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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미미의 골목길’
[동행] ‘미미의 골목길’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3.11.0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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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미미의 골목길’

오늘(4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24화에서는 ’미미의 골목길‘ 편이 방송된다.

√ 스무 살 가장 미미 

가장 빛나고 이루고 싶은 꿈도 많은 청춘. 스무 살 미미가 마주한 청춘은 꿈꿔온 모습과는 조금 낯설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차비를 아끼기 위해 왕복 1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닌다. 한창 꾸미고 싶고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오빠 옷을 물려 입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자신을 위해서 쓰기보다는 생활비로 거뜬히 내놓는다.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13년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매를 키우느라 살아온 날들이 버거웠던 엄마는 몸과 마음에 병이 들어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오빠의 입대 후, 작년부턴 오롯이 엄마와 집안 살림을 책임져 온 미미. 서울 도심 한복판, 화려한 고층 아파트 맞은편 재개발 구역에 살며 기초수급비와 아르바이트비 100여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실이지만, 미미는 죽 한 술도 제대로 못 드시는 엄마를 위해 식사 대용으로 바나나를 사드리는 일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힘겨운 현실이 버겁지만, 지켜야 할 엄마가 있어 주저앉을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동행] ‘미미의 골목길’

√ 아이들에게 죄스러운 엄마 

미미가 태어나던 해, 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진 후 간병을 도맡았던 엄마. 급성신부전, 뇌종양 등으로 식물인간 상태였던 남편은 7년 만에 세상을 떠났고, 24시간 붙어 병시중하느라 수입 없이 병원비며 생활비를 대던 엄마는 막대한 카드 빚을 지고 말았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카드 빚과 압류 독촉 때문에 잠을 이룰 수도 없었던 엄마. 20대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과 허리 디스크, 뇌전증에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상태로 살아온 엄마는 우울증 약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지난여름엔 무너지는 집을 보수하다 지붕에서 낙상해 거동도 불편한 상태. 월세와 생활비에 보태라며 매달 사병 월급을 보내오는 아들과 학업을 중단한 채 집안의 모든 살림과 생계를 책임지는 딸 미미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성치 않은 몸으로 폐지와 고물을 모아 팔아 다만 100원이라도 버는 건, 늘 짐만 되는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꿈까지 놓아버릴까 두려워서다. 

[동행] ‘미미의 골목길’

√ 빛바랜 골목길 미미의 꿈 

고층 아파트 즐비한 도심 속,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좁은 골목길. 답답한 속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미미의 유일한 공간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댄 곳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방 두 칸짜리 월셋집. 10년째 살아온 집은 화장실 천장이 내려앉아 나무판자와 목발로 간신히 받쳐놓은 데다, 금이 간 외벽이 무너져 내려 집안으로 흙이 쏟아지다 보니 한시도 마음 편히 잠든 적이 없다. 재개발 구역이라 수리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 임시방편으로 보수해 살고 있지만, 불평할 수도 없다. 없는 돈에 세 식구 모여 살게 해준 고마운 집이기 때문이다. 곧 계약 만료인데 이 보증금과 월세로 집을 구할 수도 없어 막막하다. 엄마를 옥죄는 빚을 갚고 건강을 되찾아 주고 싶은 미미.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위해 내년엔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하고픈 꿈도 생겼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자, 10대 시절의 고민과 성장을 간직한 골목길에서 미미는 다짐한다. 지금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꼭 좋은 날이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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