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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의 전쟁’ 카페인에 중독된 학원가 
‘잠과의 전쟁’ 카페인에 중독된 학원가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2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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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사진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독서실 칸마다 에너지 음료가 있는걸요."

21일 오후 3시30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로 교복 또는 체육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몰려 나왔다. 이들은 5명 중 1명꼴로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이모양(18)도 그중 한 명이다. 이 양은 수능을 56일(21일 기준) 앞두고 실전 모의고사 등 문제 풀이에 한창이다. 그는 학원에서 마련한 추석맞이 특강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 이 양에게 커피 등 카페인 음료는 필수품이다.

이 양은 "친구들은 서너 시간만 잘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라며 "공부를 위해 개인 독서실을 끊었는데 칸칸에 에너지 음료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50대 이모씨는 "에너지 음료 매출의 90% 이상이 중고생에게서 나온다"며 "늦은 오후나 밤에도 많이 팔리는데 아이들 건강이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추석연휴가 성큼 다가왔지만 수능·중간고사를 앞두고 주요 학원가는 '잠과의 전쟁' 중이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에너지 음료, 프랜차이즈 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를 수시로 마시며 잠을 쫓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고교생 이모양(15)은 "주 4~5회 커피를 마신다"며 "학원에 가면 너무 졸리니 마셔서 수명이 단축되지 않는 이상 이 패턴을 유지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양천구에 사는 정모양(16)도 "커피를 비롯해 에너지 음료를 이틀에 한 번 정도 마신다"며 "한 잔으로는 졸음을 쫓을 수 없어 하루 두번 넘게 마시는 친구도 흔하다"고 말했다.

목동에서 10년 넘게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김씨는 "공부는 해야 하는데 잠은 오니 커피나 커피믹스를 들고 다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초중생들도 고카페인 음료를 즐기고 있다.

중학교 1년생 이모양(13)은 "중 2·3 언니 오빠들이 잠 깨려고 먹는 걸 보고 따라 마시고 있다"며 "건강에 안좋다고 하지만 학원에서 졸면 안되니까 마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생 자녀를 데리러 왔다는 40대 이모씨는 "주위 친구들이 마시니 따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몸에 안좋으니 마시지 말라 하지만 말리기가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으로 음료 100㎖ 당 카페인 15㎎ 이상 함유하면 고카페인 음료로 여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는 체중 1㎏당 카페인 2.5㎎ 이하가 최대 섭취 권장량이다. 

우리나라 남고생 평균 몸무게가 60㎏ 중반, 여고생이 50㎏ 중반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섭취 가능한 카페인 양은 각각 150㎎, 125㎎ 이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컵 크기 600㎖의 커피를 주로 마시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한 컵만으로도 권장량을 훌쩍 넘기게 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유전자의 약물 수용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서도 "카페인이 각성 물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청소년들은 늦은 시간 섭취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학습 효과를 증진시킨다는 것은 널리 검증된 사실"이라며 "굳이 카페인 음료를 마시겠다면 이른 아침에 소량만 섭취해야 하며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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