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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 잼버리 파행 그후…정치권 책임공방 Why
새만금 세계 잼버리 파행 그후…정치권 책임공방 Why
  • 오수연
  • 승인 2023.09.1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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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이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를 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00여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6000여명을 수도권으로 철수시킨다. 2023.8.8.

154개국에서 4만3000명이 참가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00년 잼버리 역사상 최악으로 기억될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 책임을 두고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이 막이 오른 것이다. 여야의 책임 공방전은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올 정기국회의 파행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가열되는 양상이다.

준비부족, 폭염 태풍 겹치면서 조기철수 망신

새만금 잼버리 행사는 처음부터 논란이 컸다. 야영이 기본인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임에도 풀벌레들이 득실거리고 그늘 한점 없는 땡볕과 텐트를 설치 할 수 없는 뻘밭 등이 즐비했다. 이례적인 폭염 대책에도 속수무책이었고 첫날부터 온열 질환자 수백 명이 속출했다. 대회 기간 매일 1000명을 훌쩍 넘는 대원이 온열질환과 벌레 물림 등 으로 병원을 찾았다. 조직위는 하루 평균 400여명의 환자를 예상했다. 조직위의 엇나간 예측은 병상 부족으로도 이어졌다. 일부 약품은 동이 났다. 대회 석 달을 앞두고 조직위가 확보한 의료진은 55명뿐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 위생 문제, 곰팡이 핀 달걀 등의 사진이 SNS에 올라가 해외 언론들과 한국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은 경악했다. 정부는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몰아치자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부랴부랴 진행된 대규모 K팝 콘서트로 그나마 위로를 받은 행사 참가자들이 웃는 얼굴로 인천공항을 떠났지만 행사 실패에 대해 총체적이고 냉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먹구구식 행사 준비… 정부·전북도 책임회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실패하게 된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0년 조직위원회가 꾸려진 이후 정부와 전북도가 치밀하게 대비했으면 막을 수 있는 실패였다. 한마디로 인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2017년 8월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160여개 회원국의 투표 결과 새만금이 607표를 얻어 2023년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결정됐다. 그러나 잼버리가 열릴 부지는 당시 매립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새만금 매립 공사는 30년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못했다. 특히 관광·레저용지 1지구의 경우 2020년 개발 완료 예정이었으나 2019년 12월까지 매립 완료된 용지는 고작 12.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북이 숙원 사업인 새만금 매립과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이미 매립된 부지를 놔두고 해당 부지를 야영장으로 선정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잼버리 부지는 행사 직전인 2023년 4월에야 매립이 완료됐다. 허겁지겁 매립된 땅에는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었다. 상하수도, 주차장 등 기반시설과 잼버리 대집회장, 글로벌 청소년 리더센터 건립, 잼버리 야영장 조성 등을 끝내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개막과 동시에 불거진 문제점은 화장실, 샤워실, 식당의 위생 상태였다. 폭염과 태풍 등 기후 요인은 어쩔 수 없지만 기본적인 시설은 사전에 충분히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지난 8월 8일 브리핑에서 “세계연맹에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위생”이라고 시인했다.

4만여 명이 야영하는 잼버리 영지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겨우 354개 설치됐다. 천막으로 된 샤워실도 381개에 불과했다. 121.5명당 1개꼴인 화장실에서 수만명이 생리적 현상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샤워장 1곳을 112.9명이 사용하면서 폭염에 제때 씻기도 어려웠다. 납품된 구운 달걀에선 곰팡이가 발견됐다.

야영장 조성 등 시설비에 투입된 예산은 130억원이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화장실, 샤워장 등 상부 시설을 설치하는 데 119억원이 투입됐다. 급식과 식당 운영 등에는 121억원이 들어갔다. 감사원은 예산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쓰였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40명 규모의 안전점검단을 꾸려 2023년 3월과 7월 두 차례 현장 점검을 했지만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회 1년 전인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침수 문제가 지적되자 여가부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았다”고 했고 올해 5월 다시 침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배수로 정비는 거의 다 됐다”고 강본대회의 리허설 격인 프레잼버리가 지난해 8월 2일부터 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당초 예정 인원 1만명의 10% 수준인 1000명만 참가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이마저 무산됐다. 본행사에서 드러날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다.

중구난방 사령탑 잼버리 조직위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재난상황실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 대책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8.12.

