혼부부는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는 재산이 3억 원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혼인 전후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에 대한 증여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물가 상승을 감안한 조정으로 결혼과 출산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2030세대는 공제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소수만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여세 공제한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증여나 상속에 따른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이 같다. 그러나 공제한도가 다르기 때문에 상속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고 증여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종전에는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적었고 부모 재산의 이전도 주로 상속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자녀에게 증여를 할지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상속세 과세대상이 늘어나고 상속세나 증여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상속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가업을 승계하고자 상속·증여가 이루어질 경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세무·법률문제가 발생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계가 이루어지면 한꺼번에 고액의 재산이전 비용이 발생하여 경영권 승계뿐만 아니라 상속인의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세금 납부를 위해 재산을 매각하고 기업의 경우에는 경영권까지 매각하는 사례도 있다. 재산 이전에 따른 세금 문제를 미리 대비해야만 원활한 가업승계가 가능하다.

상속이나 상속세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상속세를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Durkheim)은 상속 제도를 신분제와 비슷하게 보아 성과주의와 맞지 않는 상속은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였다. 이에 비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상속세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중시한 밀턴 프리드먼은 부모도 모은 재산을 어떻게 할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하면서 물려받은 재산을 당연하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요구는 옳지 않다고 하였다.

상속세를 부과해야 할지 또는 세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상속세를 높게 부과하는 나라도 있고, 세율을 낮게 책정한 나라도 있으며,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도 있다. 상속세는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과 집중의 완화를 위하여 마련되었다. 이러한 목적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상속세의 적정선을 어디에 둘지가 관건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우리나라가 50%, 일본 55%, 프랑스 45%, 영국과 미국 40%, 독일 30%(배우자 또는 자녀 상속의 경우)이다. OECD 전체 국가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은 25% 정도이다. 독일은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관계에 따라 3개의 등급을 구분하고 등급에 따라 세율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배우자나 자녀가 상속을 받을 경우 최고세율이 30%이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세율 30%가 적용되려면 2,600만 유로(약 370억 원)를 초과하는 재산을 상속받아야 한다.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가 1972년에 세계 최초로 상속세를 폐지하였고, 이스라엘, 인도, 뉴질랜드, 미국 뉴햄프셔와 루이지애나, 포르투갈, 스웨덴, 러시아, 오스트리아·싱가포르 등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였으며, 영국도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상속과 증여를 통틀어 1명 당 평생 1,292만 달러(약 160억 원)까지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속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정한 상속세·증여세의 과세표준과 구간별 세율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세율이 지나치다는 점에 대해 동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상속세나 그 절세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상속세 세율의 개선보다 시급한 문제는 거주 부동산의 상속이다. 독일에서는 재산 소유자가 사망할 때까지 10년 이상 함께 거주하던 주택을 배우자나 생활동반자가 상속받을 경우에는 상속세가 면제되도록 하였었다. 다른 재산은 몰라도 살던 터전이 상속으로 위협받고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번 증여세 개정안을 보면서, ‘하필이면 왜 결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혜택을 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죽 반발이 심하면 이런 식으로라도 개선안을 마련하였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혼인을 매개로 하는 공제는 부적절하다. 혼인 공제 제도는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 문제를 낳는다. 결혼을 원하지만 결혼이 용이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결혼하더라도 반드시 출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늘고 있고, 비혼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조금 시각을 바꾸어 생각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증여와 상속에 관한 세제가 현실화되고 좀 더 나은 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그리고 공평하게, 증여와 상속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면 세제 개편은 더욱 환영받을 것이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파트너 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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