잼버리는 일찌감치 범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규정돼 정부지원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위원회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열렸을 뿐이다. 선장은 많지만 정작 일을 할 사람은 적었다. 사무국 인력 충원이 안 돼 자원봉사자와 지자체 공무원으로 채웠다. 잼버리 조직위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전주시갑 김윤덕 국회의원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다가 지난 2월 행안부 장관·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위원장으로 추가 선임해 공동위원장만 5명으로 늘었다. 머리만 커졌을 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소속 5개 기관과 집행위원회를 맡은 전북도 등 8개 기관 가운데 “내 책임”이라며 인정하는 기관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중앙부처는 “지방자치단체 탓”이라 하고 지자체는 “중앙의 컨트롤타워가 문제”라고 서로 삿대질을 하는 형국이다. 5개 기관 중 잼버리 준비를 주도해온 곳이 여성가족부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여가부는 국제행사 경험이 적었다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책임론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본국으로 출국하기 시작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8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8.12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막을 내리자마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제대로 된 책임을 따지기도 전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등을 거치면서 책임 소재가 얽혀있는 까닭이다. 2015년 9월 박근혜정부 때 새만금이 강원 고성을 제치고 잼버리 개최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고,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때 기반시설 조성이 시작됐으며 실제 행사 개최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얽히고 설킨 책임론 불씨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이권 카르텔’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준비기간 6년 중 윤석열 정부는 단지 1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를 갖고 따지고 있다. 왜냐하면 1000억원 예산의 절반 이상이 해당 기간에 집행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이용해 SOC 예산 따내는 데만 눈독을 들였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대책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진 거라며 신속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라고 우기면서 책임 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소한 이 정부 들어 있었던 준비 부족에 대해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문재인 현정부 책임론 직격 비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잼버리 파행와 관련 윤석열 정부를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 종전선언과 연계해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을 때도 침묵했던 터라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들과 후원 기업들에게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사과의 뜻을 전함으로써 게시물을 끝마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문정부 잼버리 준비 문제를 집중 조사하려는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를 부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잼버리 파행을 놓고 책임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낙연 전 총리도 가세했다. 이 전 총리는 “문제만 터지면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도 이번만은 그러지 못하리라 짐작했으나, 내 짐작은 빗나갔다”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렸다. 문재인 전 정부 책임론에 대해 “절망적일 만큼 한심하다”고 반발한 것이다.

부산엑스포로 번진 잼버리 책임론

지난 8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2023.8.12

윤석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또 다른 행사가 있다. 바로 2030 부산엑스포이다.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 최종 개최지가 결정된다. 문제는 새만금 잼버리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당이 새만금 잼버리의 책임론을 전임 정권에 떠넘기는 이유는 부산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성격도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새만금 잼버리 때문에 부산엑스포가 유치되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으로 인해 부산엑스포가 유치되지 못한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울산에 반민주당 정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반대로 민주당으로서는 새만금 잼버리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발생한 파행이라는 점을 강조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부산엑스포 유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잼버리 책임론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는 구도다. 여야의 책임 공방은 9월 정기국회에서도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전임 정권 문제와 더불어 전북도에서 예산을 유용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현 정권에서의 준비부족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칫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 문제가 내년 총선 지역주의와도 연결되는 대목이기 때문에 여야 모두 신경을 바짝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9일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잼버리 사태로 인해 부산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밝혀 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의 부실운영 문제를 ‘부산 엑스포 유치전’과 연계시킨 이 대변인의 발언을 “매국적 도발”로 규정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직접 사과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부산 엑스포는 부산 시민은 물론 온 국민의 열망을 안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유치에 여념이 없는 중차대한 국제 행사”라며 “몰랐다면 철없고 무지한 것이고, 알았다면 묵과할 수 없는 매국적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감사원 칼 빼다

감사원이 지난 8월16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사진은 8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3.8.17.

감사원은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등 관계 기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지원 부처에 대한 감사를 예고했다. 지난 11일 대회가 공식 종료된 만큼 감사원이 가장 먼저 진상 규명에 나서는 형국이다. 잼버리 개최지(새만금)가 선정된 지난 2017년 8월부터 6년간 준비 과정 전체들 들여다 볼 경우 감사 대상도 최소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준비에 투입한 국가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 가운데 대부분을 주관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가 집행한 만큼 대규모 감사 인력이 있는 감사원이 움직이게 됐다. 감사원은 지자체 사무와 그에 속한 공무원에 대해 직무 감찰 권한이 있다.

감사원 감사는 ▲대회 유치 단계 ▲부지 선정 ▲관련 인프라 구축 ▲조직위 운영 실태 ▲막대한 예산 집행 내역 등 모든 분야에 진행될 예정이다. 전체 예산의 74%인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반면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시설비에 투입된 예산이 130억원에 불과했던 점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한 부분도 주된 감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여가부와 행안부의 관리·감독 부실 정황도 살펴볼 계획이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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